출장은 가야하고, 아해들은 공부한다고 행차를 가고 한 녀석은 방학이라 카트라이더를 한다. 내가 예전에 저 녀석 안고 할 때 훨씬 잘했던거 같은데. 마나님하고 영화를 마루바닥 뒹굴러다니며 보기로 했다. 카트라이더 운짱은 좀 있다가 보신다나..바쁘시다나.
순희를 보면 교과서에 나오던 순이가 생각난다. 귀엽기 한량없다. 아이에게 시대의 아픔이 천천히 스며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 시대의 인식을 갖고 공포를 이해하는 덕진이와는 다르게 다가온다.
김판수라는 사람을 통해서 시대를 몰입하게 한고,유해진이란 배우를 통해서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잘생긴 것들만 대우받는 더러운 세상에서도 유해진의 연기와 김판수의 진정성에 감복하게 한다. 한글을 지키고, 이어지는 과정에 감사함을 느낀다.
주시경을 한글을 살린 선생이라고 이야기도 하고, 일부는 원래 더 많고 자세한 한글표현이 많이 생략된 원인이라고도 말하는 의견도 있다. 그렇지만 마지막 엔딩 크레딧 전의 설명처럼 식민지 한 세대를 넘어서 자신의 사전을 갖은 나라는 없다는 말에 자긍심이 생긴다. 유일하게 독자적인 타이핑 프로그램도 갖고 있고, 세계화가 안되서 그렇지 가장 빠른 자연서 검색기능도 한글이기에 가능하다.(초성검색)
하지만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한 세대가 넘는 기간동안, 우민화, 언어 말살의 핍박을 넘어 해방을 맞이하고 다음세대에 조선민족의 정신과 혼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나라를 제대로 만들어 가는 현재 진행형이다. 왜놈이 돌아가면 100년이 걸릴 것이라는 말도 사실에 가깝다. 그런 점이 현 세대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며 예전에 읽던 근현대사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나라면 그 시대에 어떻게 살아 냈을까? 몽양이 친일을 제한적으로 보듯, 그 시대의 속박의 결과를 탓만 하기는 어렵다. 류완택의 변절이후 시대를 비판할 수 있지만 그도 한글의 의미와 뜻을 제대로 가르치던 다정한 부모였다. 좌절로 희망을 일고 생존과 인간의 욕망에 충실한 부분 또한 사람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방이 되었다고 무조건 나쁘다와 그 정도를 비판적으로 구분하는 소양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온갖 집안 조상님 중 친일 아닌 사람은 없다. 그 세대가 태어난 것도 본인들의 의지가 아닌데 그 세대를 모두 친일로 볼수는 없다. 그 기준이 좀더 명확해지고 역사적 기준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
반면 사람만 모여도 통제를 하고 식민지 정책에 반하면 핍박받던 시기였다. 말은 쉽지만 가족과 목숨을 건 독립운동이 말처럼 쉽지않은 일이 틀림없다. 류정환과 같이 혼을 불사른 사람들과 그들과 함께 마음으로 혼심을 쏟은 김판수 같은 신명나는 사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조사에서 어린 학생들이 그 시대로 가면 독립운동을 하겠다는 조사 결과가 참 반가운 일이다. 그 소중한 시대의 도전만큼 우리는 다시 후세에 물려줄 이 세상을 잘 가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