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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명함 - Business Card

by Khori(高麗) 2016.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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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50 Awesome Business Card Designs



 영업을 시작할 때 내 이름이 들어간 카드를 갖는 다는 것은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다.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 때의 기분은 새록새록하다. 직급이 올라가거나, 이직 때문에 새로 만든 명함과는 전혀 다른 기분이다. 왜냐하면 처음으로 영문 nick을 같이 넣었기 때문이다.


 Korea라는 수출역군의 이상과 자부심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 같은 국경없는 경제시대에서는 시대착오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의 조류와 흐름이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 만큼 많은 환경이 변해왔다.


 블로그의 Khori(高麗, 고리족)의 옛말을 서슴없이 골랐다. 그 때에 Korea.com이 막 생겨나서 그런점도 있고, 이름을 korea로 쓰면 좀 웃기기도 하다. 그렇게 영문 nick을 사용한지 오랜시간이 흘러왔다. 영어가 아닌 줄은 많은 외국인들이 알지만, 이상하게 중동사람들이나 제3세계 사람들은 이 이름을 보고 좋아한다. 희한한 일이다.


 전시장, 처음 만나는 고객과 잠재고객에게 우리는 간단한 이름 소개와 자신의 지위와 역할을 알리는 명함을 나눈다. 친밀해지는 과정이고, 고객과 공급자로써는 소리없는 겨루기의 시작이기도 하다. 처음 일을 시작하고 한참뒤에 알았지만, 그렇게 많이 배포해 드린 명함이 길거리 찌라시처럼 흩어져간 숫자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도 받아보니 그렇다.  


 나도 요즘 받는 수 많은 명함을 예전처럼 명함철에 꽂아두지 않는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어떤 업체는 CI때문에 바꾸고, 부서명 변경때문에 바꾸고, M&A때문에 바꾸고, 철이 지나서 바꾸고...명함은 사실 쉴세없이 바뀐다. 그렇다고 격조없이 노란 고무줄에 동동묶어서 두기에는 미안하다.


 그래서 요즘은 문명의 이기인 명함관리 프로그램을 쓴다. 원본 명함은 케이스에 모아둔다. Remember를 이용해서 촬영하고(키릴문자, 중동문자등은 지원안되니 직접 입력), 문자화된 데이터를 앱을 통해서 간단하게 excel로 변환하여 메일로 넘긴다. 그렇지 않으면 일년에 수백장씩 생기는 명함을 관리할 방법이 없다. 그나마 입력날짜까지 기록되는 앱때문에 명함에 낙서하는 경우도 줄었다. 대신 예전보다 명함을 주었다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기억하지 않고, 찾아보기 때문이다. 이는 새롭게 명함을 받아서 나눠주는 젊은 청춘들에게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일본 고객을 만나면 두손으로 받는 사람이 이름을 볼 수 있게 정중히 전달하며, 자신을 소개한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악수를 한다. 외국인이라면 자기 소개와 명함전달과 적정한 힘이 들어간 악수를 하고, 중동이나 러시아는 한번씩 가슴을 부딪히는 허그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얼마간 연락이 없으면 곧 잊혀지니 명함이란 기억이 날때에만 유효하다.


 그렇다면 나를 어떻게 상대방에게 인식시킬까? 해외영업, 영업을 하는 입장이라면 이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명함을 나무로도 만들고, 특이하게도 만드는 것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30초안에 호기심을 끌지 못하면 전시장의 흘러가는 사람은 잠재고객이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를 돌아보고 장점과 나의 심볼을 형상화하고 내가 실현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중요한 고객, 사실 존경할 만한 고객에게는 아직도 유치원생과 같은 배꼽인사를 한다. 진실함과 정중한 태도는 국경을 넘어서 통하는 열쇠다.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나를 기억하게 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갖아야 한다. 그점에서는 나도 좀 부족한것 같다. 그렇다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실전의 상황에서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다만 명함을 받아서 바로 날짜를 쓰거나, 지갑이나 주머니에 즉시 넣어버리거나, 혹여 들고 흔든다던가, 구긴다던가하는 행위는 무례하다는 것을 광고하는 것이다. 또한 나의 품격이 아주 낮게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명함을 한번 더 보고, 정확하게 이름을 물어보거나, 읽기 어려운 외래어의 경우 발음을 한번 더 물어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 특히 한번 받고, 한번 그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나쁜 습관이 아니다. 이름이란 불리기 위해서, 기억되기 위한 존재물이기 때문이다.


 명함을 세세하게 기억하려고 하지 않으면 잊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동종업종이라면 다양한 전시회, 세미나, 공항, 행사등을 통해서 서로 자주 만날 수 밖에 없다. 사실 명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얼굴과 태도다. 이것도 곧 명함이 된다. 나에게는 호탕한 웃음만으로도 존재를 알리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멋진 수염만으로도 그 인지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외모보다는 그의 품격이 외모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처럼 나의 웃는 얼굴, 진실한 태도는 굳이 전달하지 않아도 기억되는 명함과 같기 때문이다.


 영업쟁이들에게 porker face라는 말이 있다. 협상의 자리에서 나의 상태가 노출되지 않도록 낯을 두껍게 하라는 말이다.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고, 주도권을 확보, 유지 하기 위한 노력이다. 하지만 좋은 태도와 진실함을 무기로 한다면 굳이 porker face를 할 필요가 없다. Porker face를 유지해야할 만큼 절박하다는 것은 이미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리한 자는 여유와 호흡이 길다는 진실은 대면해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porker face보다는 얼굴과 내면이 같아지는 수준이 훨씬 경지가 높다고 생각한다. 얼굴과 내면이 같아지면 품격과 인격이 함께 함양되어야 한다. 이런 수준에 다다르면 명함은 집에 걸린 명패나 우편함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나는 그것이 명함 본연의 의무가 되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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