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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예술 (冊)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 (上) - 십이국기 4

by Khori(高麗) 2018.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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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가 펼쳐져간다. 신화이 세계에 인간의 이야기를 넣어 풀어간다. 한편으로 기대하던 화려한 모습보다 읽어 갈수록 주인공들의 고민이 결국 인간의 고민이고,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고민이다.


 가족을 버리고 누군가의 집으로 일하러 가는 사람이 다시 깊은 슬픔을 넘어 신화의 세계로 왔다. 스즈라는 인물은 낯선 곳의 의사소통, 문화, 외로움을 피할 곳을 찾는다. 그것을 등지고 반짝이는 출구와 같은 선인이 되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지만 리요 밑에서의 고단한 삶과 선인이 되어도 돌아갈 수 없는 큰 장벽속에서 다시 고민한다. 마치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이것만 저것만을 찾아헤메는 것과 같다. 그리고 세이슈라는 신화 세계속의 버려진 아이를 통해서 어쩌면 자신의 마음속의 또 다른 자아를 보게 된다. 자기애와 현실을 보이는대로 보지 못하는 마음, 그 두려움을 일깨워주엇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자신이 숨기고 싶거나, 벗어나려는 마음을 보일 때 화를 낸다. 그러나 그런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살아가는 것이 성장이 이루어진다. 스즈를 바라보는 채왕은 아마도 그런 걱정과 기대가 있지 않았을까? 해객으로서의 스즈와 경왕의 만남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지만 기대해 보는 수 밖에.


 방국의 공주는 고귀한 주타쓰의 아래에서 귀하게 자랐다. 주타쓰가 왕의 지위를 잃고 자신이 일군것은 아니지만 손에 쥐었던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는다. 그런 고통은 감내할 수 없는 것이다. 경험한 것도 이해하려고 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게 주어진 지위가 있다면 그것이 내가 일궈낸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세상에 빚진 것이 있는 것이다. 그 지위에 역할이 주어져있기 때문이다. 그 역할의 의무를 져버리고, 권한만을 누린다면 책임이 따른다. 내가 그것을 몰랐다는 무지가 면죄부가 되지 못한다. 공국의 공왕이 쇼케이를 바라보는 냉정한 판단이다. 쇼케이는 다시 사고를 치고 세상으로 나가지만, 그녀도 마음한켠에 화려한 삶에 대한 미련, 힘든 백성들의 삶에 대한 격멸을 동시에 안고 산다. 라쿠슌을 만나서 화려한 옷과 신발을 버리고 백성들의 옷을 입는 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동시에 그 결정이 작은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요코, 이름이 요시가 된 경왕은 불안한 왕좌를 이끌어간다. 역모가 발견되고, 결단을 내고 태보 게이키에게 나라를 맡긴다. 그러나 백성의 삶으로 뛰어들어 그들을 이해하는 결정은 한발의 뒷걸음이 다시 속도를 내기 위한 준비동작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왕은 뭐라해도 외로운 역할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의 재미라면 화려한 환타지라의 면모가 아니다. 환타지의 배경으로 동양사상의 단면을 국가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행동을 다시 다양한 형태로 표출하고 지향점을 갖는다는 것이다. 방국은 마치 진나라의 혹독한 법치주의를, 안국은 한고조와 같은 격에 치우치지 않는 유연함을 생각나게 한다. 사람의 성향과 에피소드를 보면 또 사기의 열전처럼 다양한 재주의 사람들이 나오기도 한다. 이것도 내가 경험한 지식에 의한 개인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작은 경험이 있어서 더 재미있다. 엔호의 정체가 좀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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