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지만 반복이 정지하면 그 일은 꽝난것이여
시원한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면 기분이 좋다. 가을이 수확의 계절이라 좋은 것이 아니다. 선선한 바람, 파란 하늘, 선명한 햇빛이 나를 맑게 해주는 그 느낌이 좋다. 벌써 2019년도 4 쿼터다. 최소 한 달을 선행하는 삶은 항상 분주하다. 작년 이 맘 때를 돌아보니 악몽이 생각난다. 추석맞이 전시회 출장 때 영화 'destination'에 버금가는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래서 올 해는 싸댕기는 걸 자제하고 있다.
명절을 보내고 나면 2020 사업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작년보다 성장은 하고 있지만 아주 맘에 들지 않는다. 많은 기회들이 품으로 달려들어 왔다. 손으로 잡던, 몽둥이로 때려잡던 기회를 남겼어야 하는데 기대만큼 아니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장한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그 타율을 올리기 위한 작업들을 준비하면서 일정한 방향성과 전략이 구축되는 중이다. 그러나 계획, 목표, 기획, 구상은 앞서가고, 공동으로 실행하여 준비하는 과정은 더디다. 이런 일은 어느 조직, 어느 기업이나 일상다반사다. 그것을 어떻게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실행, 체크, 피드백, 조정, 재실행하는가? 그 과정에서 나와의 투쟁이 존재한다.
개인의 실력이 개선되는 것도 반복적인 노력의 과정이다. 반복적인 노력을 통해서 결과가 좋을 때를 찾고, 그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는 과정이다. 그다음 단계는 하나씩 더 높은 수준에 대한 도전이다. 고객을 상대하는 일도, 기업을 운영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모든 과정이 사람의 생각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에 인문학을 접목하는 것은 당연한데 인문학이라고 하면 다들 고상한 철학, 시와 문학의 형태에만 신경을 쓴다. 그것을 배워서 철학가, 작가, 예술가가 될 수도 있지만 그 본질을 통해서 나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 쓸데없이 내가 어떻게 보일까에 관심을 쏟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적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2010년 초반부터 미중의 G2, Next G1 논쟁을 주의 깊게 봐왔다. 전쟁이 없는 100년이 지나고 있고, 문제 많은 인간들이 조용히 살리 없다고 생각했다. 브렉시트 현장의 경험, 출장 중 트럼프 당선의 변화가 과거 논쟁을 실행하는 과정에 있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해외 전시회를 많이 참가했다. 그러나 사업의 형태, 마인드, 실력등 참 다양하게 조합을 안 맞춰준다. 지난 10년동안 나라는 땅 파고, 알 수 없는 창조의 시대를 보내고, 기업들은 방만해서 그런가? 새롭게 돌아온 직장이 참 야속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서 다시 한번 결심한 미국 전시회 출사표에 대해서 "이게 그나마 줄어든 고객과 시장을 들어먹으려고?"라는 잔소리도 듣고, 덩달아 시누이는 "돈 많이 들어간다"라며 추임새를 넣으며 시집살이를 시켰다. 어차피 이래도 안 하면 나도 뭐 할 생각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나마 사업기회들이 잘 접수되어 시작하니 서로 내가 했다는 나팔수들 소리가 시끄럽다. 새롭게 도전하는 부분이 존재하다 보니 "이건 왜 이렇게 결정이 늦는 거야?"라면 볼멘소리도 한참 들었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사람들이 원래 시끄럽다. 굿하는 무당은 널뛰느라 정신이 없고, 연주하는 사람들은 장단 맞추느라 정신이 없다. 나는 굿이 끝나면 또 다른 일을 해봐야지.. 사람들이 즐거우면 된다.
그 사업이 많은 과정을 거쳐서 곧 시작된다. 일은 진행되고 성과를 내면 된다. 그 일로 공적을 논하는 탁상공론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그 과정을 묵묵히 지켜준 사업팀과 지원부서들에 대한 감사한 일이다. 후배가 항상 형님 명언 "해도 지랄, 안 해도 지랄, 하면 더 지랄"이라는 말이 생각나지만 그렇게 반복되는 과정이 또 살아가는 과정이다. 반복이 정지하면 사업이 멈춘 것이다. 반복되는 지겨움을 말하지만, 그 말에 애정이 함께 있다.
저 연장선상에서 트선생과 시선생의 이전투구가 있었다. 서로 지지고 볶는 전쟁이 예사롭지 않다. 앞으로 백 년은 더 넘버원을 해야 하는데 슬금슬금 기어오르는 넘버 투는 초장에 떼려 잡아야 한다. 아주 전략적이다. 그 사이에 우리나라와 같이 제조와 수출을 중시하는 환경에서 일하는 기업은 골치가 아프다. 금년 내내 경기장 규칙의 변동에 따른 대응으로 골치가 아팠다. 최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는 미국 흉내 내다 자충수를 둬서 씩씩거리다 내년 정도면 없던 걸로 하자고 할지 모르겠다. 이 준비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할 줄 알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면 된다. 꼭 못하는 것들이 도와서 함께 할 생각은 안 한다. 협조 요청을 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먹을 때만 되면 간이 맞네 안 맞네, 이런 게 있어야 하는데라며 철없는 소리를 하면 야속한 것도 사실이다. 일만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현재에 문제가 양산된다. 인문학을 통해서 한심한 말, 행동을 만들어 내는 인간은 기원전에도 있고, 현재도 존재한다. 그들을 탓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압도해야 할 준비, 실행을 위해서 반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인생이란 그래서 참을 인자를 세 개나 들고 달리는 이고 지고 안고 달리는 경기다. 그렇게 달리는 한국인과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과 겨루고, 협력하며 살아가는 해외영업도 그렇게 굴러간다. 올해는 마무리를 잘하고 더 많은 기회가 현실에서 구체화될 2020을 상상한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오는 사람들과 떠나가는 사람들도 아주 깊게 생각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오고, 반복속에 변화가 있다.
자리가 올라갈수록 좋다기보단 골치만 아프다. 내가 대리직전에 팀장에게 한 말이 지금 생각해도 참 기발한 생각같다. "팀장님, 승진안하고 봉급만 인사평가에 따라서 올려주면 안돼나요? 평사원이 제일 좋은데"
#해외영업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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