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말라. 청춘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글귀와 손바닥 인장이 내 노트북에 붙어 있다. 김훈의 글을 묵직하고 조금 답답할 정도 더디다. 그의 글이 잘 안 들어오는 이유는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칼이 노래를 읽을 때도 그랬다.
소설의 이야기는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내 마음의 안중근'이란 책을 오래전 읽은 기억이 있다. 그 책을 산 이유가 아이들과 국립박물관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일본에 간 몽유도원도 전시를 한다고 해서 갔는데, 기나길 줄을 보면 '이게 무슨 짓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도둑질해 간 남의 나라 문화재를 보려고 돈도 내고 기나긴 줄을 서고 있다니. 해방이 된 지 45년이니 지금은 70년이 넘었다. 당시가 2009년이었다. 정말 독립이란 홀로 자신의 힘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직이란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잠시 들러본 서점에서 안중근 도록을 봤다. 지금 같으면 주저 없이 샀겠지만 그때엔 살까 말까를 한참을 고민하다 샀다. 도록을 너무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내가 피상적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의사 안중근에 대한 사실과 역사적 시간순서로 그가 왜 중장인지, 이토를 사살하고 재판과정과 어머니 조마리아의 이야기까지 자세한 기록들이 나와있었다. 그 책을 읽으면 안중근에 대해서 조금 더 다가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 사이토가 쓴 '내 마음의 안중근'도 읽어 보게 된 이유다. 김훈의 소설을 그런 사실과 이야기 속에 안중근으로 체화된 상상을 붙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런저런 역사책을 읽고, 뉴라이트의 매국 역적의 망국적 관점을 듣다 보면 분노를 자극한다. 법이 있어서 다행이지, 죄다 추방해야 할 자들이 아닌가? 자기 주체성과 정체성을 잃어버린 자들이다. 혼이 없이 없어 세상을 돌아다니는 자들이라고 해야 할까? 이 땅의 역사를 남의 나라 혼으로 해석하고 대한국인의 거죽을 뒤집어 쓴 자들이 우리나라 사람인지 왜놈인지 잘 분별이 되지 않는다. 이런 소설과 책들은 또다시 나오고, 사람들에게 우리의 혼을 기억하게 하는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안중근이 테러리스트면 칭기즈칸, 알렉산더 대왕은 살인마왕들인가? 그럼 토요토시 히데요시,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 살인 마귀 3대 천왕인가?
안중근과 같은 시대를 살지 않는 것이 내게 하나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시대가 아직도 이렇게 볼썽사나운 것을 양산하는 시대가 골 때린 시대라는 것을 또 부인할 수 없다. 12월엔 노량을 보면 안타까운과 후련함을 교차해야하나..
하얼빈에도 한 번은 가보고 싶긴하다.
#하얼빈 #김훈 #안중근 #독서 #소설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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