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책 한 권을 참 길게 읽었다. 정신없이 바쁘기도 했고, 명절 지나 갑자기 외숙모가 돌아가셔서 장례식까지 치르다 보니 연휴도 쉼 없이 지나간다. 그렇게 내 삶의 기록이 한 칸씩 채워진다. 며칠 시원한 바람과 밝은 햇살이 새로운 시간이 다가온다는 희망을 갖게 하니 참 묘하다.
7권에서 담덕은 양수겸장이라는 과거의 사연을 중원의 정세에 대한 바른 판단으로 이해하고 요동정벌에 나선다. 지금과 같은 통신이 없는 시대에 교감을 통해서 상대방의 행동을 유추해서 판단하는 것이 소설이지만 대단하다. 작은 일이야 상관없지만 그 판단과 행동에 따라 생사가 오가는 전쟁을 판단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옛사람들이 단명한 게 청결, 의료, 음식에 의한 영향도 있지만 이렇게 매일 머리를 싸매고 판단하는 상황 때문은 아닐까? 지혜로움과 현명함이란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들어 낸다. 아직 중원을 진출한 정도는 아니지만 백제의 굴복을 이끌어 내고, 요동을 얻는다. 이런 성공과 동시에 반발의 씨앗도 조금씩 생길 수밖에 없다. 앞으로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나가는지 역사의 기록을 이해하더라도 소설이 어떻게 그릴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소설은 세상을 상징하는 매개체다. 현재의 정세판단과 국가정책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미국은 국채발행, 정부 블랙아웃을 피하며 중국에 손을 내미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환율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기름값이 오르는 것은 환율까지 더해 가관이다. 금리를 쥐고 있는 현실이 상황을 바꿀 수준도 아니고 사람들 살기만 고달파지는 시대라 그런지 책이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책을 읽다 한 가지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가 잡혔다. 가끔 "왜놈들은 왜 한반도에 못 와서 지랄발광인가?"라는 의문이 있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전에 그런 왜놈이 없었고, 메이지유신의 핵심인 사쓰마 번과 또 다른 번도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잡놈들은 왜 이웃과 친하게 지내며 대동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아닐까?
소설을 읽다 도래인이란 말을 보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소설에서 백제, 가야, 신라, 고구려의 유민들이 다시 한반도로 돌아가 자신의 지위, 명예, 권력을 되찾으려 하는 말들이 나온다. 일본의 뿌리가 한반도로부터 내려갔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천황도 그런 말을 했으니. 가끔 도적질을 하던 왜구와 달리 그들은 도래인이라 죽기 살기로 한반도로 돌아오고 싶은 것일까?
역사학 박사인 상주와 담배를 피우며 잠시 담소를 나눴다. 몇 달 전 이야기 했던 도요토미의 후예들의 침략야욕보다는 도래인이라 돌아온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하다.
역사적 사실이라 이야기의 구도는 정해져 있다. 그 속에 작가들이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상상력은 인공지능이란 첨단 기술이 따라 할 수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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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데르센 동화집은 들고 읽기도 버겁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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