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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살아보세 (書)

삶은 up & down의 연속콤보

by Khori(高麗) 2012.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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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후배녀석이 연락이 왔다. 요즘 힘들다 소리를 듣기만 하고, 연락도 잘 못해서, 연락온김에 얼굴이나 보려고 약속을 잡았다. 왠수같은 녀석을 보러 친히 왕림을 해야했다는. 게다가 비도오고데..


간만서 서울 읍내를 동서로 가로질러서 도착하니..그래도 얼굴보니 살만해 보여서 다행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소주를 거푸몇잔 마시며, 지난주에 사업자신고 내렸다고 하는데 마음이 짠하더라. 전에도 열심히 하던걸 친한 지인이자 동업자가 홀랑 쌈싸드려서, 다 떠안고 한참 고생하고 다시 자립한 녀석인데 결과로 보면 누굴탓하겠느냐만은, 인정많고, 오지랖넓고 사람좋아하는게 사업하는데 좋은것인지 이런 일을 볼때마다 의문스럽다.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물건 만들어서 총판에서 주고, 총판에서 사고친걸 어차피 서로 어떻게 된것인지 아는 처지라, 제조사에서 지원해주겠다고 했더니 총판에서 책임을 다 떠넘기고 타업체에 동일제품 만들어 달라고 돌리는등, 파트너의 신의없는 행동, 게다가 동네방네 자기 살자고 소문까지 내서 치명타를 먹었다는 것이다. 그 자세한 내용이야 들어봐야 좋은 일도 아니고 옮길 필요도 없지만, 8년 자리잡고 이름도 알려지고 나서 받은 이런 타격은 요즘같은 불경기엔 장희빈 사약받은 꼴이 되버린거지..시장이 썰물처럼 물러날때 그 시작이 내가 아닐때 사람은 억울함을 느끼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고 몇달지나서 넉살좋은 총판사장이 물건을 받을때가 없어서 다시 달라고 왔다는데..뻔뻔한건지, 욕망에 충실한것이지. 주고 싶어도 줄수 없는 상태가 벌어진뒤라.. 물론 다른쪽 이야기도 들어서 반을 맞춰봐야겠지만...어째던 4-5달의 직접적인 타격이 중소업체에겐 회생불능의 타격을 입히고 말아버렸으니..제조라는게 판매뿐만 아니라 원부자재공급업체까지 나쁜 소문이 돌면, 신뢰는 빠르게 회수되고 외면만이 남는게 시장이다. 줄돈도 잘 안주는 사람들이 생기니까..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세상이 아직도 참 따뜻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번은 하도 화가나서 확 죽어버릴까도 생각했는데, 잠들어 있는 식구들을 보니 눈물이 왈칵쏟아지더란다. 오래 아시는 분이 전화가 와서 한번뵙고 죽고싶다고 했더니, 6개월만 더 참아보고 안되면 연락해라. 큰 돈은 아니더라도 너 생활비는 주겠다고 하시는 말에 다시 마음잡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그래서 채권채무자 다 모아놓고 정리하는데 제품 박스공급하시는 사장님이 채권이 7백만원쯤 된다고 그러시더란다. 사실 제품에서 박스야 비중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사장님의 이어지는 말이 참 감동이다. 원래 이 업종제품을 취급하지 않았는데, 후배녀석때문에 시작해었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더니 "자네 이 일 또 할꺼지?"라고 물어보시는데 대답도 못하고 얼굴만 멀뚱멀뚱 보고 있는데.."나 자네때문에 이업종에 거래처가 13개나 생기고 돈도 더 벌었다. 자네가 일 다시 시작하면 나한테 물건살꺼 아닌가? 그럼 돈 7백만원이야 생기면 주고..나한테 물건 사야된다"하고 가시더란다.


후배가 하는 말이 그 사장님 조용히 납품하면 조용히 가시고 중요자재도 아니라 따로 시간내서 자주 뵙는 사이도 아니었단다. 자기는 이업종에서 쓰는 박스업체보다 단가가 20%정도 저렴해서 박박 우겨서 해달라고했던 기억밖에 없었는데라고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데..얼굴엔 눈물이 흐르네 자식..감동스럽게...


하여튼 하소연을 무려 5시간 가까이 들어줬던거 같다. 죽을꺼 같다던 놈이 살겠다는 생각으로 바뀌더니 힘이 주둥이로만 쏠렸는지..처지를 보면 죽을지경인데 자꾸 생기가 보인다. 녀석이 술을 마셔도 입으로 취기를 다 풀어버리니 녀석은 생기가 돌고, 나는 알딸딸해지고. 일단 술자리를 파하고, 자주 못보니 또 뭐하고 싶은거 있냐고 농담삼아 물어봤더니..갑자기 나이트클럽을 가고 싶단다. 나야 독주던 소주던 술을 잘 가리지 않는데, 양주를 아예안먹는 놈을 쳐다보면 '이게 미쳤나?'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게다가 이녀석 허리디스크환자니까..하여튼 사람들 춤추는걸 한참 구경하고 또 둘이 맥주마시며 한놈은 계속 떠들고, 한놈은 계속 경청하고..집에 돌아오는길에 거길 왜갔을까, 둘이서 앉아서 뭐한거지하는 생각이 드는데 혹시 그냥 활기차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싶었던게 아닌가한다.  오늘 오후에 전화해보니, 이젠 좀 쌩쌩해졌네..두어달뒤에 다시 해보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또 다시 도와주려는 분들도 많다고..어제 죽을려고했다는 녀석이 맞나하는 생각이 드네.. 


신뢰란 하루에 생기는게 아니라 매일매일 푼돈을 세상에 저축하는것과 같다. 그 저축은 나의 행동에서 시작되나 남의 맘에 쌓아야해서 저축액을 알수가 없다. 잘 가꾸면 큰 재산이 되고, 그걸 모아서 한탕을 치면 사기가 되는 것일뿐이지.


어째 작년말부터 후배란 것들이 매번 나만보면 하소연을 하는것들과 다 늙어서 청첩장 돌리는 녀석들만 있는거 같아. 농담삼아 노총각 노처녀들보면 산으로 들로 구경다니며 묘자리나 보러다니라고 하는데 매번 청첩장을 들이민다니까요..한두놈도 아니고 ㅎㅎ.. 


지금부터 문제는 어제 한달 용돈을 죄다 썼는데 이번달은 어떻게 마나님께 아양을 떨지 고민해봐야한다는 것이다. 4월, 5월엔 결혼식은 왤케 많은거야..또!! =3=3=3






[YES24] 삶은 up & down의 연속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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