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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예술 (冊)

삶의 가장 가까운 예술

by Khori(高麗) 2012.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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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건축으로 본 보스턴 이야기

이중원 저
사람의무늬 | 201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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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나는 보스턴에 가본적이 없다. 책속에 등장하는 곳중 커트실링이 분투하던 펜웨이파크 몬스터월을 제외하면 대학의 이름은 기억해도 시각적인 기억은 없는듯하다. 보스턴외 다른 지역을 가보면서 엄청나게 많은 나무 전봇대가 신기하고, 유럽지역의 브릭중심의 건물과 달리 목조건물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책속에서 보는 빨간색 브릭의 건물들은 보스턴하면 떠오르는 레드삭스처럼 빨간색과 개인적인 취미로 레고브릭을 생각하게 되는것 같다. 특히 브릭을 좋아하는 것은 취미이전에 출장중 지나가다가 정말 이쁜집을 짓고 있는 모습에서 넋놓고 바라본 적이 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 놓는 돌만한 회색브릭을 사용하여 아기자기한 모습을 내는 신기함과 네덜란드, 독일등 좁은 길에 3-4층의 이어지는 각양각색의 건물들, 또 건물들을 브릭으로 아기자기하게 또는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장식이 이국적이고 이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라트비아 리가나 모스크바에서 사용하는 브릭은 훨씬 크다. 날씨때문에 우중충해 보이기도 하지만 내부는 대단히 웅장한 건물들이 많은데 여기도 돌로 만든 브릭이나 엄청 큰 브릭들을 많이 사용한다. 무엇보다 네모로 아치나 구를 만들어 내는 장인들의 수고와 취미생활에서 부딪치는 넘사벽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옛날 집담처럼 돌을 넣어 무늬넣거나 처마처럼 장식한 것도 멋지지만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도시라는 것이 인간이 만든 가장 큰 조형물이며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이 융합되어 형성된 시공간적 역사, 서사를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링컨시대를 기점으로 200년쯤 된 도시의 역사와 수백년전통이 있는 유럽, 서울등과 비교하면서 문화의 차이점도 느낄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네모,동그라미,세모로 구성된 공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뉴욕 맨하탄의 스카이라인을 보면서 좋아하는 미국사람들이 나는 좀 이해가 잘 되지 않았기에 보스턴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것이 무엇인지 좀 궁금하기는 했다. 책을보면서 내가 본 로스앤젤레스, 뉴욕, 뉴저지, 아틀란타와는 조금 또 다른 느낌이다. 또 유럽과 비슷한듯 다르고 또 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다만 전문적인 분야의 설명은 이해하는데 당연히 한계가 있고 어렴풋이 나름데로 추측할 뿐이다.


책의 구성의 도시공학적으로 공간적인 구분을 한듯하다. 각 9개의 존이 정치, 역사, 경제, 생활, 교육등으로 구분되어 도시속에 남아 있는 건축물을 통한 미적즐거움을 만끽하게한다. 물론 모든 건물이 다 맘에 든것은 아니지만, 그 건물속의 이어지는 도시의 이야기, 저자의 이야기들이 와닿는게 많았다.


나는 건물이란 인공과 자연의 경계이고 또 사람과 사회의 경계라고 생각한다. 또 사람은 반드시 흙을 밟고 살아야한다는 생각과 집은 그래야하는 집착이 내겐있다. 어째던  첫장부터 저자가 도시를 보는 시각에 깊은 공감을 느낀게 많았다. 내가 미래의 집을 레고로 종종 상상하며 만들어 놓다 보면, 이걸 자꾸 붙여서 마을과 도시를 자연스럽게 만들게된다. 디오라마의 묘미인데, 저자가 반복적인 건물의 연결을 통해서 길이 만들어 진다고 말하는 사실이 당연한 것인데 그걸 몰랐던것 같다. 스트리트라는 것이 곧 길인데 역시 분야의 전문가를 통해서 한발 옆으로 서서 중요한 의미를 깨닫는것 같다. 


문에 대한 형식, 절차적 의미에 대한 설명도 매일 드나듬에도 생각해보지 않았던것 같다. 그러다보니 서울의 생존형, 효율극대화형 건물속에 사라진 처마, 마당, 놀이터, 공터등이 더욱 아쉽고, 문고리도 없이 지문인식장치에 출입이 통제되거나 버튼을 눌러 드나드는 자동문이 얼마나 사람과 사람이 단절된 효율지상주의의 문인이 생각해보게된다. 


이런 길과 관련하여 몇일전 페이스북에서 너무 이쁜 길을 보게되었다. 처음엔 사진이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다 생각나서 다시보니 비록 포장된 콩크리트길이지만 길이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게 아닌가한다. 

<출처: http://www.facebook.com/photo.php?fbid=195331353911000&set=a.195331347244334.39045.100003024117545&type=1&theater>


도시에서 이런 길을 보기는 힘들지만 얼룩말 줄무늬길의 사인을 보는데도 외국인과 우리나라의 시각차가 얼마나 다른지 많이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국 사람은 "건넌가시오', '건너지 마시오'라고 이해한다. 외국인이 한번 설명해주는 꼭 그럴리야 없겠지만 "걸어가시오', '걷지마시오'가 비슷한것 같지만 한국은 금지의 의미로, 외국인의 설명은 급할땐 사람이 먼저이니 건널수도 있다 단 뛰어서 건너라라는 말이 그들의 문화속에 남아 있는것 같다. 하긴 일단 정시보단 일단 빵빵의 문화가 앞서고 있으니..


노스앤드의 지도를 보면서는 문득 파리 생각이 났다. 물론 뒤에 나오는 퐁피두센터나 르브루박물관 앞의 유리 피라미드 설명때문은 아니고, 헨콕타워등의 현대식 마천루와 구도시가 마치 파리도심의 구도시와 라데방스처럼 한곳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유럽 방사형도로의 중심 또는 주요건물의 광장이 많은 길들로 연결되어 있고, 보스턴의 커스텀하우스주변과 시청이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자주갈수 있는 서울은 도읍으로 5백년 아니 백제시대까지 따지면 유구한 역사, 문화 이야기가 남아 있다. 서울시청을 기점으로 좌측엔 현대식 건물들이 미적감각을 떠나 폐허에서 일어난 성장과 우측의 고궁은 그런 시련속에 남아 있는 역사이다. 그리고 그 광장은 green island처럼 도로로 삥둘러져 단절되어 있다. 아마 공설운동장은 인정해도 광장은 인정하지 않는 트라우마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의 길이 끊어진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그나마 그것 외에 변변한 도시속 녹지의 부족이 아쉽다. 대신 우리에겐 산이 있군요. 


보스턴 시청건물을 보면서 몇가지 부러움이 많이 들었다. 돈독이 오른 사람이 건물은 정방형의 네모반듯한게 아니라 좁고 아주길게 만들어야 죽은 공간도 없고, 임대도 좋다는 말에 기가막혀 말하기도 싫엇던적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네모 반듯하게 후딱후딱 올리던 서울의 집들과 공간과 자연채광을 활용한 시청건물이 그만큼 삶의 여유의 차이를 느끼게 해서일것 같다. 이런 이유로 건축가들이 집이나 건물을 세우는 사람들이 아니라 예술가라고 나는 생각하게된다. 평면적 땅의 넓이와 그곳에서의 위로 올라가는 용적율의 금전적 효율만 계산하는 생각이 조금 덜 해졌으면 하는 바램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이 3차원적인 공간을 창조하고 창소된 공간의 조합속에 소리, 빛, 색상, 이야기 그리고 파사드라고 표현된 외형적 얼굴을 통해서 옆집, 마을과 또 연결되고 길을 만들어 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에서보면 대저택과 왕궁들이 길의 시작이 아니라 길이 없어지는 지점에 있는 것도 같다. 


백베어이야기는 나에겐 그리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영국상공에서본 주황색 지붕, 굴뚝으로 이루어진 집이 끝없이 펼쳐진 모양이 더 아기자기 해보여서일것도 같다. 부러움이라면 역시 저자가 지적한데로 한강에 접근이 어려운 우리와 가까이서 즐길수 있는 보스턴의 차이가 부럽긴하다. 


펜웨이파크, MIT, Harvard부분에서는 좀더 전문적인 건축가들의 디테일과 기법, 사례등에 많이 할양되어 있다. 책을보다가 제작년 미국직원이 런던구경하겠다고 해서 전시회끝나고 대영박물관에 간적이 있었는데, 그때본 원형동선과 유리창문이 아주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전문가의 설명을 보게되고 누가 만들었지는 지를 알게되는 역시 백문이 불여인견인가보다. 경험적으로 대부분의 박물관은 힘겹게 계단을 오르내리며 뺑뺑이를 돌아야하는 동선이기 때문이다. MIT의 스타타센터는 한번 가보고 싶기도 하고 일본의 이츠쿠시마 시산는 유명한 교회건물만큼 신선하다. 자연과의 자연스러운 조우때문인것 같다. 하지만 이 세개장에서 가장 기억남는 것은 포스터와 피아노(이름이 재미있네요) 건축가, 공조엔지니어, 구조엔지니어와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언급한 부분 아닐까한다. 업무에서도 건축은 아니지만 시각적 디자인가 미케닉디자인의 설계가 다르고 그들의 서로를 이해할때 아주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결과물을 얻기 때문이다. 그래서 H/W, S/W는 합쳐야 제맛인것 같고, air conditioning을 천정이 아니라 바닥에서 하는 것도 아주 신기하네요.   


결론적으로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건축가들의 실험정신과 도전, 콘크리트, 브릭, 철제, 유리의 재질과 공간의 창의적 조합으로 대변되는 현대적인 건물들과 보스턴의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서 더 많이 이해하게 된것 같다. 나에겐 내부공간은 아치가 있는 르네상스 스타일, 잔잔한 물이 있는 건물 내외, 다양한 채광과 공간, 브릭 또는 유리박스, 기하학적 구조로 장식된 외관보다 그 평면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주는 공간그릇이 건축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됬다. 보스턴이 하나의 사례일 뿐 도시라는 건축예술가들의 거대작품속에 숨겨진 하나하나의 의미를 되새겨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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