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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_인문_사회_정치 (冊)

삶의 초짜를 위한 기초 입문서, 너도 초짜냐? - 1일 1수 대학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우다

by Khori(高麗) 202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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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년 초판 93년 2판 단기 4326년이라고 씌여있네...헐

​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내 대학시절 책상에 신역 대학/중용이란 책이 항상 있었다. 당연히 다 읽지 못했다. 오늘 뒤적거려보니 대략 59페이지 정도를 읽어낸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언제 샀는지도 가물가물하지만 그 후로도 항상 책상 위에 있어왔다. 그리고 오늘 돌아 돌아온 대학을 급하게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내게 남는 글귀들이 있고, 떠오르는 생각도 있다.

 

큰사람이란 자신을 온전히 지키고 주위 사람과 어울리며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을 말한다

 

 좋은 글귀다. 그렇다고 내가 그렇다거나,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람은 분수를 알아야 한다. 2020년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이렇게 한 해를 정리하는 날을 망상으로 보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주위 사람과 어울리는 일에 동참하고, 좋은 세상이라고 모두가 말하는 것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큰 행운이겠다는 생각은 한다.

 

건방의 형제자매들. 즉 오만, 자만의 형제와 괄시, 무시의 자매들을 멀리해야 한다

 

 건방의 형제자매들이란 표현 아주 느낌 있다. 스스로를 망치는 오만과 자만, 타인을 무시함으로 스스로 고립의 길로 들어서는 일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단지 주어진 상황에서의 선택이 깊은 성찰에 기인하지 못하고 감정과 분노가 넘쳐서 벌어지거나 자신의 욕망과 탐욕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못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도 상황인식에 대한 중요성이 나온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진실에 대해서도 말한다. 내가 매일 대면하는 유사한 장소지만, 매일 접하는 상황은 다르다. 삶이 심심하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호기심이 관심으로 발전하지 않으면 삶은 점점 더 심심해진다. 문제는 내가 어떤 상황에 존재하고 있고, 어떤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지 혼란이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불이익이 내 앞에 떡 하니 자리를 잡을 때에야 후회란 것을 시작한다. 사람은 참 더럽게 게을러터졌다. 나도 사람이다.

 

 상황을 잘 인식하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힘이 훈련돼야 한다. 근육 빵빵  슈퍼맨은 아니라도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최소한의 근력은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그 후에 지식, 협력을 통해서 상황을 인식하고 그게 걸맞은 행동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주가 할배가 왜 사서를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의 순서로 읽어야 한다고 했는지 조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내겐 논어를 읽고 나면 항상 고난의 행군이 다가오는 징크스가 있다. 3번이나 그래서 금년에도 논어를 한 번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관두자, 관둬야 한다, 관둬야만 한다고!'라는 다짐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사서의 시작인 대학을 읽고 있자니 재미와 근심이 2020년의 마지막 날에 생긴다. 에라 모르겠다. 

 

 이 책은 대학을 10개의 장으로 재구성하고,  장의 주제를 한 단어로 함축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 단어, 내일 만들어가야 할 세상을 위해서 내게 필요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각 장의 구성에 다시 5개의 소구성으로 이루어지고 다시 두 개의 단어로 함축시켰다. 목차만 봐도 대략 어떤 방향과 의미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내겐 각 장을 시작하며 저자가 남긴 글이 대학의 글보다 훨씬 더 많이 다가온다. Contemporary의 의미 때문일까? 내겐 자사(子思)가 대학과 중용을 지었던 말었던, 예기의 42편이던 24편이던 중요하지 않다. 내게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읽고 깨닫고 느끼고 그 느낌을 말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과 꽤 오래 전의 사람들이 하던 생각의 굴레를 지금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똑같은 본질적 문제로 발을 동동거리며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우습기도 하고 당연하기도 한 사실이라는 것이 우픈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입덕지문, 삶의 초짜들을 위한 입문서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들 전문가라 우기지만 시종여일(始終如一)하게 일관성을 갖고 깊이를 더해가는 삶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공들여 읽은 장은 혁신, 통찰이다. 내일을 살아내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인재, 통합, 평정, 공정은 스스로 대학과 저자의 말처럼 하고 있는지, 내 과거와 다시 대화하는 시간이 많았다. 내일도 저 의미처럼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과 근심이 동반하기 때문이다. 최진석 교수의 말 중에 '보이는 대로 보는 사람이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사람을 항상 이긴다'라는 말은 여러 번 깊이 생각하고 삶 속에서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타인을 통해서 보여지는 것과 나와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계획과 현실의 차이를 줄이는 것은 방향을 결정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쉽게는 해결책, solution이란 말을 쓴다. 문득 타인이 눈 속에 들어간 나의 그림자와 나의 차이를 어떻게 줄여갈 수 있는가? 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가를 아는 것이 내 삶에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초짜 라인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나, 그걸 알았다는 것도 기분 나쁘지 않은 2020 마지막 날이다. 그런데 제목을 너무 경박하게 달았나? '초짜 이것만 알면 벗어날 수 있다'가 더 나은가? 아니면 '초짜 10 단어면 벗어날 수 있다'가 더 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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