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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_인문_사회_정치 (冊)

인의(仁義)와 정의(正義)를 담은 소리, 혹리(酷吏)의 시대를 살아내다 - 망월폐견(望月吠犬)

by Khori(高麗) 2021.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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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가 달을 보고 짖는다'는 말은 김득신의 춘문간월도를 보면 잘 이해가 된다. 어떤 놈이 짖기 시작하면 이놈 저놈 짖기 시작하고 소란은 누군가의 시선을 끈다. 왜 개가 짖는지 알 수 없는 우리에게 보이는 것이 달이다. 애꿎게 이유를 붙여보는 것인가?

 

 

 

 망월폐견이란 말을 듣고 지록위마라는 말이 생각난다. "저것이 말이다"라는 거짓말에 대한 태도는 권력을 이해하는 잣대가 된다. 권력을 이해한다는 말이, 자신이 갖고 있는 의식과 존재성을  말에 일치시킨다는 것은 아니다. 불일치를 이해하고 새로운 일치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가? 말과 상황의 이해를 따르기 위해서 움직이는가? 그 차이가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를 가른다.

 

 이 행동이 인간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어떤 이익을 위한 것인가? 에 따라  사람의 품격도 달라진다. 내가 개와 물아일체의 경지를 달리고 있는지 아니면 떠오른 달과 물아일체의 경지를 달리고 있는지 스스로는 안다. 그러나 사람의 행동이 스스로 아는 것과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그것이 문제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세상과 물아일체의 경지에 다달아 사실을 대변한다고 하니 각자의 사실이란 주장이 부딪쳐 소란스럽다. 세상이 소란스럽다고 그 일이 항상 복잡한 것은 아니다. 정말 소란한 일인지, 소란스럽게 만드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한다. 현상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그 일을 보고 해석하는 자신의 시대의식이 중요하다. 그래야 망하는 기운을 멀리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악(惡)이 아니라 정의(正義)’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악’이라고 생각되는 일은 하지 않으며, 하더라도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그러나 스스로 ‘정의’라고 판단한 일은, 아무리 잔인하고 악랄하더라도 서슴지 않고 행하곤 한다. 역사상 모든 전쟁의 당사국들은 자국의 요구가 곧 ‘정의’라고 주장했다. 역사상의 모든 대량 학살도,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졌다. 도대체 정의란 무엇인가?"

 

 출판사가 "정의와 정의"라는 원제를 소개하며 단 글이다. 나는 모든 인위적인 것은 인간을 지향한다고 믿는다. 정치적 논쟁, 사회적 논쟁을 통해서 더 많은 인간을 위한 것을 지향하는 투쟁이라고 볼 수 있다. 화두와 세상이 엇갈리는 이유는 내가 거기에 포함된 인간인가?  문제일  있다. 이때는 감성적 또는 감정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것인가?  문제인라면 이성적 부분이 더 포함된다. 작은 차이와 선택이 세상을 보는 수준을 가른다.  또한 선택의 문제라고 치부할  있지만, 양심적인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작가도 매천 선생을 언급하듯 지식인들은 세상의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으로 대중을 이끈다. 이것이 단시 수사적 프로파간다인지 아니면 진정 세상에 공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미래를 살아갈 사람을 위한 것인지에 따라 그들의 가치도 달라진다. 고리타분해 보이는 인의(仁義)와 정의(正義)가 오랜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하는 이유다. 

 

 최근 2년간의 사회현상과 keyword를 사전처럼 펼쳐 시대를 바라보는 전우용이란 지식인의 생각은 그래서 읽는 재미가 있다. 온라인의 기록이기 때문에 진정성과 일관성을 함께 볼 수 있다. 역사학자답게 근현대사에 대한 지식과 사실을 찾아 현재까지의 흐름을 담이 현상을 설명한다. 가끔 상대방의 말로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방식을 본다. 내가 싫으면 남에게도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이것을 활용해서 타인의 틀로 타인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것은 속이 시원할 때가 있다. 몰염치에 대한 참교육이기 때문이다. 다른 생각을 갖은 사람에겐 얄밉기 그지없는 타골 선생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교양 있는 말을 누군가 일상용어와 사례로 말한다면 인기도 얻고, 욕도 많이 먹을 것이다. 그 차이가 매력이자 아쉬움이다.

 

 최근 2년, 대한민국의 이야기가 참 아쉽다.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엄혹한 시대는 세상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그 시대를 지배한 관리들이다. 전두환과 박정희를 욕하지만 그 시대를 함께 한 관리들의 욕도 어쩌면 앞의 두 시대 상징 인물이 다 먹고 있다. 세상의 나쁜 일을 모두 한 놈이 하는 경우는 없다. 세상의 잘된 일도 그렇다. 너무 단순하게 인식하는 것이 쉽지만 진실을 가리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이야기를 두루 들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세상 사람들은 욕할 호구가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이런 재미에 갇히면 개소리를 내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세상 사람들은 진실과 그 진실이 사람을 향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더 바란다고 믿는다. 이 책도  관점에서 작가의 마음을 읽어봤으면 한다.

 

 문제는 진실과 사실을 길게 지루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으니 간략 버전을 만드는 것이다. 그 간략 버전은 진실의 메아리와 개 짖는 소리로 만들어진다. 논쟁을 위해서 길고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관심이 떨어진다. 이게 참 환장할 노릇이다. 세상에 대한 최근의 간략 버전은 시대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 풍자도 아니고 해학도 없이 단지 표준말로 욕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바라보는 지식인은 세상이 더 발전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뭔가 맺힌 게 없으면 사람은 기록하지 하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기록을 전우용교수처럼 하는 사람도 드물다. 신념이 있고  용기가 있는 것이다. 

 

 시대를 풀어내기 위해 노력한 세상 사람들이 세상의 변화를 만들었고, 그들이 관리가 되고, 정치적 리더가 되었다. 민주화란 이름은 그런 시대의  땀으로 만들어져오고 있다. 그리고 밀레니엄 시대가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런데 세상은 아직도 관리인지 혹리(酷吏, 혹독한 관리)인지와 개 짖는 대전 속에 가끔 진실의 메아리가 공명하는 시대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욕은 정치적 상징이  마시고 있다. 이것 참 아이러니다. 미숙한 토론문화가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는 과정이라 이해해야할까? 여전한 개소리도 존재하고, 그 개소리도 시대의 수준에 발맞춰야 하는데 황당무계, 막무가내, 파렴치와 결부되는 것이 문제다. 사마천이 혹리 열전을 기록했다는 것을 보면 이 또한 인간 세상의 역사에 끊임없이 존재하는 과제다. 그래서 인의(仁義)와 정의(正義)도 쌍생아처럼 따라다닌다.

 

 지식인이 세상에 대한 간략하고 긴 글을 통해서 우리가 말과 글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내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참 고생이 많다. 진실을 이야기하고 관철하기 위한 어려움과 사람이 개소리로 소통하려는 진기 명기한 노력이 함께 하니 편향된 세상보다  힘들다. 어느 동네에 가면 장님과 외눈박이가 쌈박질을 하고, 어느 동네에 가면 장님이 외눈박이를 업고 길을 가니 소란할 수 밖에.

 

 그래서 나는 정말 내가 생각하는 바가 작게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내 행동이 그런 일에 부합하는지, 그것이 법과 도덕이란 규율에 벗어나지 않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정치야 개소리도 내고, 진실의 메아리도 내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고.. 욕은 평범한 내가 더 잘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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