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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_인문_사회_정치 (冊)

시종여일(始終如一)에 관한 기록 - 정관정요(貞觀政要)

by Khori(高麗) 202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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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에 현무문의 난에 관한 영화를 봤다. 영화의 구성은 초라했지만 끝까지 본 이유는 당태종 이세민이 왕위를 얻을 수 있는 결정적 사건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땅에서 재미있는 비유 중 "당나라 부대"라는 말을 생각하면 한국 사람들의 콧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른다. 그 당나라 부대의 황제에 관한 이야기를 또 열심히 읽는 것 또한 재미있다.

 

 책을 읽으며 태종과 위징, 방현령과의 대화가 많다. 은나라를 폐하고 주나라를 세운 것을 고대 시대에 동경하는 것, 노자로 지칭되는 철학과 공자, 맹자, 순자로 이어지는 유학의 혁신을 다시 이 대화 속에서 많이 느낄 수 있다. 내가 접한 유학과 도가는 항상 대립적인 구조로 설명한다. 후대의 것이 과거의 것을 부정하고 새로움을 더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삶의 과정을 보면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모든 인간은 무의에서 나와, 유의에 힘쓰다 다시 무의의 길로 회귀한다

 

 나는 노자와 같이 인간이 부정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대원칙을 바탕으로, 인간을 위한 인간의 속성을 좋을 길로 유도하는 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위징이 원칙과 섭리를 말하고, 태종은 배움의 과정에서 위징의 말을 선별해서 받아들인다. 가는 방향이 같다면 가는 방식의 차이는 틀린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운영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고자 했던 방향을 잘 기억하는 일관성이 중요하다. 사람은 상황이 바뀌면 판단이 바뀐다는 말을 아주 얄팍하게 사용한다. 그 말이 내가 모시던 황제의 목을 들고 적진에 뛰어드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의(人義)가 중요한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태종이 위징 때문에 왕 노릇을 못하겠다는 불평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위징이 신하에 대해서 다섯 가지로 분류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 과정에서 충신은 나라의 복이나 왕과 황제에겐 부인할 수 없는 통치자의 무능력에 대한 절대적 증거다. 왕도 좋고, 신하도 좋은 양신에 대한 이야기는 현대 사회에도 그 가치가 매우 높다. 누군가의 말처럼 과거의 봉건제도는 국가가 아니라 기업에 가장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한 방향성과 달리, 위징을 위시한 많은 신하들의 다양한 입장, 견해, 의견을 볼 수 있다. 황제의 말 한마디에 목숨이 떨어지는 시대에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일견 대단해 보인다. 현대 사회에서 사장 아니 상사에게도 올바른 의견을 내는 것도 괜히 미움을 살까 조심스러워하는 우리를 보면 대단히 용기 있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을수록 위징의 위대함은 당 태종의 관용적 태도, 학습 정신, 스스로 틀릴 수 있다는 열린 사고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무대를 만들어 낸 사람, 절제를 통해서 항상 무엇인가를 얻는 것과 무엇인가를 지키는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가 수나라 시대를 거쳐 왕까지 오는 삶이 마치 창업자와 같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나이의 천자라는 성취에 멈추지 않고, 또 다른 수성의 길에 있어서 매우 소중하고, 정성을 들인 자세의 덕이다. 태자의 신하인 위징을 취하고 그를 통해서 배우는 자세만으로도 그가 보다 가치 있는 것을 분별하는 역량이 뛰어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통치란 운영, 인재에 대한 강조, 의견의 수렴, 관리의 선발에 대한 내용은 조직으로 대변할 수 있는 현재 사회의 모든 것에 펼쳐놓고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 조직의 성패란 물이 무엇을 띄우기만 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쓰레기도 넓은 바다로 나갔다 어딘가의 해변에 떠오른다. 물이 어떤 배를 띄우고자 하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누군가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스스로 어떤 모습으로 떠오를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세상엔 일단 뜨고 보자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쓰레기는 어차피 쓰레기로 떠오를 뿐이다. 이것은 배움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더하는 것과 세상의 진실은 소멸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함께 보면 생각해 볼 부분이다. 도덕, 법규, 예법, 변방의 정책의 조직 문화를 정비하는 곳에도 검토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무엇보단 신종의 구절이 가장 중요하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외면하며 욕망을 채우는 문제와 지속적으로 갈등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왜 반복될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인간이 갖고 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고, 본성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달리 계속된 선택의 연속일까?

 

 1천5백여 년 전의 이야기를 보며 현대 사회를 다시 보면, 인간의 잔머리와 교묘한 머리는 여전하다. 많은 이야기와 책을 통해서 망할 만한 것은 망하고, 흥할만한 것은 흥한다는 사실을 안다. 흥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이 많은 것이 아닐 수 있다. 흥한다의 정의가 다를 수 있지만, 욕망의 입장에서 보면 다양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선택할 것인가? 절제할 것인가의 문제 속에서 인간은 매일 고민한다. 별것 아닐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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