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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_인문_사회_정치 (冊)

세상을 품어 내일을 뱉다 -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by Khori(高麗) 2021.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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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년에 사서 읽고 내가 주변에 가장 많이 사준 책이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다. 지인들, 해외에 있는 교포분들에게도 책을 읽는 취미가 있으신 분들에게 사준 책이 10권이 넘는다. 왜 그랬을까? 내가 깨달은 앎을 타인도 알았으면 하는 바램과 그 상대방도 혹시 읽고 현재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누군가는 책을 읽고 아프다고, 나는 아프다기보다 강렬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이 좋았다. 특히 시대의 결핍에 대한 철학자의 의견 중에 경청할 부분이 많았다. 사실 시대의 상처와 아픔을 정확하게 진단하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책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를 보면 사뭇 어조가 다르다. 그가 쓴 노자에 관한 책에도 강건함을 느꼈다. 내겐 노자는 흐르는 물과 같은 부드러움이 아니라 읽어볼수록 부드러운 흐름 속에 단단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떨 땐 무섭기도 하고 경외감이 들 때가 있다. 연체동물과 같은 부드러움과 거리가 멀고, 유연함 속에 티타니윰과 같은 강인하고 부러지지 않는 뼈대가 자리 잡고 있다는 느낌이 온다. 그 말대로 따라 하다 내가 베겨나지 못하겠다는 생각과 매력이 함께 있다. 그것을 풀어내는 그의 말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도움이 되고 부족하지만 일부는 따라 해 보려는 부족한 노력을 하는 중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책을 읽으며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시선과 그의 시선을 찬찬히 생각해 볼 기회가 된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 선생님이 차근차근 필요성을 강조했다면, 이번 책은 시대에 대한 진단을 많이 담고 있다. 그러나 세상을 조망하고 관찰하는 철학자에서 언과 행의 일치를 치열한 삶을 통해 실현해나가고 있는 최진석의  뜻이 담겨있다. 강렬하고, 진중하다. 

 

 상당히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을 통해서 나는 많은 단어를 또 깨닫게 된다. 단순한 사전적 의미에서 이 시대에서 이런 단어들이 우리의 미래와 함께 생각할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나 자신을 알게 되고, 내가 보족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좌절이 아니라 그 결핍을 채우는 방향으로 스스로 동기 부여하는 과정이 될 수 있고, 그 방향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세워 나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려서 박사(博士)를 보면서 '넓을 박', '선비 사'라고 보면 두루 넓게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만 아는 바보'라는 말을 듣게 됐을 때와 비슷하다. 그 길보다 세상을 두루 넓게 돌아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지만 살아낸다는 것이 큰 차이는 없다. 차이는 스스로 공부하고 경험한 두 가지 지식과 경험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가 발현될 때 한 발 더 나아간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물론 내 마누라는 "어렸을 때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지" 또는 "자격증이라도 따던가?", "책을 백날 읽으면 뭐하냐?"라는 말을 할 때가 있었다. 지금이라도 책을 읽고 공부하니 이 꼬락서니라도 유지하는 것이고, 자격증이란 것이 유용하지만 실력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고, 책을 읽어서 횡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산다. 

 

 그런데 이 책에서 두루 넓게 알려면 높아야 한다는 입체적 표현을 접했다. 내가 실존하면 세상을 2D로 보고 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하며 vector적 사고란 생각을 하면서 실제로는 까막눈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3차원과 4차원의 그림자를 밟고 사는 인간인데 나는 겨우 2차원과 가끔 4차원의 그림자를 엉뚱하게 생각하는 무녀리의 수준에 머물렀다는 생각이 든다. 무지, 앎, 높이, 시선의 중요성이 말과 글을 입체적으로 이해함으로 생각을 보다 입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얼마나 노력해야 하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또한 모두 나에게 달린 일이다. 

 

 이 생각을 상당히 노자적으로 설명해 준다. 연장선상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모습과 일갈은 매우 강렬하다. 선과 악, 대립의 구조로 세상을 읽지 않는다. 실존적이고 실질적이다. 마치 조선말 실사구시를 강조하는 느낌도 있지만 그보다  높은 이상을 말한다. 책의  구절에 스스로 미쳐가고 있다는 표현에 살짝 웃음이 났다. 인간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아마 저자도 외눈박이가 장님 나라에서 백날 떠들어도 미쳤다거나 이상주의자라는 소리를 듣기 쉽다. 사실 옛날 미친 사람들의 말이 시간이 흘러가며 옳았던 경우도 많다. 나는 그가 주장하는 바가 시대의 의식 수준, 문화 수준을 높이는 통렬한 깨달음의 베풂이란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세상이 그의 뜻대로 빠르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수준에 만족하고 그에 따른 이해관계와 역학관계라는 구조가 하루아침에 깨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용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땅에 국가가 존재하고, 나의 자식과 후손들이 대한민국이란 국가에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작은 실천, 노력이 나를 바꾸고, 주변에 영향을 주고, 사회에 목소리로 모이면 세상은 천천히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조금 더뎌도 변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세상의 변화와 맞물려 둥글게 둥글게 변해갈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물가의 둥글둥글한 돌들이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하게 깎아낸 것이 아니라 많은 상처를 품고 둥글게 둥글게 변해가듯 그렇지 않을까?

 

 현재 시대에 대한 정치적 관찰과 평가, 그리고 세상의 아픔을 진단하고 맞서는 노교수의 용기는  대단하다.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에서 보면 분명 불편한 이야기가 있다. 그의 말처럼 감성적인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진단이 틀렸는가? 나는 그렇지 않은 부분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단지 내가 지지하고 선호한다는 감정이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아프고 불편하지만 발전은 현재를 부정하고, 나를 부정함으로  공간을 새롭게 찾아내는 형태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일반적인 사람들은 "왜 부정적인가?", "왜 화를 내는가?"라고 말할 때가 있다.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상태를 유지함으로 도태되거나, 상태가 악화되거나,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순간의 달콤함 뒤에 닥칠 환란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저자도 그런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미친 상태다. 콩깍지가 씌면 뵈는 게 없다. 그럴 때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예쁘게 미치면 발정 난 개와 다름이 없다.  우리는 예쁘게 미치는 것은 중요하고, 제대로 미치는 것은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지 생각해  일이다. 불광불급이란  인생에서   경험해  필요가 있다. 실패는 일상다반사다. 실패를 통해서 어떤 배움을 얻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가는  드문 일이다. 나는  책을 읽고  삶의 맥락에서 어떤 새로움을 만들어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망하는 과정을 망하는지 모르고 지켜볼 것인가? 여러 가지 생각과  매일매일 살아내기 위한 과정에서 해야 할 것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이 모든 사람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읽고  뒤 스스로 거리가 멀게 느껴지면 덮을 수 있다. 그러나  차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차이가 있는지를 생각하고,  저자는 이런 주장을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나를 돌아본다면 조금이라도 나아가는 힘이 붙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사, 동서양 철학, 시대를 넘나드는 탁월한 생각 그러나  들어보면 참으로 상식적인 부분이 많다. 이성이 감성을 제압하고 보이는 대로 봐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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