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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 (劇)

시대를 함께 한 인간애 - 굿바이 마이 러브 NK : 붉은 청춘

by Khori(高麗) 2019.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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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 (★)

 휴가 때 보려고 기다리던 영화다. 이 영화의 감독도 배경도 몰랐다. 잠깐 소개글을 보게 되었는데, 성바실리 성당 앞에서 찍은 한국 사람들의 사진 포스터에 관심이 간다. 자주 가본 곳이라는 익숙함과 대체 이 사람들은 누구지? 테트리스 건물 앞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 흑백 영상의 복고풍의 복장이 어떤 영화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갖고 있는 생각과 경험을 비교해 본다. 

 

 한국 전쟁시기에 8명의 북한 젊은이들이 모스크바로 유학을 간다. 그들이 유학을 간다는 사실은 실력외에도 북한의 체제에서 엘리트라는 것을 입증하는 사실이다. 그 예술인들을 찾아서 한국인 감독이 그들의 역사와 현재를 취재한다. 시간을 보면 장기간에 걸친 인터뷰와 러시아, 구 러시아 연방국가들을 돌고, 다양한 그들의 기록을 취재한 결과다. 예술인이 예술인의 역사를 찾아서 기록한다는 것이 좋다.

 

 그 8명의 중 영화에는 2 명의 생존 인터뷰가 있다. 그들이 그 시대를 살아가며 갖고 있던 생각, 소비에트에 망명과 함께 체류하게 된 사연, 무엇보다 그 8명이 혈육과 같이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하며 살아온 인간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그 삶의 진실함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북한의 역사를 나도 잘 모른다. 한국전쟁이후 그들의 변화도 모르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계열의 독립운동도 잘 모른다.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마오쩌둥과 만리장정을 하고 한국전쟁에 참여한 엄청난 조선인의 배경도 중국판 한국전쟁이란 책을 통해서 좀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 의용대 출신이 다시 북한에서 버려서 러시아를 떠도는 삶은 참으로 착찹한 한반도의 삶을 대변한다. 중국에 생존한 조선인 위안부의 이야기처럼 그들의 이야기가 현재를 돌아보는 이유가 된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갔을 때 마치 우리나라에 온 기분이 들었다. 워낙 중고차 수출이 많다보니 익숙한 택시, 시내버스가 도시를 활주했다. 백러시아 계열의 백인보다는 우리와 익숙한 사람들이 많았다. 스탈린의 강제이주에 따라서 흩어진 고려인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다. 그곳 알마티가 그들에게는 잊었던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 슬픈 역사의 한 편을 또 장식한다.

 

 80분의 길지 않은 런닝 타임이다. 하지만 북한, 대한민국이라는 분단의 현실보다 해방전 태어나, 엄청난 격변의 시대를 살아낸 예술가들의 삶을 소중하게 기록했다. 

 

 우리가 태어난 곳을 고향이라고 말하고, 우리가 돌아갈 곳을 무덤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고향만큼 따뜻한 우리가 돌아갈 길을 생각하게 한다. 고려인, 조선인, 북한 사람이란 다양한 표현보다 8명의 소중한 청춘들이 국가라는 이름하에, 이념이라는 구속아래에서 자신들이 지키고자 했던 예술, 돌아갈 수 없는 조국에 대한 사랑, 현실에 대한 몰입을 들어볼 수 있다. 모두 진이라고 이름을 바꾸자고 했고, 그렇게 이름을 바꾼 한진, 아이들은 서로 안드레이라고 이름을 짓는 결속의 모습이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고 나아가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진의 부인이 말하는 인터뷰가 더 마음깊이 다가온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 차분하게 한번 감상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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