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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반성하여 내일을 준비한다 - 2020

by Khori(高麗) 2019.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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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반성하여 내일을 준비한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고 새해가 되었을 때 원자바오가 한 말이다. 원자바오의 말은 참 평범한데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면 항상 생각난다. 나를 볶아대는 여러 사람이 출현하기 시작되었다는 말이다.

 

 Winter is coming이고 세상을 돌아보면 오늘같이 사업계획을 마무리하고 출장을 준비하다 보니 처량한 생각이 든다. "절이 싫으면 떠나는 중은 없다. 절이 싫으면 중이 미쳐 돌아가고, 중이 미쳐 돌아가면 다시 절이 미쳐 돌아간다. 그렇게 소란하다"  하긴 아침에 출근하는데 마나님은 '회사 떼려 치고 요즘 놀러 다니냐?'는 웃지 못할 소리를 한다. 출장가방 싸는 나는 참 억울하다. 해외영업이란 겉은 번지르르한 인텔리전트 3D업종이 가족에겐 참으로 미안한 직업이다. 

 

 2006년을 넘어설 때부터 무엇이 잘 된다는 소리를 듣기 힘들다. 우리도 벌써 13-4년이 지났지만 과거 못 살던 시절의 고도성장의 여운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득 수준에서 고도성장은 힘들다. 그 공백만큼 허전하다. 그 허전함은 몸을 움직이는 물리적 단계에서 지적 활동의 결과물로 채워야 한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일본과 비슷한 패턴이지만 일본과 같은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2019년엔 흰머리가 많이 생겼다. 나는 왜 흰머리가 안 생기냐는 타박을 하던 사람이 졸고 있는 머리를 솎아보며 "망했네 망했어"라는 혼잣말을 했었다. 이젠 타박을 안 한다. 듬성듬성 우후죽순으로 자라고 있다. 돌아오지 마라 18년이라고 했는데, 19년도 막상막하였다.

 

 1월부터 Brexit로 인한 널뛰기, 견조한 환율의 상승, China-ban으로 인한 반사이익과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기준 없는 cyber security 대응, 미국 수출에서 조건부이던 UL기준의 강화, Huawei-ban과 다양한 무역제재가 제품, 솔루션 개발에 미치는 영향과 사업 여파, 기술 트렌드에 따른 AI & Cloud, 다시 불확실성이 연장되는 brexit, 친한 고객의 죽음,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조사, 물레방아처럼 돌아가는 쉼 없는 고객들과 협상, EU의 slow down, 매일 총질하고 쌈박질로 어수선한 중동, 프로젝트 성공과 실패, 내년 엄청난 성장을 보장한 수주와 공급계약, 쉬지 않고 일어나는 문제와 대책의 연속이다. 세상은 변하고, 그 변화는 나에게 도전이며 두통 꺼리다. 참 쉬질 않아 체력도 좋게. 

 

 그 속에서 해외영업본부를 구성한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해 본다. 다들 정신없이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이 달엔 회식보다 홍삼 엑기스라도 먹이며 건강을 챙겨주었다. 다음 달엔 회식이라도 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의기투합을 해야겠다. 미래를 먼 저 살아가야만 하는 해외영업은 벌써 내년 일 년을 결정한 일을 협상하느라 두통거리가 가득하다. 다들 부지런하다.

 

 작년에도 사업계획을 하고 나서 혼자서 상상을 해봤다. 이건 잘 될 것 같고, 저건 하기 해야 하지만 힘에 붙이는 것이 있다. 예측보다 빨리되는 것과 잘 안될 것, 내가 생각하는 만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보조를 잘 맞출지, 그렇지 않을지, 또 장담하지만 실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생각지도 못한 불행과 행운도 있다. 전체 의견을 조율해서 사업계획을 마무리했다. 나 스스로 혼자 contingency plan (plan B)을 작년 12월에 예측했었다. 잊고 있다 펴보며, 깃대 꽂고 돗자리를 깔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식 사업 계획하고 금년 결과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나만의 예측과는 0.01% 정도의 오차범위다. 작년보다는 성장률이 크다. 더 크게 성장할 기회를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게 또 실력이다. 원래 갸가 뒤로 대머리라 머리끄댕이를 잡을 수가 없다. 가끔 다른 걸 잘 찍으면 지금 팔자가 다를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

 

 내년 사업계획을 하며 나만의 예측은 안 하기로 했다. 맞아도 무섭고, 안 맞아도 무섭다. 그냥 숫자만 써서 내고 싶지만 해외사업본부는 소속된 기업의 엘리트 집단이란 자부심을 갖고 산다. 이보단 요구사항을 이럴 때만 많이 받는 부서다. 잘하면 더 하라고 지랄, 못하면 왜 못하냐고 지랄이 대풍인 부서다. 미생이 대사처럼 대한민국의 가장을 누가 동정하나? 동정할 가치도 없으니 그냥 혹독한 세파를 넘으며 사는 거지. 

 

 귀찮지만 대, 내외 환경 분석을 조금 몇 자 적었다. 이런 건 어르신들이 좋아한다. 잘 이해하면 전략 시나리오를 생각할 때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거 쓰기 사실 쉽지 않다. 막 쓰면 어찌나 트집들은 많은지. 3C 분석, STP, SWOT 분석이라고 쓰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조금 추가했다. 발표에는 항상 반대의견과 관점이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것까지 생각해서 지퍼 채워주려고 요리저리 머리를 굴려봤다.

 

 사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 해석을 현실로 어떻게 끌고 올 것인가? 어떤 행동으로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다. 성공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무엇보다 방향이 중요하고,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대로 봐야 전쟁터에서 사망사고를 피할 수 있다. 한 달 전부터 팀장들을 의견을 standing meeting, tea time을 할 때 쪼개서 물어보고 의견을 주고받다 보니 사업계획은 원활하게 끝났다. 사실 하던 대로 숫자 쓰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다. 더 높게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다. 정작 발표날엔 출장이라서 팀장들이 분명 속으로 이랬을 듯하다. '아니 누굴 불판에 튀길라고' 라는 합리적 의심에 대해서는 잘 정리해서 보고 했다. "불만 있으면 돌아와서 해주께"라는 정중한 표현을 보냈더니 눈치 빠른 사업 지원 대장이 "심각하게 유감스럽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내 관점에선 앤 참 눈치가 없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드네. ㄱㄴㅈㅅ

 

 내가 제갈량이 스티브 잡스보다 뛰어난 이유는 한 가지다. 그가 없어도 돌아가게 대책을 세웠기 때문이다. 나도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해외사업본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왜냐하면 그래야 내가 한가하게 딴 걸 하던 놀던 할 것 아닌가? 그 과정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잘 되었으면 하는 일이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되고, 때가 된 사람들은 승진이 예상된다. 조직에서 보호받고 안심하고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은 보람 있다. 더 높게는 세상이 그 사람들을 탐내는 사람들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사람은 강제로 바꾸면 싸운다. 단지 그들이 바뀌도록 넛지나 자극을 줄 수 있을 뿐이다. 팀장들이 조금 지랄을 해도 내년에는 "나를 위한 학습"이란 꼰대 짓을 조금 하기로 했다. 

 

 공부를 해야 남을 주고, 남을 줘야 대우를 받는다. 줄게 있어야 더 좋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알아서 잘해야 또 내가 편하기 때문이다. 너무 이기적인가? 내년에는 나도 막연하게 책 읽고, 영화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는 것보다 결과가 있는 공부를 잠시 해보기로 했다. 금년엔 on-line NBA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강 철저히 하고 있다. 이 보다는 좀 다른 것을 해보려 한다. 어차피 해도 지랄, 안 해도 지랄, 하면 더 지랄인 게 세상 아닌가? 끝이 없어 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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