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그런데 속도에 대한 조바심이 생긴다. 물리적인 속도는 빨리 달려가는 것이지만, 인생을 살며 빙빙 돌아가지 않는 것도 속도를 올리는 법이다. 속도란 것도 상대적이다. 이렇게 머리가 복잡할 땐 느긋하게 영화를 보는 것이 책을 읽는 것보단 낫다. 오랜 시간 나에게 남은 휴식의 방법이다.
첫 장면부터 '킹스맨'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액션과 빈티지 맛은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1, 2편의 화려한 액션으로 기대감을 세우고, 집중된 시선들을 향해 이야기를 한다. Why King's Man? 시간이 길게 펼쳐져 있지만 시간을 거슬러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킹스맨의 스토리 텔링은 자신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세상의 이야기다. 이 한편은 조금 전과 다른 느낌이지만, 길게 3편을 보면 좋은 구성이다.
첫 장면에 엄마인 에밀리가 아들 콘래드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다. 아서왕이 원탁에 앉는 것을 평등의 상징으로, 특권을 갖은 사람들이 지위 뒤에 숨지 않고 좋은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한 마디가 이 영화의 전반에 흐르는 스토리를 잡아주는 중심 추라고 생각한다. 절대 잊지 말라는 그 말과 똘망똘망한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이런 엄마의 말을 까먹거나, 따르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1800년대 후반부터 1920년 정도의 시간에 나타난 많은 사건을 역사와 결부해 이끌어가고 있다. 그 속에 옥스포드 공작과 악으로 상징되는 목자가 있다. 세계사와 근대 유럽의 배경지식이 있다면 스토리가 참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구성되었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의 그들의 말과 행동, 사고방식과 태도를 통해서 한쪽이 좀 더 동물적이거나 본능적이고 또 다른 한편이 인간적이란 생각을 해봤다. 사실 이런 내 생각도 편견에 불과하다. 재미있는 것은 나는 100년 전의 역사에 스토리를 입힌 현대적 이야기가 현대의 이야기를 100년 역사에 꿰어 맞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 때나 지금이나 뭣이 다른데.
중요한 사실은 엄마의 말이 시대를 넘어 유효하다는 것. 특권도 언젠가 끝나고 또 그 위치가 바뀐다. 사람은 자신의 위치에 맞춰 살아가고 또 그 위치의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노력하는 길 밖에. 이왕이면 옳은 길을.
#킹스맨 #영화 #khori #평등 #노블리스오블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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