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와르 장르를 좋아한다. 어려서 경찰이 되겠다고 경찰대 시험도 보고, 신체검사에서 떨어진 것이 불운인지 행운인지 알 수 없다. 지금은 글쎄? 현실에서 경찰은 안 보고 사는 것이 좋은 일이다. 같이 시험을 본 친구는 지금 과장급인데 나만 보면 '유능한 경찰이 되었거나 객사했거나'라는 농담을 던지며 놀린다. 나도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라는 공감을 보이며 맞장구를 쳐주곤 한다.
영화를 보면서 자꾸 다른 영화가 생각난다. 왠지 모르게 스토리에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비슷한 구조를 느낀다. 설경구가 경찰이었다면? 왠지 느낌이 그렇다.
영화를 보면서 급격한 고저가 없이 무게감을 주고 스토리를 밀고 나간다는 생각이다. 급격한 업다운이나 큰 반전이 없다. 오히려 반전 대신 친절한 설명이 넘친다. 그만큼 스토리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좋은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특색 있고 개성 있는 배우들이 많다. 연극배우 출신들이 많아서인지 오히려 최민재(최우식)가 어색한 느낌이 들 정도다.
스토리는 결국 누군가의 관점이다. 영화를 보고 군사분계선 이쪽과 저쪽에는 노선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마주 보고 있지만, 비무장지대에서는 이쪽, 저쪽 그리고 여러 나라 것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 각자의 생각과 시선은 다르지만 그 경계를 넘는 것을 모두 지켜보고 관리한다.
법이라는 것도 경찰, 검찰, 법관이 대상자가 위법을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를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그 기준은 법이다. 법조문의 글자는 웬만하면 잘 변경되지 않고, 변경돼도 미비한 수준인데 그 법조문을 들고 판단하는 인간은 다양한 결과를 많이 만들어 낸다. 인간은 완벽하지 못하고, 완벽하지 못한 만큼 스펙트럼 넓게 신기방기한 표본을 산출한다. 경계선이 잘못되었다기 보단 경계를 지키는 녀석과 그 녀석이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스토리가 나온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경계선이 움직일 리가 있나? 내 느낌과 생각이 움직이겠지. '법조문과 부합한다',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세상 아닐까?
경계선을 넘지 않고 저쪽은 나쁜 놈이라고 말하는 관료, 현실적으로 양쪽의 경계선에 한 발씩 담근 현장의 실무자, 규정에 따라 경계선에서 한 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용을 쓰는 초짜가 어울려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누가 옳은가?'와 같은 식상하고 수준 낮은 질문은 안 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누가 되었던 올바른 방향을 가고 있는가의 문제다. 그런데 영화는 혼란스럽고 묘하게 무엇인지 맞춰보라고 질문을 던진다.
불한당에서 '세상의 본질에 가까이 갈수록 일찍 죽는다'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어느 누구도 본질에 다가가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것을 넘으면 박진감은 좋아지고 통쾌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러지 않는다. 이런 모습은 경계에 머문 사람들의 한계일 수 있고 또 작가도 명확한 확신을 갖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그나마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 더 나쁜 사람들을 잡는 경찰이 되겠다는 것이 작가의 작은 희망이 아닐까 한다.
되지 말라는 경찰이 된 자와 정말 제대로 된 경찰이 되려는 자들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의협의 느낌이 잔잔하게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기준은 사회적 약속인 법과 제도다. 더 큰 악을 잡기 위한 불법이 영화처럼 용인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현실에서는 제도는 그런데 용인이 되기도 하나? 그것이 우리의 문화적 수준이란 점은 좀 생각해 볼 일이다. 일반 회사도 말단 직원이 벤츠 끌고 회사 가면 눈치를 먹을 텐데.. 아무렴 아직 아니지. 아직 갈길이 많은 현실이다. 영어 제목을 발음하기 힘들게 'policemen's'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경관의피 #조진웅 #최우식 #박정범 #한국영화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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