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169 ~ BC 141
한문제, 한경제의 편이 권 15와 권 16에서 다뤄진다. 자치통감 2권을 읽었으니, 곧 자치통감 3권을 시작해야 한다. 1권에 일주일의 시간을 들여서 읽고 있다. 1권이 자치통감 8권~10권을 대략 포함하는 것 같다. 294권을 읽어야 한다면 이제 겨우 5%의 진척률이다. 그래서 마지막 10권을 펴보니 권 81까지다. 갑자기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안정되면 재미있는 일은 없다. 그 안정을 위해서 세세한 조율 작업, 점진적 개선 작업이 많다. 써 놓고 보니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세상이 어수선해야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고 해야 할 순 없다. 그런데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내가 그 속에서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가 역사를 그 시대의 눈으로 읽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현재를 위한 생각 때문인가?
이전에 가의가 긴 상소를 올리더니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이젠 조조가 나와서 긴 상소와 간언을 더한다.
'무기가 예리하지 못하면 그 병졸들을 적에게 내어 주는 것이나 같다. 병졸을 쓸 수 없다면 그 장수를 적에게 내어 주는 것과 같다. 장수가 병법을 모르면 그 군주를 적에게 내어 주는 것과 같다. 군주가 장수를 제대로 택하지 못하면 그 나라를 적에게 내어주는 것이나 같다'. 참으로 당연한 말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 직면한 문제의 상당 부분은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되지 않는 것이다. 지위에 부합하는 책임과 역할이 있고, 그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권한이 있다. 지위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그 직을 수행할 능력과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올바른 성품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당연한 말을 인간이 몇 천년 간 타인에게 하고 있는 중이다.
조조가 한문제에게 길게 상주한다. 이 긴 말을 통해서 세상이 운영되는 순서와 자신이 깨달을 세상의 이치와 순리를 차분이 이야기한다. 그 내용을 지금 시대에 대입하면 대단히 진보적이고 상식적이란 생각을 한다. 농사에 근본을 두고, 농사를 장려하기 위해서 곡물값을 올려주고, 백성들에 대한 상벌을 곡식으로 하며, 곡식을 받고 관직을 내어주고 작위를 내준다는 정책이다. 그 결과는 '부자는 작위를 갖게 되고, 농민은 돈을 갖게 되며, 곡식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됩니다. 곡식을 바치고 작위를 받으려는 사람은 모두 여유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여유가 있는 것을 가져다가 위에서 써야 할 곳에 공급해 준다면 가난한 백성들의 부세 부담은 줄어들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지금은 화폐가 그 역할을 한다. 돈으로 관직을 사는 것은 불법이고, 조세부담을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부과하는 누진제가 진행된다. 그러나 골고루 배분되지 않는다는 문제는 지금이나 기원전이나 차이가 없다. 현재도 경제문제와 관련하여 정반대의 정책이 난무한다. 답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문제와 인간의 가능성일까? 이 문제는 영원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간사하게 변하고, 세상의 변화에 따라 적절함의 기준도 변한다. '골고루'라고 말한 것이 개량적으로 측정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혹시 답은 개량적 숫자에 대한 기준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씀에 있는 것은 아닐까?
신공과 백생이 목생을 일으켜 세우고 말하자 목생이 대답한다. '주역에 이르기를 기미를 아는 것이 바로 신이다. 기미라는 것은 움직임이 아주 미미하지만 길흉을 미리 나타내 보인다. 군자는 기미를 보고 행동하는 것이지 종일토록 기다리지 않는다라고 했소'라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한자성어인 견소왈명과 같은 말이다. 큰 일은 작은 일에서 시작하고, 작은 것을 보고 큰 일을 현명하게 예측한다면 지혜롭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지식, 논리적 추론, 경험을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무지란 다가올 일에 대한 이런 정보가 없다는 것이고, 없는 분야의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즉 대응한 coverage가 줄어들면 다가오는 문제가 나에게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옛사람들이 '공부하라!'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런데 공부를 해도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라"라는 말이 야속한 것은 문제를 대응하고 난 뒤 내가 어리석은지 현명한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속해봐야 어쩔 수 없는 환경이다. 그래서 세상은 動적으로 살아야 한다. 변화를 대응하고, 변화를 만들고, 변화를 함께 하고 즐기고. 현명하고 지혜롭게.
책을 마치는 부분에 다가오는 시대에 대한 근심이 있다. 이런 표현을 통해 앞으로 세상의 변화를 책처럼 알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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