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86 ~ BC 68
무더위가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나마 여자 배구 경기가 주는 즐거움이 넘친다. 축구는 극락과 나락을 함께 하며 사라지고, 오늘은 야구 경기를 한다. 그것도 한일전이다. 한일 간에 스포츠를 하지만 마음가짐엔 스포츠 정신이란 없다는 것이 문제 아닐까?
2개월간 7Kg 가까이 체중감량도 했더니 기력이 없는 것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생각이 많고 몽롱하다. 그 와중에 자치통감을 읽는다는 것이 제정신인지 노력의 한 단면이지 알 수 없다. 자치통감 3권, 원서로는 자치통감 권 23, 권 24를 읽는데 이 부분은 참 재미가 없다. 그렇다.
한무제도 죽고, 이어서 왕이 된 똑똑한 한소제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창읍왕이란 녀석을 데려다 놨더니 왕 노릇이 아니라 왕놀이에 여념을 다하다 폐위된다. 우리 주면에도 사원인지 사원놀이인지, 부장인지 부장놀이인지, 사장인지 사장놀이인지 그렇다. 세상을 돌아보면 공무원인지 공무원 놀이인지(별정직,선출직 포함) 알 수 없는 것들도 많다. 내가 모든 자격증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격을 유지할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재점증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법률자격을 딸 때야 법을 수호하겠다는 마음이었겠지만, 나중에 법을 피해다는 일에 몰두하는지 알 수가 없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직분과 실력을 위해서 최소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미안하지만 검증이다. 왜 학교다닐때 한 번만 보면 되지 시험을 자꾸 보나? 왜 어르신들 면허증 반납을 하지?
그리고 한선제가 들어선다. 유 씨 집안 가족사라고 생각하면 집안이 편한 날이 없다. 높은 자리에 올라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 인간 개인에게 즐거움인지 알 수 없다. 그런 사이사이에 왕의 피가 흐른다는 블러드 코드에 따라 왕이 되고 싶어 환장한 되지도 않는 녀석들도 많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 명문장인 이유다. 되는 집은 될 만하게 돌아가고, 안 될만한 집은 안 될만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가족사를 떠나 나라의 역사로 보면 많은 군신들이 시대의 소명을 받아 역할을 한다. 국가를 세우는 것은 왕이 될 자의 노력과 역할이 크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많은 지식인과 시대의 안목을 같은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혓바닥 조금만 잘못 놀려도 목이 날아가는 가혹한 환경이랄까? 차라리 관직을 받는 것이 살얼음판 같아 보인다. 그런데 장사를 했던 이력이 있거나 그러면 징집 대상 최우선 순위라 이건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도통 살만한 시대가 아니다. 전 국민의 농부화를 주장하며, 일부 사대부라고 해야 할 지식인, 그리고 원래 블러드 코드에 따른 황제와 제후들의 시스템이 그 이전보다 조금씩 진화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진보한다는 생각보단 매우 더디게 온갖 일을 하면 "이건 아닌가벼"를 배워간다는 생각도 든다. 현대 사회가 그만큼 엄청나게 많은 정보, 데이터, 네트워크를 활용한 속도의 시대를 산다는 생각을 한다.
백성들은 소금, 쇠, 술의 전매와 균수관 제도를 철폐해 천하의 이익을 다투지 않음으로 절약하는 모습을 보이자고 한다. 한소제가 조서를 내려 유학자들과 지혜로운 사람들에게 문고 듣게 된 답이다. 관자의 호리오해(백성은 이익을 좋아하고, 손해를 싫어한다)는 관점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나라의 이익을 나누자는 것은 기준이 있어야 한다. 세금을 전 국민이 나눠 쓰면 큰돈이겠지만 그럼 도로는 무슨 돈으로 깔고, 군수장비는 누가 사나? 일제 식민지 시대처럼 재벌이 비행기 한 대씩 헌납하고 훈장 받는다고 해서 나라가 돌아가겠나? 이때에 상홍양이 난색을 표하면 말한다. "이는 국가의 대업으로 사이를 제압하고 변방을 안정시키는 데 족히 써먹을 수 있는 근본 계책이다. 결코 폐지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코로나로 일분 산업은 좋은 기회가 되고, 대부분의 산업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나라의 세금을 어떻게 쓸 것인가? 그것이 국가의 생존, 국가의 대업을 유지하는 근본인가를 현재의 상황과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전 세계가 전쟁도 아니고 역병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무엇이 중요한지 사람들이 잘 이해해야 정치한다고 나서는 것들도 정신을 차린다. 지금은 생존의 문제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4세의 한소제가 보여준 일화는 기가 막히다. 총명하기 그지없다. 시간이 순서에 따라 분석하는 역량, 사람에 대한 편견 없이 사실에 입각한 판단력이 좋다. 하늘이 그를 시기했는지 젊은 나이에 요절한다. 당나라의 이덕유가 한소제를 평한다. "인군의 덕은 지극히 밝은 것보다 더한 것이 없다. 밝혀 간사한 것을 비추면 온갖 사악한 것이 스스로 감출 길이 없게 된다. 한소제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주성왕은 한소제에 비해 덕행 면에서 부끄러운 점이 있다. 한고제와 한문제, 한경제 모두 한소제만 못하다"라는 극찬을 남겼다. 선대 왕들의 업적과 재능은 다르다. 대단히 유교적 관점의 평이라고 할 수 있다.
"여우처럼 의심하는 마음을 지니면 참언을 일삼는 도적의 입이 온다" 이런 속담은 처음 본다. 내 마음에 의심이 생기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런저런 말이 들린다. 그리고 사실에 입각한 분석이 아니라 내가 듣고 싶은 말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는 말처럼 들린다. 결국 내가 어려운 상황이나 힘든 상황에서도 얼마나 평정심을 유지하고 냉철하게 생각할 수 있는가? 그것이 나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창읍왕의 공신 공수는 참으로 진실하다. 그가 모시는 왕이고, 황제가 된 창읍왕에게 "대왕은 제후왕의 자리에 있으나 행동만큼은 서인보다 더러워 살아남기 힘듭니다. 쉽게 패망할 소지가 크니 반드시 이를 깊이 헤아리기 바랍니다"라는 돌직구를 날린다. 그 외에도 여러 차례 유사한 진언을 한다. 이런 말을 동등한 지위에서도 듣기 싫어할 텐데 왕이 들어준다는 것도 참 대단하다. 조직 팀장, 대표이사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쌍 싸대기 아니면 해고 통지가 난무할 것이다. 들어줄 사람이 1%는 될까? 궁금하네... 공수를 돌아보면 자신의 신념과 소신, 타인이 잘 되기 바라는 진실한 마음이겠지만 이런 진실된 모습이 사실 세상에서 대우받기 힘들다. 집 밖에서는 대우받겠지만, 집안에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틀린 것은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 부드럽게 말하느냐가 관건인데 저런 성격에 그런 일이 잘 되는 경우가 드물다. 드센 팔자란 생각이 든다.
'조한광은 하인배를 만나면 정성스럽게 대했고, 일을 추진해 잘한 공로가 있으면 아랫사람에게 돌렸으며, 일을 실행할 때면 온 정성을 다했다'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기를 모든 사람은 기대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렇다고 그런 사람을 만날 운명이 반드시 내 삶을 거치는 것도 아니다. 한 가지 방법은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 되는 길이다. 매일 동료지만 아랫것을 만나면 조지고, 누가 하던 공로가 생기면 얼른 가로채고, 일이 생기면 아무나 잡아채서 잡아 돌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욕하기 전에...
'한선제는 여염의 가정에서 일어나 민사의 간난을 깊이 이해했다' 한무제부터 곽광이 전횡을 했다고 보진 않는다. 여러 왕과 사직을 위해서 헌신했다. 왕을 폐위하는 일을 했지만 그가 황제가 된 것도 아니다. 그런 신하가 없다면 황제는 참 골치 아픈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왕이 일반 사람들의 삶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내치에서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일반 사람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만큼 좋은 일이 있을까? 길거리에서 오뎅 한 번 사 먹고, 자기들끼리 '버스값은 아냐?'라며 이전투구를 하던 시절을 돌아보면 한심한 시절이라고 생각한다. 백성들은 자신들의 삶이 잘 유지되기 원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들의 삶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그들의 리더가 된다면 좋은 일 아닌가? 역대 대통령을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더 잘되고, 그런 사람들이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4권은 잠시 다른 책을 하나 보고 읽어야겠다. 이제 7권만 보면 된다 ㅠㅠ
#자치통감 #독서 #인문학 #읽다지친다 #4권은잠시쉬었다읽기로 #역사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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