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58 ~ BC 42
아직도 기원전이다. 원전 자치통감 기준으로 두 권이면 책으로 100페이지 정도다. 8권이 책 한 권이다. 조금씩 나눠서 읽으며 나에게 바람처럼 다가온 생각을 담아보는데 앞으로 다가올 6권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하다. 삼국지 원전에 가까운 것을 보겠다고 잡은 내 손이 문제인가?
오늘 아침도 거르고 병원에 갔더니 휴진이란 큼지막한 글씨가 원망스럽다. 집에서 내려온 김에 간단하게 아침부터 사 먹었다. 몇 일째 갈 때마다 문을 닫고 있는 미용실은 오늘은 문을 열려나? 9시를 전후해서 일찍 여는 어디 앉을 만한 곳은 별다방일세. 어른이 불량식품 믹스 커피는 안 된다는 간호사의 말과 그 간호사가 하루 한 잔 아메리카노는 된다는 말이 믿음이 간다. 더치커피를 한 잔 시켜놓고 머리를 깎아볼 요량으로 자리를 잡았다. 주인님이 '뭐 하는 거냐'는 말에 큰 공감이 간다. 그래도 책을 좀 읽고, 머리도 깎았다.
이렇게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하루하루가 쌓여 삶의 기록이 된다. 그런 일들 중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일들은 기록으로 남아 역사가 된다. 그래서 역사를 보는 것이 인류의 흥망성쇠에 대한 딥 러닝이란 생각을 한다. 역사는 사람이란 가능성으로 보면 잊을 때도 있다. 그중 중요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배우고, 그 사건의 핵심을 깨닫고 내 삶에 적용하는 길밖에 없다. 역사를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나 역사에서 무엇을 배우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허기진 배를 문지르며 아침부터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여러 생각이 든다.
한선제는 유가를 더하고 있지만 "법대로"라는 법가적인 측면도 있다. 스스로가 잘났기 때문일지 모른다. 흉노는 계속 소란스럽게 조금씩 정리되어가고, 나라에는 잦은 천재지변도 있었다. 어쩌면 전쟁이 적은 태평성대일 수 있다. 태평성대에 한가하면 사람은 권력을 위해서 머리를 굴리며 또 요란하게 살아간다. 세상에 변화가 정지한 적이 없는 것은 자연의 움직임도 있지만 인간 자체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결국 그런 사람을 잘 이해하고, 좋은 방향으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천도는 신명하다. 그러므로 자신이 행한 일로 인해 사람을 죽인 자가 홀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엄연년의 모친이 아들에게 한 말이다. 모친이 현명한 것이다. 좋은 머리를 나쁘게 사용하고 사람들에게 형벌을 가하고 이를 통해서 군림하고 통제하는 아들의 미래를 내다본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이런 부분은 엄연년과 같은 결과는 아니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진실은 드러나 스스로 행한 일이 스스로를 옥죈다는 것을 본다.
"한연수가 소망지를 대신해 좌풍익이 됐다" 새로운 자리에 들어선 소망지는 한연수를 조사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한연수는 소망지의 비리를 조사한다. 그러다 황제의 철저한 조사로 한연수는 목숨을 잃는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털면 먼지가 나오는 이유는 인간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목숨을 끊는 벌을 통해서 통치하는 그 시대의 방식은 좀 비인간적이고 무식하기도 하다. 황제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한편 과도한 제도와 법률의 준수가 인간에게 안 맞는다는 것일 수도 있고, 인간이 그 제도와 법률의 임계점을 넘어서 일을 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도 전쟁과 재해가 없으니 욕망이 생존에서 다른 곳으로 가기 때문인가? 세상이 상대적으로 평온하니 이런 일이 참 많이 생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세상은 코로나란 역병이 돌지만 그럭저럭 살만한 것인가? 그게 잘 알 수가 없다.
"곡식이 싸면 그 값을 올려서 사들이고 곡식이 비싸면 그 값을 내려서 내다 팔도록 하여 명칭을 상평창이라고 하십시오" 경수창이 황제에게 한 말이다. 내 기억에 상평창을 우리나라 역사에서 볼 수 있다. 고려시대 993년에 상평창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나라의 기록은 기원전 54년이다. 무려 천 년이 넘게 차이가 난다.
"무릇 유자에는 군유도 있고, 소인유도 있다" 사망광의 평 중에 나온 말이다. 주석을 보니 자하의 말을 인용해서 '군자는 참된 유자가 되어야지, 형식에 얽매인 유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 있다. 이 글을 읽어보면 조선이란 나라는 참 형식으로 얽매인 때가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는 어떠한가? 조선말의 실학은 그 시대의 역사적 기록이라기보다 실질과 올바름이란 측면에서 현재에도 지속되어야 하는 일이다. 자하의 말에 대한 정이천의 풀이는 더 맘에 든다. "군자유는 자신을 위해 공부하고, 소인유는 남을 위해 공부한다"라는 말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공부해서 남을 줘야(도와야) 결과가 좋다. 그러나 스스로를 위한 공부가 안되면 남에게 줄 기회도 줄어든다는 생각도 든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일까? 참 알 수 없는 어려운 일이다.
한선제가 말하길 "다른 사람을 깨우쳐 주려면 마땅히 이러해야 하지 않은가?"라며 장맹의 말을 따랐다. 어사대부 설광덕은 관을 내려놓고 "반드시 수레에 오른 뒤 다리를 건너가야 합니다"라고 결연하게 말했고, 장맹은 "군주가 거룩하고 슬기로우면 신하는 자연히 정직하다고 했습니다. 배를 타는 것은 위험하니 다리로 편히 가도록 하십시오. 거룩한 군자는 배를 타지 않는 법입니다"라고 말했다. 기업에서 고위 임원에게 보고할 때는 두괄식으로 한다. 임원이 받는 보고량이 많고, 시간당 성과 측정이 강요하기 때문이다. 두괄식으로 핵심을 전하고 맘에 들면 넘어가고 맘에 들지 않으면 타박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왜 그런 생각과 결론이 나왔는지 스스로 알고 있다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존재한다. 일상도 마찬가지다. 결과만으로 조지는 일이 발생하고, 억울한 사람이 속출한다.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이것이 참 부족하다. 때론 이런 일이 참 답답하지. 다들 안 그런가?
"순임금은 구관을 임명했다"
이 구절을 보며 구관이 명관이란 표어가 생각난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쓰는 이 표현이 2천도 훨씬 전부터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 글에 이어지는 2천 년 전 해석을 보니 구관이 모두 명관이란 말은 아니다. 그 신하들이 서로 양보하고, 화합하며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그럼 그렇지.
이를 비롯해 28권에 나오는 유경생이 황제에게 하는 말은 참으로 강하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황제를 대상으로 더 좋은 길로 나가자고 타골을 한다. 하긴 종종 황제에게 "너 이렇게 하면 망한다"라는 말을 전대에도 하는 일이 있었다. 유경생은 단도직입적으로 황제가 간사한 인물을 발탁해서 이 모양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현능한 자를 뽑았으면 신임하라고 말한다. "내 마음은 돌이 아니기 때문에 멋대로 굴릴 수 없다"는 시경의 구절을 들어 그 마음을 지킬 것을 말한다. 통치자인 황제가 의심하는 마음으로 보기 때문이란 관점을 읽어내고 있다. 뽑을 때 신중하고, 뽑았으면 믿고 써야 한다. 자주 뒤집어봐야 남아나는 것이 없다.
광형의 상소도 유경생의 말과 더불어 찬찬히 읽어보면 생각할 것이 많다.
"개행자신(改行自新)"이란 사자성어를 보니 참 좋다. 행동을 고치고 스스로 새롭게 나아간다는 말이다. 내가 참 좋아하는 시종여일(始終如一)이란 말과 함께 사용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 가지만 계속하면 흠... 사람이 아니지. ㅎㅎ
"조정에서 대신들이 얼굴을 붉히며 다투는 말이 있으면 아래에서는 서로 다투는 환란이 있고, 위에서 멋대로 권력을 농단하는 관리가 있으면 아래서는 서로 양보하지 않고 저항하는 사람이 있게 됩니다. 위에 매사를 이기도록 보좌하는 신하가 있으면 아래서는 사람을 해치고자 하는 마음이 있게 되고, 위에 이익을 밝히는 신하가 있으면 아래서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 백성이 있게 됩니다"
광형이란 사람을 생각하면 세상과 주변 사람에 대한 관찰과 분석이 뛰어나다. 모두들 다툴 때 내가 옳다는 생각에 집중한다. 다투는 결과가 주는 파장은 일이 벌어져야 생각한다. 왜 구관을 말할 때 서로 양보하고 화합한다는 말을 했는지 이 구절을 보면 다시 명확하게 이해한다. 머리가 나쁜 것이지... 척 보면 알아야 하는데.. 그래도 이렇게라도 이해했으니 다행이다.
내부적인 권력욕과 정략적 행동이 많이 나타난다. 서로 추천하며 상소를 올리다 둘이 목이 떨어지는 일도 있다. 똑똑한 한선제가 부족하다고 한 자식인 한원제의 시대가 막 시작했다. 황제를 떠나 부모가 되어 자식이 더 잘되기를 바라는 길로 인도하고 도와주는 모습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한선제를 탓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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