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시대를 반영한다. 한편의 즐거움과 한편의 아쉬움이 교차하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통쾌함을 느꼈다는 것이 현실의 상황을 반증하거나, 현실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미있는 것은 재미있는 것이다.
거의 싸이코 패스 수준의 감정상실자 유아인을 보면 발음의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연기 잘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날씬한 황정민을 통해서는 사회에 남아 있는 정의로움, 영웅과 같은 모습보다 난 그의 대사가 참 맘에든다.
쪽팔리게 살지 말자!
경찰이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요즘 같은 시대에 굽히고 낮춰서 지겨운 밥벌이를 이어가는 것이 현명한 생각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렇게 생각해봤느냐와 아닌가는 큰 차이다. 돈을 얼마나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금은 과거의 사건에서 모티브를 딴듯한 정웅인의 사건사고를 보면서 나는 참으로 안타깝다. 까짓꺼 4백만원이다. 그렇다고 매를 맞는 등신짓을 하고 살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약자에 대한 압박이 수용될 수도, 가해자는 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는 영화의 큰 발단이 되지만 여러모로 기분이 나쁘다.
아마도 세상에 서도철과 같은 형사는 없을 듯 하다. 그리고 유아인처럼 모든 재벌이 그럴꺼 같지도 않다. 존재의 가능성이라면 전자보다는 후자가 좀더 높을지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보지만 의미없는 짓이다.
한가지 정말 시대의 아쉬움이라면 이런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나 자신이 아닐까한다. 영화속 정의로움이란 영웅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현실에서 영웅은 반드시 죽는다. 그래서 누구도 영웅이 되는 것이 두려운지 모르겠다. 가끔 그런 사람이 있긴 하지만 풍파가 많다. 나는 영웅의 재림보다는 최소한 평민의식은 갖고 살려고 한다. 머슴은 쪽팔리니까..게다가 하나밖에 없는 나의 삶이 아닌가?
그런시대는 인류의 역사내내 그러워해지는게..참 거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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