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마지막 날, 아침 일찍 조조영화를 보러 가는 기분이 짜릿하다. 내일 나도 저 무리에 속해 바쁜 걸음을 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을 즐길 수 있음이 충분하다. 꽤 괜찮은 예고편을 보고 "괜찮겠는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휴가를 즐기고 돌아오니 상당한 흥행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연이란 연을 믿고 예약했는데, 좋은 시간을 보낸셈이다.
해방 70년, 광복 70년, 독립(獨立?) 70년을 맞이 하는 좋은 시점에 개봉했다. 국립/구립 도서관에 매달 걸리는 이름 모를 독립운동가들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백범은 유명하고, 약산만 해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듯 하다. 하물며 100년전의 역사적 배경을 다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 속에 감독이 넣은 화두가 어떤 특정한 생각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생각의 방향을 보게 한다. 관객과 대화하는 좋은 기법이라고 생각한다. 주장과 같은 도드라진 의견 개진은 찬성과 반발을 동반한다. 함께 무리지어 좋은 관점을 다른 것보다 낮추어 다른 방식으로 들어나게 하는 것은 몇 배의 노력이 동반한다. 그런 점에서 충분히 칭찬할 만하다.
특히 도둑들의 배역을 살려서 현대와 과거를 교체하고, 비슷한 역할을 유지하고,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다. 공통점이라면 르와르적인 멋은 유지된다는 것이다. 노란색 백열전구와 목조 가옥의 배경, 지금은 사라진 오래된 청와대 느낌의 건물도 인상적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참으로 간단하다. 독립운동의 현장과 그 속에 약간의 멜로물과 비극적 시대를 극복하고 해방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 시대의 책임과 결과를 현재의 사실에 살짝 비추어 줄 뿐이다. 익숙한 이야기 구조임에도 많은 사람이 발길을 끄는 이유는 이런게 아닐까한다.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현재는 진행형이며, 역사관에 대한 양립적 사고가 존재한다. 하나는 민족이란 틀에서 옳음을 이야기하고, 하나는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지막 염석진의 대사는 중요하다. 희망을 버리고 현재에 묻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희망을 쫒기에는 어려움이 동반한다. 그리고 누구나 그 어려움을 감수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바라보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염석진은 독립운동가 이기도 하다. 그것의 평가는 정당해야 한다. 하지만 독립운동이 변절을 통한 반민족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의무라는 것은 매우 제한적인 조건이기도 하다. 반면 책임은 자신의 양심과 도덕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진실은 힘이 세다. 아무도 알지 못하고, 질문하지 못하는 진실을 두려워 하는 사람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진실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에 따라서 양심을 떼리는 울림도 크기 때문이다. 염석진은 그런 면에서 좀더 인간적이고, 강인국은 그렇지 못하다.
안옥윤과 미츠코의 이야기를 보면 현재의 대한민국과 이 땅의 역사, 현재의 역사를 보면 위대한 아버지는 드물고, 위대한 어머니는 많은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견자호부라는데 견녀호모라고 바꿔야하지 않을까한다. 안옥윤과 미츠코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강인국을 바라보는 두가지 관점, 진실과 감춰진 진실속에 쌓여 있는 두 사람의 대화는 다르지만 서로의 관계를 연결하는 끈이 있다. 하와이 피스톨이 말하는 위험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긴 하지만, 그 둘의 대화가 현재의 모습에 대한 이중적 독백처럼 들린다. 이 장면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역사의 인물들도 어쩌면 다 그렇게 연결되었던 끈을 누군가는 소중히 간직하고, 누군가는 매정하게 끊었던 기록이기 때문이다.
안옥윤과 하와이 피스톨의 대화를 보면 또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 하외이 피스톨과 염석진의 대화를 같이 들어보면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선험자의 배려, 연민의 정, 하나의 약속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앞 세대를 살아간 그들도 비록 갈라서고, 헤어지고, 만나던 연인이기도 했을 것이다.
영감이 돌아서서 말하는 "어이 삼천불, 잊지마?!"라는 대사, 속사포의 "이래뵈도 신흥무관 출신입니다"라는 말, 염석진이 법정 관람객에게 울부짖듯 말하는 총알 자국의 기록...잊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서 2세대가 지난 젊은 청춘들에게 잊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현재의 어지러운 역사관 모두가 진실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선택은 본인들의 몫이다.
그 관점을 통해서 해방 70년이 되는 지금, 그 시대의 정신이 어떻게 현재에 흐르는 지를 바라보고, 어떻게 흘려 보낼지 판단하고 생각해야한다. 과거의 시대 정신이 지금을 지배해서는 안된다. 물이 고이면 썩고, 세상은 끊임 없이 변화하는 것이 삶에 주어진 환경이다. 그래서 이 시대의 책임이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염석진에 대한 선고와 함께 의사봉을 던지는 모습에 익숙해 지지 않으려면 말이다. 지금 영화를 보는 20대 청춘이 기성세대가 될즈음이 2045년이면 해방 100년의 모습이 기대된다. 그때엔 진정한 독립 100년의 위상이 바로서길 바래본다.
조진웅의 역은 속사포와 같은 역이 참 잘 어울린다. 풍채와 맞지 않게 명량의 모습보다 훨씬 좋다. 90년대 명계남이 나오느냐 안나오느냐로 영화가 구분된다면 2010년대는 이경영이 나오느냐 안나오느냐로 영화를 구분할 수 있을 듯하다. 전지현을 보면 다양한 역할의 소화를 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좋은 역할을 매력적으로 수행한다고 생각한다. 하정우를 보면 과거 영화의 성공적 결과보다 좀더 좋은 나은 역량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곧 잊혀질 일반 백성이지만, 하루를 또 열심히 살아가야 할 이유를 또 조금식 생각해 보게 된다.
사진 출처 :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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