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동글한 모습의 동자승 같은 느낌을 뿜어내는 스님의 글을 읽으면 공감이 생긴다. 그도 나와 같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범주에 있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 출가해 살며 책도 쓰는 모습에서 부러움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인간으로써 그에게 스쳐가는 생각과 글을 통해서 나 혼자만이 그런 생각을 하고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는 마음을 들게 한다.
나약한 인간이 갖는 오묘한 만족감이라고나 할까? 책의 제목에서 완벽하지 않는 것들이란 세상 삼라만상중 스스로 부족함을 아는 인간을 말하는 것이라 믿는다. 자애, 가족, 공감, 용기, 가족, 치유, 본성, 수용이란 단어로 이루어진 장을 통해서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위대한 힘이란 사랑에 있음을 다시 말한다. 그런데 나의 삶을 돌아보면 위에서 말한 것들로 힘들기도 하다. 부족했던 시절에는 이 좋은 말들이 나의 부족함을 상징하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책을 삐딱하게 읽은 것은 아니지만, 너무도 당연한 그의 차분한 글을 읽다보면 답답하다. 그것은 내용이 답답한 것이 아니라 현재 내 마음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사춘기가 성인이 되어가면서 느끼는 독립심과 도전이라면 사십대가 되어서 느끼는 새로운 사춘기는 정신세계의 독립심과 도전이란 생각을 합니다. 어려서 몸을 바로 세우듯, 지금은 정신을 바로 세워야 하는데...이 정신운동이란 것이 살아온 관성과 욕심, 무관심으로 잘 제어되지 않습니다. 왠만큼 살면서 자신의 주관, 습성, 욕심, 절제의 영역이 어느정도 굳어졌기에 지금 그 틀을 유연하게 하지 않으면 잔소리꾼 꼰대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인가 헝클어진듯 보이기도 하고, 내가 아는 것이 정확한가, 옳바른가에 대한 의문도 생깁니다. 그런 답답함이 문득 치유될 수 있을까해서 책을 시작했는데..제가 생각하는 혼자만의 생각은 욕심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답을 할리가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스스로 치유하고, 언제나 옳바른 위치로 회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제, 회귀해야한다는 이유는 조금 더 생각해 본 것 같습니다.
평화는 내 삶의 조건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바뀌었을 때 오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장 깊은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깨닫는 것으로부터 옵니다
-에크하르트 톨레 (p.244)
본성이란 챕터속에 있던 글입니다. 인용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한번 더 돌아보게 되는 것 같네요. 세상에 하루라도 문제가 없었던 날이 없고, 세상이 내 맘데로만 된다면 살만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속에서 보다 가치 있는 것은 글처럼 나를 좀더 깊이 있게 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방법적인 것은 다양하게지만, 알아가지 못한다면 아쉬움은 클듯 하네요. 이게 성공하는 방법은 각자 다 다른데 망하는 기운은 비슷하다는 말과 묘한게 비슷한 여운이 듭니다. 남의 눈치보면, 남이 바라보는 의식을 고려하며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요즘 주변의 일을 여러모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이 글처럼 내가 원하는 대로 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조금 더 들었던것 같습니다. 그것이 전체가 좀더 잘 되어가는 방향이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힘들고 지쳐서 안주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는 법입니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의 삶이란 자신의 존재, 그 가치를 알아간다면, 함께 해 나갈지라도 개인의 삶의 준칙데로만 두는 것이 좋은지요? 비록 각자의 높은 삶의 의지와 스스로의 가치를 알아가면서도 순간순간 함께하기로 한 부분에 더 높은 비중을 두어야 하는것이 더 나은지 말이에요...
올가온 정상의 만족도 좋지만, 내려가는 하산길에 올라올때 즐기지 못한 운치를 즐기고 싶은데 내려갈때도 재촉만 하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달라서인지 마음이 병들어서인지...그것이 궁금한 저녁입니다. 그래도 읽고 나서는 마음이 훨씬 좋아진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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