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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 (劇)

이미테이션 게임

by Khori(高麗) 2015.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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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쉬엄쉬엄 하기로 작정을 하고 출근했다. 여러명이 일본, 유럽 출장으로 썰렁하기도 하다. 우리파트 예산으로 피자 세판을 주문하니 영업, 마케팅, 구매팀이 조촐하게 피자 한조각씩 먹으며 얼굴도 마주 볼 수 있다. 어차피 영화도 볼 계획이었기에, 매일 같이 모니터와 싸우는 한심한 처지를 좀 피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모니터 너머의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더 필요하기도 하고..


우리파트 큰형님은 급하게 손님이 오셔서 빠지고..희희낙낙거리면 5명이 간만에 땡돌이 하니..막내 녀석이 어째 야자 땡치는 느낌이라고 신나한다. 극장까지 이동해서 스므디 전문점에서 한잔 마시고 극장에 들어섰다. 한줄에 여섯자리라 중간에 한자리를 비워두고 끊었는데, 왠걸 불쌍한 젊은 처자가 앉아있다. 아저씨 5명 사이에 왠 봉변인가..? 영화시작전에 친절하게 바깥쪽 자리로 바꿔주었다. 문제는 영화 시작하자마자 눈이 가물가물하더니..보다자다를 10분간 해버렸다.. 재미있는 단초들을 다 놓친듯 하지만...그 이후부터는 집중해서..


주인공인 앨런 튜링의 연기력은 상당히 돋보인다. 천재, 호모섹슈얼..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사람 동시에 마음에 상처를 안고 우리 같은 사람이다. 그의 입에서 Digital이라는 말이 나올때 부터 관심이 확 나타난다. 반면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때 짧은 그의 일생에 대한 기록은 대단히 아쉽다. 


실화를 모티브로 했음에서 영화는 대단히 잔잔하다. 그의 그늘진 삶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수 많은 사람을 구하고, 동시에 스스로 외로움속에 생을 마감한 주인공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된다. 제갈량의 사인이 과로사라고 말하듯 그도 자신의 일에 열중이다. 그리고 일반인속의 천재는 고립될 수 밖에 없다. 천재적 재능을 갖은 분야에서는 압도하겠지만, 그 뛰어남이 다른 분야와 관계속에서 잘 받아들여질지는 그가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작업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휴와 클락이 튜링의 한발씩을 걷어 차는 모습이 천재들이 격는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전쟁의 종료를 2년이상 앞당긴 공로에서 존재가 50년간 베일에 가려져있고, 컴퓨터라는 시작을 만들었음에도 호모섹슈얼이라는 시대의 판단속에 2013년에 복권되었다는 사실은 대단히 놀랍게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기술적 변화는 빠르지만, 현재까지 내려오는 문화, 관습, 제도, 기준의 변화는 사실 대단히 느리다. 또 빠르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 속에 아쉬움의 대상이 존재한다.


엉뚱한 경찰의 호기심, 게임과 같은 질문과 대답...이니그마를 풀어냈을때의 장면보다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주인공 연기는 하여튼 맘에 쏙 든다. 조금 잔잔하지만, 전쟁의 장막 뒤편에서 세상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한 사람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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