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시리즈를 2012년에 봤으니 오랜만에 스웨덴 영화를 본셈이다. 이웃님의 영화관 방문을 나도 좋아하지만 제때에 보지 못한 영화를 이렇게라도 다시 보게 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책이 워낙 유명하고 주변에서도 재미있다고 하는데 내 취향으로는 책보다 영상으로 보는 것이 훨씬 좋았던것 같다. 책으로보면 상상하는 재미가 있지만 이런 블랙코메디는 영상이 별미라고 생각한다.
알란이란 할아버지는 지난 100년을 상징한다. 거세당한 동물의 최후처럼 현재를 우리에게 물려주고 잊혀질 것이다. 그가 보고, 체험한 과거의 100년은 거세당한 동물과 같이 불완전하고 폭력적인 삶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의 발전과 이성의 자각이 만들어 낸 물질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지난 백년의 굵직굵직한 전세계적인 전쟁과 대립의 역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의도지 않았던 의도하지 않았던 역사의 곳곳에 개입한다. 그런 상상을 한다는 것은 역사의 가정이기도 하지만 재미있다. 과거에 존재했던 전쟁, 폭력, 대립의 역사도 어쩌면 세상사람들이 바라던 것도 아니고 어떤 면에서 그렇게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도 생각된다. 나비효과와 같이 부풀려진 것, 인간의 예측밖의 일이 벌어지는 세상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책에서 나오는 소재들이 조금은 엉뚱하지만 실재로 있었던 일들은 영화의 에피소드로 여기저기 사용한 것이 틀림없다. 예전 해외토픽에서 코끼리 조련사가 배설물에 깔려서 죽은 일이 있는데 코끼리가 사건이 이렇게 그려질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할아버지 알란은 어쩌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과는 다르다. 자유롭다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측은하다. 그래서 마지막에 얼빵한 청춘에게 고백을 지금 당장하라는 조언이 그의 마음같다. 5천만 크로네(70억쯤됨)을 바라보는 각 사람들의 의견이 참 재미있다. 웃기기는 줄리어스 역의 할아버지가 참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