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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이직을 해봤더니..

by Khori(高麗) 2012.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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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행후 내가 이직이란걸..사실 사표라고도 할수 없고..그냥 회사를 내가 짜른다는 맘으로 나왔으니..아직 그때까지도 하늘무서운줄 모르고 사는 자유주의자인가. 개망나니인가..하여튼 주위사람들이 판단할 일이고, 그 판단이 어찌됬던 존중할 일이다.

당시 벤쳐붐등으로 기업들이 코스닥상장에 매진하는데..하는 짓들을 보면서 가히 사람의 욕망이 지나치면 얼마나 무력해지고 나약한게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 이후로 주식시장에 건전한 투자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된것 같고, 일신우일신의 구라전쟁...가장 충격적인 것은 상장기원 기도회를 회사 대회의실에서 하는 모습을 보며..전문경영인과 자기일에 열정을 갖는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것 같다. 하나님이 다 해주면 매주 백만불씩 오더를 내라고 기도를 해야지..안그런가? 그정도면 자동 상장이다..

주식..개뿔 너나 갖아라라는 마음으로 회사를 나왔다. 막말로 이회사 5년가면 성을 간다고 했는데..정말 성을 갈아버릴일이 없어져서..한편 씁슬하기도 했다.  지금도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은 근로는 가치가 있다.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스스로 만족을 찾을수도(이건 좀..뭘하냐에 따라 다르고, 잘하는게 뭔지하고도 연관되있음) 있는데, 다들 회사가 고용을 해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내가 노동력을 정당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생각하는 차이다. 내가 열심히 일한느 한가지 이유가 고객인 회사를 만족시키는 이유이다. 그리고 회사는 내가 먼저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고..물론 간택을 받는 다는건 당신이 그만큼 중요한 사람인것이기도 하다.

그만두고 일명 오퍼상, Trading company..나는 오빠상이라고 농담삼아 부르는걸 해봤다. 이건 재미있긴 한데..문제가 있다. 한주놀다가 잘되서 수주가 되면 2달쉬어도 되고..한달 엄청 열심히 했는데..수입은 다음달이기도 하고..일정규모에 있다 하더라도 뭔가 불규칙적인 생활의 연속이다. 또 한가지 영업, 구매, 회계, 총무, 재무, 물류등 모든 일을 해야한다는 것인데..^^;; 쉽지 않다. 대신 엄청 많이 배운것 같다. 그러다 전 직장에 있던 팀장누님과의 인연으로 그래도 코스피에 있는 기업으로 가게됬다. 한가지는 개인적인 인연과 사연이기도 하고, 한가지는 그 기업이 첫 직장의 업종에서는 국내1위라고 해서...그래 1등은 뭐가 다른가 하는 궁금함이랄까? 하여튼 그렇게 입사를 했는데..예전 서한샘 샘의 말처럼 밑줄쫙 "쉴망이다(또는 고튜됬다)"...엄청난 실망과 충격이랄까? (나는 지금도 젊은 기업이 좋다. 조금 미숙할지라도 도전하는 기업이 좋긴하다)

들어가보니 완전 공자왈 맹자왈시대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와서보면 기업의 변화란 매우 어렵다. 본질을 바꿔야 변화인데, 기업에겐 지속적인 혁신이 있는것이 아닐까한다. 게다가 산업의 수직접 통합도 인력, 자원, 시장을 조합하는데, 엄청난 노력을 소요해야함으로, 수평적 통합은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 아마 돈많은 재벌의 경우는 가능하겠지만.. 어째던 회사에 들어가서 보니, 내가 전에 게릴라 백병전을 뛰었다면, 이곳은 정규군...아니 향토예비군...아니 민방위본부같은 느낌이다. 보통 전자업체의 납기란 4주 또는 한달..길어야 2개월이다. 그런데..3개월은 기본이고, 업무 프로세스에서 시스템적인 도입으로 일부는 정착된 것도 있지만, 세상돌아가는 속도와는 전혀 무관한것 같은 느낌이 많았다.

전에는 업무의 상당부분이 제품과 관련된 tech-support를 중심으로 일정 물류와 수주, promotion이라면..promotion은 전시회가 없으니 담당별로 제각에다가, OEM이 전체 사업의 90%를 넘으니..이게 우리일인지 남의일이지 불분명했다. 대부분의 일이 물건이 언제 나갈까를 물어보러 다니고..영업이 자재가 언제 들어오는지를 확인해야하는 황당한 상황이니...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그저 고객사가 잘하면 덩달아 나도 잘되고, 내 실적이 안좋은건 다 고객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높았다. 모든 문제는 내가 아닌것에 있다라는 경향이 높으니..잘 될턱이 있나. 이게 국내1%, 세계에서도 10손가락안에 드는 회사라는 느낌은 심각한 자괴감이었다. 일이야 크던 작던 팔고 싣고, 돈받고, 사후관리하고 똑같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환경도 어차피 크던 작던 동일한데, 내부환경은 심각한 병폐가 아닌가했다.

이 기간동안 차후에도 언급하겠지만..정말 '졸라 빡세게' 7-8년을 보냈다. 초창기 호주, 남미, 유럽시장개척을 동시에 하다보니...출근하면 메일이 와있고, 정리좀 하고 점심먹으면 메일이 와있고..퇴근하고 집에 11시쯤 들어가도 메일이 계속 오는...언제가 미주사무소 녀석이 새벽두시에 메일을 쓰고 있으니..묻더라.."너 오늘 룸싸롱에서 술먹고 놀다 들어와서 메일쓰냐고?", 이런 10R 제기랄...내속도 모르고...하여튼 욕을 한다발 써준거 같다. 하여튼 이 녀석하고는 나중에 친해져서..4 letter는 기본이고..이게 나한테 한국말로 열받으면 욕을 해대니..하지만 서로 잘 이해해주고 북돋아주던 파트너였던것도 같다. 둘이 번갈아 사고치니 동병상련이 되기도 하고, 의기투합도하고 한것 같다. 그보다 오랜기간 서로를 이해하며 같은 동시대를 살았던 동료들이 가장 많이 기억이 되는것 같다. 또 처음 입사해서의 텃새를 극보하는 과정도 재미있었던것 같다. 지금은 그때를 이야기하면 웃기도 하니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이직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얻기보단,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더 몰입하는 과정에서 성과가 있었다는 생각과 많이 좌충우돌하는 30대를 살아왔던것 같다. 어째던 이기간동안 내 이름으로 수출면장(Export License)를 1억불정도 끊었으니..후회도 없고, 국가발전에 병아리눈물만큼 기여했다고도 생각은 든다. 어째던 우여곡절을 넘고, 희노애락을 같이 하며 8년정도의 시간이 지나간것 같다. 

이후에 든 생각은 무엇인가 익숙해지고, 내가 도전하고 싶은 테두리가 규정된다는 현실이 좀 갑갑했다. 일부는 지시를 해도되고, 일부는 협조를 구하면 되는 coordination의 반복..차라리 무엇인가 일을 만들어 사람들과 하는게 더 재미있기도 하지만 회사란 틀을 유지하는 속에서 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일종의 매너리즘, 귀차니즘도 있지만 일단 재미가 없어진것이다. 그렇다고 멘토가 있는 분위기도 아니니..와서 하소연 하는 사람은 많은데..정작 나는 하소연할데가 없는 현실..또 한가지는 지금보면 방자한 생각일수도 있지만 배울게없다고 생각했다. 임금을 시급으로 계산하면서 회사에 이익이 되는 일만 하는 노예가 아니라 나에게도 일정 가치가 남아야하는데, 성과의 조합이 한심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잘 건드는 사람도 없고...

원래는 좀더 일찍 다른 것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사람들과 약속으로 조금 미루고 있다..더이상 마감뉴스도 못보는 삶은 정리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시한번 무엇인가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오라는 데는 많은데, 망할놈의 호기심때문에..또 고난의 길을 가게된것 같다. 재벌기업.여기만 못가본것 같아서..제길 궁금한게 많으면 명을 재촉한다는데..ㅋㅋ..전에 삼성에서 오라고 할때 갔으면 하는 생각이 지금도 들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기업이 태생중에 가장 못마땅한 기업...인간미 없는 기업이라 별로 내키지 않았다. 돈이 삶의 가치의 전부인가..태생은 설탕팔고, 조미료팔고 국민들의 호주머니 돈으로 커서..국민 알기를 좀 우습게 아는것 같다고나 할까..그나마 1세대는 국가 이웃의 개념이 있었다면..요즘은 돈밖에 안보이는것 같았으니까.

좀더 도전적인 일을 해보는가라는 생각이 많았지만, 현실이란게 결혼하고 부양한 가족도 있고 책임감도 생기도 어려운 일이다. 결국 LG라는 대기업이 사업부확장 등 겸사겸사..가게되었다. 면접볼때 뽑고 싶으면 뽑고, 말면 말라고 했으니..예나 지금이나 천성이란게 있긴 있나보다. 어찌됬던 재벌기업에 가보니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과 이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친다기 보다는 하향평준화된다는 느낌..또 상당히 노예근성에 쳐박혀 손바닥비비기 바쁜 인생을 사는 모습..도전하고 좌절하는 모습등 참 다양한 스펙트럼이기도 하고 참 개판이라는 생각을 더 하게된것 같다. 물론 내가 있던 사업부에 국한해야될 일이다. 보지않고, 듣지않은것에 대한 평가는 진실이 아니고, 내가보고 듣고 한것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지만...

아이들이 TV에 광고나오는 회사에 다닌다고 좋아도 하지만, 전혀 즐겁지 않은 삶의 연속이 아닐까한다. 일단 가치는 돈과 직책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많다. 다들 뭔지모르게 피곤함과 움츠러들어 펼쳐지지 못한다. 할일없이 출장갔다가 와서..뭐 대단한 일을 한것인냥 서로 칭찬하고 격려한다. 결과라고는 마일리지 쌓이는 일만 하는데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 문제는 책에서 나오듯..본업이 전혀 안된다는 것이다. 또 대단히 보수적이다. 다만 시스템이 개인들보다 훨씬 똑똑하게 꾸며져 있다는 것..마치 매트릭스 아키텍쳐가 꾸면놓은 세상에서 열심히 살고 있고..나처럼 왜 이모양이지라고 생각하는 순간..똘아이가 되는 것같다. 

전에 지금도 만나는 삼성출신분이 하던일이 전세계법인에서 들어온 일은 줄간격, 글씨크기등의 조건하에 매일 A4한장으로 보고한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만 보고하는 것이고, 그중 고위층이 부족한건 세부보고를 받는다고 한다. 헌데 여기는 일단 장표질이라는 PPT작업 보고서를 책두께정도 만든다. 대학원 논문쓰는 것도 아니고..그리고 회의는 여기저기에서 하면서 계속 고치는 작업..여기까지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걸 하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간파하지 못한것, 사업부가 놓치던 가치를 찾아낸다기 보단 일명 광을 판다고 하는 귀신시나라 까먹는 소리를 해덴다는 것이고 서로 잘했다고 칭찬하고 일단 넘어가는 목표라는 사실..사실 그 현실에 매우 경악했고, 그 발현된 결과가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밑에서 검토하여 상향식으로 반영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consulting업체에 몇억씩 주고 하는 일이라는게 누군가 사업부를 이끌 계획을 세우면 그것에 타당성을 부과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속에 뒤집으면 내가 죽기 때문에 시야가 더 좁아지는게 아닌가한다. 결국 이를 통해서 내가 결정에 힘이되는 내용만을 논리로 엮는 과정이지, 차별화된 다른 시각은 별로 용납하지 않는것 같다. 왜 구중궁궐의 지존이 바보 멍청이가 되가는지..왜 딴나라사람이 된는지 이해가 되는것 같았다. 아침에 평택공장갔다, 여의도 갔다 서초동갔다 사는 삶이 전보다....훨씬 더 나빠졌다..제길..호기심이 명을 재촉한다더니...

더웃기는 건 그룹장정도되는 중간관리자들이다. 애사심이란 하나의 공동체의식이고 그런 의식을 통해서 조직이 더 좋아지는 방향으로간다. 하지만 매우 소극적이다. 어떤 사람이 삼성전화기를 쓰면 "회사의 녹을 먹는자가!!"라는 말이 거침없이 나온다. 막말로 직원이 전화기 하나 사준다고 회사가 좋아지나? 경쟁사제품이 뭐가 좋은지 알아야 우리제품과 비교를 하는게 아닌가? 나는 회사에서 주는데로 먹고사는 사람인가 노예인가? 저혼자 그렇게 살면되지 왜 직원들에게 직급을 이용해서 강요하는가? 하긴 그양반 경쟁사제품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였던것 같기도 하다. 이런 봉건적인 사고의 단면(대기업 구조가 좀 비슷한다 봉건제도랑)...열악한 제품군...Project..(사실 임원들이 대거 참가한 PT에서 칭찬도 받았지만, 지금봐도 낯뜨겁기 그지없다..왜냐하면 죄다 구라신공이 너무 많다보니..) 출장..Claim처리..삶이 피폐해져가고 있었던것 같다. 기업의 기대는 나의 장점을 취하는 것이고, 기업의 희망과 내가 생각하는 가치..논점의 높이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나 할까..여러제안이 있었지만..정중히 그만하는게 답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정말 후회도 없고..나를 항상 지지해주는 사랑스런 와이프가 듬직하긴했다. 

그전에 다니던 직장도 내가 떠나고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고..재벌기업은 나오고 나니 사업부가 없어지고..참..할말이 없다..내 잘못인가? 하긴 지금도 만나는 동료는 항상 내 잘못이란다..그러고 지금은 미국에 본사를 둔 외국인회사인가 아닌가하는 곳에 있다..돌아보면 즐거웠던 시간도 있고..힘들었던 시간도 있다. 그리고 즐거웠던 이유를 이젠 좀더 명확하게 알것같다. 내가 해야될일이 명확하고, 그걸 내가 즐기던 시절이었던같다. 뭐든 미쳐야 재미있다.

이렇게 내가 이직한 이력..사실 쪽팔린 일이지만 쓰는 이유는 이직은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말하기 싶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일과 잘하는 일을 구분할줄 알아야한다. 직업이란게 이공계빼고 문과계열을 처음부터 내가 잘하던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되는 경우가 보기보다 드물다. 전공을 살려서 관련직종을 갖아도 그런경우가 많다. 반면에 하다보니 숨겨진 재능과 소양이 발휘되어 잘하게 되는 것이 또한 직업이다. 그리고 현재 내가 고민할때 나의 수준을 파악해야한다. 하늘이 두쪽나도 저걸 하고 싶다는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나처럼 호기심으로 사서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싶다. 곱게 미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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