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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 (劇)

인간적이고 인간적인 재난 영화 - 브레이브 언더 파이어 (Fire ★★★★★)

by Khori(高麗) 2021.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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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영화인지 모르고 보기 시작했다. 내가  러시아 사람들은  웃지 않는다. 신중하지 못하고 비웃는다는 느낌 때문이란다. 그런 어두운 세대가 물러나고 점점 우리와 비슷한 세대가 러시아에도 늘어나고 있다. 20년 전의 무표정한 얼굴들도 점점 변해가고 있다. 일상에서 그들도 유머를 알고, 인간미가 넘친다. 경험이 모든 진실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길에 쓰러진다면 부축하는 사람은 러시아가  많다는 것에  표를 걸고 싶다. 단지 소련, 공산주의의 그림자로 그들을 기억할 뿐이지 그들의 삶을  알지 못한다. 재미있는 것은 세계문학을 보면 그들의 작품이 넘치고, 클래식 음악을 봐도 그들의 노래가 넘친다.  나라도 풍류라면 한국에 못지않다.

 

 화재 영화를 생각하면 Backdraft의 "You go, I go"라는 명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커트 러셀과 윌리암 볼드윈의 끈끈한 형제애가 돋보이는 영화다. 원제 Fire를 Brave under Fire로 개봉한 러시아 영화는 시작과 달리 아주 괜찮았다.

 

 어느 나라나 소방관은 존재한다. 그들은 사람들을 위해서 일한다. 재난 속에서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일이다. 우리나라도 화재로 낙산사가 불에 타거나  기억이 있지만 소개령을 내리고 대피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호주의 산불, 캘리포니아의 산불 소식이 머나먼 남의 나라 일처럼 생각되는 이유다. 그런데 러시아의 화재 영화는 이런 자연 속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걱정과 불안으로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성큼 다가온 재난이 확실하게 나를 덮친다는 예측이 100%에 달하면 멘탈 붕괴가 시작된다. 붕괴되기 시작한 정신은 다양한 오작동과 함께 희생자의 늪으로 빠져든다.  길에서 구호에 나서는 소방관들의 모습은 인간으로서 존경할만한 희생적이고 숭고한 인간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자연의 화재는 분노의 역류처럼 경험자에게 특별히 제공하는 시그널이 있다.  시그널을 무시할  피해가 생긴다. 주인공 안드레이는 그렇게 팀원을 잃는다. 팀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규정 사이에서 고민한다. 반면 사랑하는 딸을 같은 직장에서 데리고 있다. 그 공주님을 위해 산림 소방청에 들어온 신참 로만과 딸 사이에서 감시자이자 못마땅한 잠재적 장인 위치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같다.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신참을 데리고 출발한 화재 장소는 우리나라로 치면 두메산골이라고 봐야한다. 쭉쭉 솟아오른 침엽수림은 멋지다. 그러나 수관화가 발생한 침엽수림은 거대한 용광로와 마찬가지다. (수관화를 영화를 보고 찾아보니 서 있는 나무의 줄기와 가지를 태우는 화재라고 하네요) 마을의 결혼식, 임산부, 아이들, 그리고 술주정뱅이 아저씨까지 세상의 모습은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그런 일상 속에 삶이 있고 소방관들도 그런 일상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산다. 그 이야기가 하필 이런 장소에서 맞아 들어가며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묘한 매력이 있는 딸은 아주 당차다. 아빠와 연인이 고립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산림청장에게 서슴없이 구라를 친다. 그때 조직의 수장인 산림청장에게 던지는 말은 아주 명연설이다. 대원을 구하지 않는 청장을 누가 돌보겠냐는 말, 멋지지만 실제 상황에서 하기 힘들다. 화재가 나도 밥 먹고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 시간 지체를 하는 염치없는 사람들이 설레발을 치는 우리나라를 돌아보면 영화 속 장면이 훨씬 그리운 장면이다. 게다가 규정을 말하는 직원에게 확실하게 자신의 책임과 행위를 말하는 산림청장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그런 사람을 기다린다. 어쩌면 어디에서나 내가 먼저 그 일을 하면 되는데 다들 머뭇거린다.

 

 

 세상 어디나 사람이 살고 사람이 살면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은 미래를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어른들의 소망과 꿈을 먹고 자란다. 마법사의 빗자루나 구름이 아닌 자동차를 타고 하늘을 날아 오르는 모습이 위태위태하다.  위태위태한 상황을 딛고 다시 하늘을 날아오른다. 아이들을 품고 꿈을 담고 다시 눈물을 뒤로하고. 

 

 

 다시 돌아온 일상 속에서도 안드레이는 항상 성냥으로 앞일을 점친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떨쳐버리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재난의 중심에서는 이런 미신보다 나를 믿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과 헌신적 노력이 사람을 이끈다. 한국이나 미국 영화라면  유머러스하게 그렸을 법한 장면도 많다. 문화적 차이가 이해를 돕지 못하는 부분도 존재할  있지만 내가  러시아를 생각하면 러시아 답다고 생각한다. 

 

 재난과 재난의 극복도 좋지만  과정의 곳곳에 남아있는 인간적인 모습, 사람다운 모습이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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