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볼링이 유행인 시대였다. 곳곳에 늘어서던 볼링장이 지금은 시들하다. 볼링을 이용해 도박을 한다는 주제가 낯설다. 그런데 도박은 뭘로 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사실 뭐든 도박의 규칙을 적용하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 지금까지 도박없던 시대도 없거늘. 창문의 한 줄기 빛이 선과 악을 가르는 것도 아니고, 칩으로 환산된 마작패를 비추는 모양이 더 아이러니한 사진이다.
퍼펙트 게임을 이룬 선수, 작은 욕심이 불러온 경기조작 사건은 큰 파장을 만든다. 조작된 결과를 벗어나 승리한 선수는 참담한 현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반대편에선 도박의 파트너는 현실의 안락함속에 빠져든다. 내가 정당하게 무엇을 했는가의 문제보다 어떤 결과, 어떤 이익을 취했는가에 빠져든 모습이다. 아무도 이런 결과를 마다하지 않는다. 오늘 마무리한 나심 탈레브의 희귀결과, 운이란것에 실력이란 착각을 더하면 사람은 구제불능이 된다.
도박 게임을 전전긍긍하는 무너진 선수, 아버지의 볼링장을 찾기 위해 궁지에 몰린 여자, 어려서 본 페펙트 게임의 선수를 기억하는 자폐환자, 계속 실력이 아닌 운이 계속되리라 생각하는 선수, 그들이 서로를 붙잡고 살아가는 광경속에서 이익을 바라는 남자까지 재미있는 구성이다.
옳다는 것이 항상 승리하냐고? 옳다는 것을 지킬 힘이 있을 때 가능하다. 아니면 오랜 시간이 흐른뒤에 생명력있는 진실의 힘에 의해서 가능하다. 시간을 세울 수 없는 인간에겐 어떤 타이밍에 행운을 만나는가? 불운을 만나는가? 그게 알 수 없는 일이다. 행운을 만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바라보고, 올바르게 판단한다는 그 방법을 알 수 없는 올바른 말을 따라야 한다. 이것이 또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영화는 올바른 방향을 향해 가려는 마음이 잠시이 일탈을 되돌리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가는 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페펙트 게임은 네가 네 볼을 믿을 때 가능하다'는 말 참 듣기 좋다. 완벽한 인생은 없다. 그 말은 모두의 삶이 완벽할 수도 있다는 비약을 허용하는 것은 아닐까? 자신만의 이야기,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스스로를 믿지 않으면 누가 그를 믿을까? 영화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2016년이면 기억할만도 한대 기억나지 않는 영화다. 유지태의 차분한 모습도 꽤 괜찮다. 평범한 이정현의 모습도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다양하게 변화하는 상황을 능수능란하게 펼쳐나가는 권혜효도 재미있다. 정성화는 다 좋은데 너무 심각해.
스플릿, 그것을 마주할 때가 터닝포인트다. 스페어의 안정과 오픈 프레임이 주는 충격은 나에게 달려있다. 블랙잭도 마찬가지인가?
#스플릿 #볼링 #도박 #한국영화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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