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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제조업에서 해외영업, 제조라인 출동? 차출?

by Khori(高麗) 2020.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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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ID19로 자재 수급이 난장판이다. 지사에서 업체들과 협력해서 최대한 물량을 보내왔다. 문제는 제조란   균형 있게 생산해야 생산성과 안정성이 좋다. 나도 전자제품 제조회사에 있지만 처음 생산하는 제품과 연말에 출시되는 제품은 기피한다. 과거에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미니가 처음 출시될  지인 통해서 serial no 6000번 안의  제품을 받으신 분이 하는 말이 "그럼 그렇지"였다. 갑자기 밀린 일을 해야 하고, 분기 마감이다 보니 제조본부장이 바쁘다.  부서에 협조 요청이 왔다. "시간 나는 사람들 틈틈이 제조라인  도와주세요"

 

 어제오늘 하려던 일을 미리 정리해 뒀다. 아침에 급한 메일을 처리하고 제조라인에 가겠다니 "잔소리해서  돼요"라며 말린다. 같이 걸어가는데 "애들 보내지"라고 해서, "애들은  벌어야 한다"라고 대꾸했다. 제조업의 매력이라면 지위고하를 떠나 이렇게 함께 부딪치면 지지고 볶는 사람의 맛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본부 내무부장관(부서 비용 관리자)에게 제조본부 식구가 많으니 초콜릿이나 사탕을 사서 투입해주라고 했다.

 

 첫 직장을 다닐  컨테이너가 하루에 3-4대가  번에 들어오면 생산부서에서 지원을 요청한다. 팔레트를 사용해서 지게차로 싣으면 좋은데  비용을 아끼려고 박스로 보내달라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라인에 끌려가면 컨베이어에 앉은 아주머니들이 짓궂게 놀린다. "총각, 그렇게 해서 물량이 나오겠다 나오겠어", "일도 못하고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와야지 호호호호", 사고라도 치면 아주머니들 총각 엉덩이가 무슨 북인 양 두두리며 "잘  해라, 이건 이렇게 해야지!"라며 놀리곤 했다. 영업사원이 갖고  일이고, 또 그들이 갖고 나갈 물건들이니 그런 기회에 영업사원들에게 하는 재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제조 라인을   들어간다. 내가 가면 문제나 사고가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팀장들도 놀라고 긴장하니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제조 라인에 일하는 젊은이들 때문이다. 우리 애랑 비슷한 또래거나 조금 나이가 많다. 그냥 마음이 짠할 때도 있다. '참 놀기 좋을 때고 놀고 싶을 텐데'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우리 애가   용돈벌이 아르바이트를 해보더니 삭신이 아프니 공부하는 게 낫다고  말이 생각난다. 일에 귀천은 없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하면 좋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서로의 편견이 있고, 그래서  조심스럽기도 하다.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라인에 들어가서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은 대단히 기분 좋다. 내가  열심히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처음 대표이사 자제가 회사에 출근해서  팀으로 왔을 때다.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라고 물어봤다. 당시 임원에게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나한테  그러냐고 항의를 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임원과 합의한 사항이 이렇다. "일 똑바로 안 하면 제가 만드시  마디 할 거예요. 아버지  하시노?라고요" 그리고 뒷감당은 본부장님이 하시는 거예요.  모릅니다~"였다. 그리고 오자마자 본사 공장에 일주일 파견 보냈다. 제조본부에는 놀리지 말고 제조 공정에 투입해서 조립, 검사, 출하, 교육을 일주일 동안 혹독하게 시키라고 했다. 그런데 우물쭈물해서 한마디 했다. "네 아버지 청춘이 여기에 있다. 그러니 내가 너  노는 꼴은 못 보지. 이해했지요?"라고 했다.  후에도 지나가다 대표이사가 이것저것 물어보면  대답은 항상 같다. "아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괜찮습니다. 잘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불판에 넣고 문 닫는 방식처럼 너무 혹독하게 시켰다'와 같은 소원수리가 있었지만 배웠으면 됐지 크게 신경 안 쓴다. 어차피  지나간 일이다. 

 

 다른 영업사원들도 제조현장에 OTJ를 빙자해서 투입한다. 왜냐하면 내가 파는 물건에 대해서 해외영업은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런 소중한 제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오고, 그 소중한 과정을 소리 없이 수행해주는 소중한 사람의 노고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주둥이로만 하는 영업에 머물지 않는다. 주둥이로만 영업을 하면  일만 긴급하고 소중하다. 타인이 그걸 얼마나 힘들게 노력해서  것인지 모르고 선무당처럼 '이거 바꿔주세요', '당장 만들어달라'와 같은 반상회에서도 안 하는 헛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일은   모르지 않지만 반장이 지정한 라인에 나를 데려갔다. 우리  또래의 녀석이 "이건 요렇게 해서, 이렇게 마무리하면 됩니다"라고 말하는데 엄청 조심스럽다. 나사가 엄청 쪼그만 하다. 눈이 침침해서   보인다. ㅎㅎ "그런데 검사기준이나 조정기준이 있으면 내가 들어가서 불량이 왕창 날 거 같은데"라고 말했다. 그새를 못 참고 반장이 뒷짐 지고 뒤에 서있다. "걱정마라, 오늘 해외사업본부장 왔는데 불량 나서 고객이 난리 치면  해결하겠지"라며 놀린다. 예전엔 아줌마들이 놀리더니 이젠 젊은것들이 놀린다. 그런 재미라도 있어야지. "이리 나와봐요,  고난도 일을 시켜야겠네"라며 한쪽 귀퉁이에서 인형 눈알 붙이듯 단순한 일을 시킨다. 

 

 오며 가면 제조, 품질 부서 얼라들이 자꾸 놀린다. 500개만 하라고 주고 갔는데, 나쁜 녀석이다. 내가  보니까  시간 정도 해보니 100개가 조금 안된다. 손이 익고 2시간 정도 되니까  시간에 100개 정도를 좀 더 깔끔하게 마무리할  있게 됐다.  아는 녀석이 와서 "형님 뭐하는겨?"라고 묻는다. "이거 내가  시간 하니까 100개 정도 하네"라고 ST(standard time)를 이야기하니까 대꾸가 가관이다. "뭐여,  시간에  백개는 해야지". "니가 해봐라"라고 대꾸했더니 "난 그런 일은 안 하지"라면 키득키득 웃으며 도망간다. 덩달아 나도 웃었다. 온갖 잡것들이 자꾸 나타나서 뭐하냐고만 안 물어봐도  개는    있었는데. ㅎㅎ 

 

 하던 일을 어중간하게 두는 것을  참지 못한다. 다들 점심 먹으러 가는데, 쪼그만 소녀가 와서 "식사 안 하세요?"라고 물어봐서 먼저 가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본부 녀석들은 찾지도 안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맞춰서 연락이 왔다. "오전 내내 어디 계신 거예요. 식사  하세요?" 말을 말아야지. 그러고 오후 시간인데 조금 한가한 것 같으니 우리 본부 잡것이 와서 "놀면  해요, 다시 가서 일하다 오세요"란다. 보고서를 이것저것 시켰더니 여기다가 분풀이를 하는 것 같다. 

 

 어쩌겠는가 제조라인이 바쁜 것도  영업이 오다를 받아서 그렇고, 연구소가 바쁜 것도 영업이 요상한 일거리를 받아와서 그런 것이다. 매출이 부족하면 영업이  못 팔아서 생긴 문제고, 수익이 저조하면 영업이  팔아서 그런 일이다. 돈을  받아오면 그냥 대역죄인이지.  하루 오다 받는 날만 대우받는다. 제조업체 해외영업이 그렇지. 하지만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찾아가는 것이다. 

 

 오후도  한가하니  떠밀려서 가야겠네. 나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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