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천 황현을 알게된건은 몇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관을 쓰고 안경을 쓴 도사와 같은 모습에 한손에 부채와 다른손에 책을 들고 있는 꼬장꼬장한 그의 초상은 매우 낯익다. 정면을 보는 왼쪽눈과 오른쪽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참 독특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련서적을 살 기회가 있었는데 미루다 최근에야 사게됬다. 내겐 민족문제연구소 강연 영상중 서해성작가 / 한홍기 교수의 대담에서 나오는 매천에 대한 부분이 매우 인상적으로 남아 있기도 하지만, 책의 소제로 붙어 있는 "지식인의 눈으로 바라본 개화와 망국의 역사"란 말이 참 와닿는다. 최근에 본 리영희 선생의 대화와 비슷한 감을 받는 것도 묘하다.
보통의 역사에서는 정치, 사회의 큰 변화를 중심으로 기록되지만 매천야록은 황현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요사건의 정보를 신문, 지인들 또는 직접 본 내용을 기재한 것이다. 이를 통해서 기록하는 이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가 있다.
일제식민지전의 과정에서 봉건제도하에서 왕권, 민심, 신권들의 상황을 조금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은 보통의 역사책을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깊이 논한다기 보다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이 미친세상에 나를 더렵혀 같이 뒹굴수 없고, 그렇다고 세상을 등지고 산사에 물러날 수도 없는 괴로움이 있지 상존했을것 같다. 감정의 표출보다는 아주 객관적이고 차분하게 기재하고 있는듯 하여 기존의 역사책과 같이 읽는다면 더 좋을것 같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좀더 두툼한 책을 보는 것이 더 좋을것 같다.
고종과 명성이 얼마나 부패하고, 무능하였는지..국민의 뜻을 받들지 못하고 매관매직(음서)과 자신의 안위에 몰두한 리더가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가는지 알 수 있다. 282p에 청나라 사신과 매관매직에 대한 대화가 나오는데 참으로 개탄스럽다. 하지만 나는 요즘도 음서제도가 횡횡한다고 생각되지 그 자리에 필요한 사람을, 필요할 때 쓰는가라고 생각해보면 의문스럽기도 하다.
게다가 그런 왕이 재위기간이 엄청나게 길었다는 것이 모든것이 그 하나의 잘못은 아니더라도 조선에게 복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그런한 사건들에 대한 냉철한 지적과 권신들에 대한 지적은 매우 날카롭다. 그도 진사까지 관직에 진출한 유림이지만 보다 비판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던것 같다. 또한 백성들의 바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고 생각이 들지만, 새로운 세상을 창의적으로 보았다기 보단 마지막 유림의 입장처럼 냉철하게 변해가는 세상과 시스템을 본게아닐까한다.
이 책은 전 6권을 요약하다보니 그가 동학, 서학, 개화, 을사5적, 의병등에 대한 생각을 보다 명확하게 읽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책속에 다양한 당시 사진들과 설명등은 조금 황현과는 다른 생각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왜놈들이 보낸 5강16조를 통해 개혁을 요청한 내용에 대한 매천의 기록은 꼭 기억해야할 일이라 생각한다.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창조하지 못할땐 열심히 준비하고 또 역사를 통해서 배움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식인의 슬픔이란 진정한 고통이라 생각한다. 아편을 입에서 몇번을 뗐던 자연인이지만 망국의 나라에 진정한 지식인의 슬픔이기에 마음이 아프다. 특히 요즘도 왜놈인지 한국인지 분간못하고 식민지시대를 근대화라는 서구의 시대발전기준으로 보는 무뢰배들에겐 조선말 시대의 지식인들의 행동을 차분히 되돌아 볼 일이란 생각이 든다.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 친 뒤에 남이 치느니라 [國必自伐而後人伐之]" 삶도 비슷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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