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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처음 물건을 팔땐...쪽팔린 마음이 많이 들었는데..

by Khori(高麗) 2012.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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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처음 해외영업을 하면서 처음 수주를 받아서, 생산하여 싣어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이전에 해외영업이란 것을 시작할때 배운것과 해본것을 기준으로 꼭 필요한 것을 나름의 기준으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물건을 판다는 것은 인간의 다양한 행위속에서 한가지이고, 결국 주체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잠깐의 이익을 위해서 사람을 버리는 행위는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상법이나 국제상관습의 법률보다 제일 중요한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라 생각하고, 왜 상인들이 '신뢰', '신의'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말하는 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성직자가 각 종교의 율법을 소중히 하듯, 국내거래, 국제거래를 떠나 물건을 파는 행위에서 이를 율법과 같이 소중히 간직하고 지켜려 노력해야한다. 신뢰는 100%가 아닐때도 있지만, 대부분 나에게 언젠가는 꼭 보답을 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이야기 하고 싶은 말은 양가심장약허(良賈深藏若虛, 좋은 상인은 귀한 물건을 없는 것과 같이 깊이 감춘다)라는 말은 자급자족시대, 가내수공업수준에서 장인이 제품 목적의 가치를 최고수준에 다다다르 것이라면 이와 같이 해야한다. 아마 지금은 예술작품에는 일부 적용될만 하겠지만, 대량생산제품의 경우에는 조금 구분해서 봐야 정확하지 않을까합니다. 제품을 개발하는 부분은 예전과 같이 장인과 같은 특성이 있고 이는 위의 말처럼 해야합니다. 하지만 대량생산제품은 장인들이 만든 높은 가치의 기술을 보편화라는 작업을 통해서 꼭 필요하지 않는 기능을 줄이고, 확장성 또는 일반화의 과정을 거쳐 어떻게 보면 본연의 가치를 줄이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좀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효용이란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에서 좀더 analogue적인 제품이 원판이라면, digital이란 작업을 통해서 복제하기 쉽게만든다라는 느낌입니다. 

세번째로 이야기 하고 싶은것은 처음엔 기술적인 습득에 중심이 된다면, 지위가 올라가고 업무가 고도화될수록 모든 문제의 핵심속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항목이기도 하지만,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일정한 성과를 낼줄 알아야하고, 그 속에서 사람을 이해해야하는 것입니다. 사기의 화식열전에 보면 나보다 부가 많은 사람을 정도에 따라서 두려워하고, 그사람의 일을 해주고, 그사람의 노예가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중의 하나인 제퍼슨(공업화에 대해 부정적임)도 자본주의가 심화될 수록 민주주의가 피폐해진다고 말했듯이 상행위를 하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것은 인간 본연의 좋은 심성, 이익외에도 많은 가치있는 것들입니다. 특히 기업의 활동에서 영업이 꽃인 이유를 잘 알아야합니다. 꽃은 뿌리가 없으면 얼마 살지 못합니다. 뿌리도 줄기와 잎이 있어야 합니다. 기업에서 어리가 뿌리이고, 어디가 줄기인지 어디가 잎인지를 생각해보면 회사의 조직이 인간과 같은 유기체라는 말을 좀더 쉽게 이해하고, 그 조직속에 나를 위해서 일해주는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하지 않을까요. 한가지 사람과 다른건 기업에겐 사람의 뇌처럼 다양한 주제를 허용하지 않는 다는 단점이 있고, 그래서 기업의 문화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입니다. 그 문화는 바로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삼성이란 기업적 태생(소비재산업중심으로 국민들의 주머니돈이 성장의 모태가 되었다고 생각함, 재벌1세대중 국가기간산업의 공헌이 낮다고 생각함)에 반감이 있지만, 이병철이 말한 돈버는 법에 대해서는 꼭 생각해 볼만 한 일입니다. 보통 제품을 판매할때 독과점 시장을 제외하고 각 시장의 계층이 존재합니다. 시장에서 High-End, Middle Range, Low-End라고 market segment를 나누는 것은 보편적입니다. 이런 시장의 제품 본연의 가치에 얼마나 충실한가(기술적 난이도 포함)에 따라 결정되고 보통 피라미드형태로 설명됩니다. 이 말과 매우 합치하는 말이, 이병철의 돈버는 법이 아닌가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남들이 못 만드는 것을 만들거나, 남이 만들수 있는 것을 가장 빨리 만들거나, 남이 다 만들수 있는 것을 가장 싸게 만드는 것이다. 이 말에 경영학의 시장분석, 이에 따른 핵심태도를 아주 적절하고 명확하게 설명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장황한 말을 하는 이유는 내가 종사하는 기업과 산업의 위치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내가 할일을 제데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지위가 올라가면 지속적인 신뢰와 위임이라는 것을 해야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위임이란걸 할줄 모르고 시시콜콜 간섭하게 되는데, 그런 사람들이 관리자가 되어서 도퇴되거나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부류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내가 본 임원들의 대부분은 기술적인 자기분야의 성취외에도 인문적인 수준의 함양이 잘된 사람들이 많았던것 같습니다. 

자 이젠 물건을 팔았던 기억을 살짝 더듬어 보기 합시다.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첫 오더는 헝가리 고객에게서 받은 $6,800정도로 수주를 받는데 한달정도가 소요됬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품은 대략 기초적인 지식은 알겠는데, 팀장이 일단 inquiry(견적의뢰)에 대해서 정중하게 회신을 보내고, 제품 소개도하고, 전화도 해보고 하란다.  처음 inquiry를 받고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밥벌이를 해야한다는 중압감, 낯선사람에게 알랑거리면 물건을 팔아야하는 쪽팔림, 긴장감, 낯선 동유럽의 영어였던것 같다. Triple A소심은 아닌데, 낯선 사람에게 전화로 말도 걸고, 설명도 하는 일이 처음에는 부끄러움과 모르는 걸 물어보면 어떻게 하지 이런 걱정들이 많았던것 같다. 또 몇일 기다리라는 말에 잠시나마 실망도 하는 일희일비의 시절이 한달간 계속되었다. 나중에 이해한 것이지만, 신입사원이라면 당신에게 물건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은 그 일을 당신보다 훨씬 많이 했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고객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작은 행위들이 고객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나의 제품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경우이고, 그 사람에 필요한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진실되게 같이하고, 가격적인 조율이란 매우 기초적이고 중요한 과정이 있겠지만, 이를 더욱 여유롭게 해주는 것은 위에 말한 것들이다. 국내영업보다 조금 좋은 점은 얼굴맞대고 이야기하지 않는 점이 조금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한달걸쳐 수주를 손에 쥐고 나니 어찌나 기쁘던지, 또 팀장이 머리올렸다고 축하해주던 기억이 난다. Purchase order(주문서)를 받고, 공급가능한 일정등을 정리하여 Proforma Invoice(견적송장)을 발행하여 싸인 또는 회사직인(company seal)을 받아 계약이 체결되었다. 책과 같이 물품공급계약(Contract of General sale of goods)과 같은 복잡한 과정 없이 간단한 proforma invoice가 편리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공장에 작업지시서를 수기로 쓰고, 입금받고 물건을 실어 보낼때 꼭 자식 시집장가 보내는 것처럼 뿌듯했다. 요즘이야 ERP, SCM, TQM등으로 전산입력하고, 월간회의나 전화통화하고 출고지시하면 물류팀에서 알아서 보내니 편리하고, 빨라진 반면에 사람의 관계가 단절되어 인간미가 없는 시스템이다.  하여튼 그날은 소주를 참 많이 마셨던것 같다. 팔레트하나 보내고, 이렇게 좋아하다니..또 내 후배들이 처음 물건 싣을때 나도 선배들처럼 축하해줬는지 생각하게 된다. 하여튼 그 기분은 사우나에 한시간 정도 갇혀있다가 냉탕에 몸을 담군것처럼 시원하다. 

어째던 이렇게 시작된 영업이 10여년이 지나고 나니, 내가 끊은 수출면장만 1억불은 넘는것 같다. 나혼자 했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지만, 해외영업을 하면서 내가 유일하게 계산하고 속으로 혼자 좋아하는 일이 되버렸다.

원래 처음 선적하고, 몇번의 판매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쓰려고 했는데, 쓸데없는 감상에 다른 말을 많이 쓴것 같다. 주말이나 다음주쯤 해서, 좀더 이어서 써봐야겠다. 모든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니 궁금한건 댓글로 질문을 남기셔도 됩니다. 많은 도움은 안될지도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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