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가 시작됐다. 넉넉하고 풍성한 가을이라는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 치솟는 물가, 경제 여건이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하늘이 깊고 파란 가을이 되어 어느덧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계절인데, 마음마저 청명하면 좋으련만 세상은 여전히 요란한다. 끊임없는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어쩌면 세상은 이런 변화로 조용한 날이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닐까?
선물로 받은 육포를 한 조각 뜯어 물며 이번주를 돌아보니 삶이 참 익사이팅하구나? 팀장 녀석은 내 재주를 보면 듬직하다고 하는데 살면서 두 번째로 같은 말을 했다. "너한테 재주로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꼭 저주 같다. 어째 계속 골병들어 골로 가는 것 같거든! 짜샤"라며 한 마디하고 한 해 고생했다고 서로를 격려하게 된다. 갑자기 두 가지 일을 병행하게 되어 녀석도 말은 못하고 이것저것 자신의 역할을 늘리려고 고생하는 것이 고맙다. 두 가지 일을 하나로 묶어볼까 또 쉬지 않고 이런저런 궁리도 해본다. 다른 일이지만 또 가깝고 어떻게 보면 두 가지 일이 항상 같이 현장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업체들에게도 명절 인사를 하고, 예전 모시던 사장님께도 안부를 했다. 그런가 하면 해외 지사장으로 나가있는 녀석이 연락이 와서 전화도 하고, 다른 업종으로 이직한 후배 녀석도 연락이 왔다. 이 녀석은 꼭 힘들 때 연락 와서 하소연이를 데리고 오는데 한편 응원하고 한편 걱정도 된다. 아휴 이런 오지랖은 나도 모르겠다. 동문 카톡에 선배가 '명절 모의고사'라는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렸다. '형님, 이젠 나도 눈이 침침 한댕?!' 했더니 "인마, 확대해서 보면 돼'라며 잔소리만 한다. 하늘에서 보고 있을 선배를 잊고 살다가도 선배의 친구가 항상 명절 때면 연락이 온다. 한 번 뵈러 가야 하는데 사람이 참 게으르다. 아니다 내 맘이 부족한 것이겠지. 그러고 보니 이번주엔 오랜만에 연락도 많이 받고 그렇네. 2년 전 회사를 과감하게 해고하고 내 할 일 하며 어떻게 보면 그림자처럼 나도 조용히 살자가 모토였는데,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 듯하다. 다시 주변 사람들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보면 나에게도 변화가 조금씩 다가오는 듯하다.
4분기는 하는 일이 잘 될 것 같다. 오늘도 진행하던 일의 승인이 나고, 작년에 진행하다 지체되어 잊고 있던 일도 다음 달에 진행된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그런가 하면 스트레스와 짜증이 나는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경험으로부터 학습은 거지 같은 상황이나 거지와는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잃을 게 없는 사람과 싸워봐야 득이 없고, 되지도 않을 일과 싸워봐야 몸만 상한다. 그것이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잘 사용하는 법이고, 무엇인가 될 확률을 올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던 일은 하던 일대로 진행하고, 새롭게 추진하는 일은 10월에 법인등록이 완료되고 11월에는 사무실 공사가 마무리될 것 같다. 새롭게 일을 한다고 하니, 함께 일하는 협력사 대표님은 걱정이 되셨나 이것저것 알아보시고는 괜찮겠다고 말씀을 주신다. 이런 일은 또 고마운 일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일은 벌어졌고, 나를 기점으로 이쪽저쪽 여러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다.
처음에 함께 한 마음을 같이 하는 시종여일이란 말은 내가 좋아하는 글귀다. 오랫동안 영업을 하면 신의보다 이 말이 더 좋다. 왜냐하면 슬로건처럼 자꾸 강조하는 말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말로 인한 상처, 부족(자신이 거울이기 때문에)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신의를 강조하는 사람이 신의가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시종여일이란 말은 단어가 아니라 문장이다 보니 이렇게 뒤집어보는 느낌이 약하다. 다른 한 가지는 화이부동이다. 소싯적 마이웨이로 달려를 많이 해 본 결과 개인적 성취는 어려운 일이 아니나 더 큰 일을 위한 항상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게 옳고 크게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작게 틀리고 크게 옳아야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항상 이런 생각만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인간의 연산력의 범위를 넘어가는 다양한 것을 콕 짚어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아 아쉽지만 이 사장성어면 어느 정도 의미를 대변한다.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예전에 조잘조잘 이렇고 저렇고 이야기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부족함의 과시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엔 정말 좋아하는 말 두 가지를 붙여서 시종여일, 화이부동이란 말을 많이 새겨볼 생각이다. 그러나 처음 한대로만 하는 또라이가 되면 뭐 할 수 없고, 和而가 Why가 되면 동이불화(同而不和)가 되어 개판 나는 거고, 그럼 다시 불판 달궈지며 서로 밟고 올라가려고 형용할 수 없는 막장 디스코텍이 개장하는 거지 뭐. 어딘달라?
올해는 잠시 달님이라도 보고, 빌어봐야겠다. "달님 알지? 잘 부탁해. 엔간히!! 잘하자" 이럼 협박인가? 다들 건강하고 행복한 한가위 되길. 친척 어르신이 또 편찮으시다는데 걱정이네. 세상에 감사하고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평온하길
#천상잡부 #화이부동 #시종여일 #엔간히 #어쩌다창업 #khori #달님 #12월에승인나면놀아제껴야지 #로또가아닌데 #겸손하게 #어떻게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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