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잡부] 바쁘고 피곤하고 그런데 뭘 자꾸 하고 있다는... 이럴 나이가 아닌데...

 9월 출장 이후로 10월에 전시회 출장과 공급사 summit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공급사 해외총괄 부사장과 이사들이 반갑긴 한데 어째 색다르다. 과거엔 이 양반들이 자기 물건을 써달라고 왔고, 지금은 내가 잘 공급해 달라고 하는 형편이라 그런 듯하다. 사실 그게 뭐 중요한다. 서로 협력해서 사업을 잘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졸지에 작은 상도 하나 받았는데, 행사장에 들어가자마자 놀랐다. '이놈 자슥들을!!!!'

 

 6월 방문에 한국 지사 녀석들이 인터뷰 요청이 있다고 하고선 오후 저녁을 곁들인 술파티를 열어서 엄청 피곤했다. 그리곤 밤 열 두시가 넘어서 내일 인터뷰 질문이라고 보내줬다. 그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그건 볼 새도 없이 자고 일어나서 사무실에 나갔더니 이 망할 한국 지사 녀석들이 나만 쇼룸에 밀어 넣고 도망을 간 셈이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무리 3명과 어찌 되었던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서밋 행사장에 가니 그 영상이 나온다. 어디 인터뷰는 몇 번 해봤어도 얼굴을 사용해 본 적이 없는데.. 아는 놈들 때문에 못살겠다.

 

 그렇게 또 2주간의 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한국에 오자마자 갑자기 고객사 발주가 많다. 환율은 미친 듯이 오르다가, 오함마로 때린 듯 주저앉았다가 오늘 보니 다시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원래 미친 애와 도른 애는 상종할 수가 없고, 환율, 주가, 여자의 마음은 알 수가 없으니 나도 모르겠다. 

 

 새롭게 시작한 일은 사실 너무 쉽게 돼서 걱정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또 힘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니 조신하게 지내며 세상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다음 주면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가 마무리된다. 사무실 개소식(발음이.. 영)에 고객사와 공급사 핵심 인력들이 온다. 어찌 되었던 전 세계 독점권이라 잘 만들어야 할 의무도 있다. 원래 고객사는 국내 거래만 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지사장님이 본사와 전 세계 지사를 다 묶어서 사업 판을 키워주고 있다. 본인의 사업 예측과 계획도 존재하겠지만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갑자기 사업판이 뻥튀기가 돼서 어리둥절하다. 본사와 거래를 틀 수 있게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직접 본사까지 정리를 해주니 일이 수월해졌다. 그런가 하면 여러 가지 대기업 입찰, 오랜만에 만난 녀석이 생각지도 못한 거래제안까지 이게 무슨 일인지.. 이럴 땐 그냥 넙죽 먹구 땡인가 이런 생각이 든다.  

 

 일이야기라면 묻지도 않는 마나님도 무슨 촉인지 자꾸 꼬치꼬치 캐묻는다. 주인님 심기관리를 위해 별일 아닌 일은 내색할 필요 없고, 즐거운 일을 많이 만들어드려야 하는데.. 나이 먹고 주인님 빚을 잘 갚아야지. 쫓겨나면 홈리스인데. 그보단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대리 과장보다 업무가 많은 것 같다. 게다가 한국어, 중국어, 영어 이젠 일본어도 종종 들릴 텐데 말이 서로다르니 대환장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나라님도 못하는 동북아시아 화합을 만들어 낸 것인가? 그보다 나이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이럴 나이가 아닌데 요즘 엄청 바쁘다. 잘 먹고 잘 자고 뭐 방법이 없다. 무엇을 새로 만드는 일과 정리하는 일은 손이 많이 간다.

 

 피곤해서 낮잠을 좀 잤는데도 아직 어리벙벙하다. 카이스트 미래전략 뒷부분을 읽다가 췟GPT에 몇 가지 물어봤다. 개발자들은 코드 등 도움이 많이 된다는데 영업입장에서 궁금한 건 별로 도움이 안 된다. 하긴 워낙 제각각이라 그게 될 리가 없지. 별 도움이 안돼서 몇 가지 질문을 해보고 답을 들어보면 ChatGPT인지 췟GPT인지 애도 자기 하고 싶은 소리만 한다. 잔소리를 했더니 살짝 주제를 돌리는 개수작까지.. 그래서 Stable Diffusion online으로 AI가 그려주는 그림을 시켜봤더니 얘가 조금 더 낫긴 하다. 그런데 지재권 때문인지 기업로고를 바꿔보라고 하면 글자가 없어지거나 말도 안 되는 글자를 자꾸 보여준다. 그만해야겠다. 저거 돌리느라 전기세를 엄청나게 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