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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팀장을 하거나 짤릴 때 - 축복인가 재앙인가?

by Khori(高麗) 2019.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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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팀장을 달려고 욕심을 냈다면 2000년 후반에도 기회가 있었다. 그러지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생활하며, 생존의 문제로 급여는 중요한 문제다. 급여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실력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실력을 타인들로부터 인정받는 일이다. 문제라면 평사원에 급여만 올려주면 좋겠는데 절대 그런 회사는 없다. 대리 때 이런 이의 제기를 팀장에게 했는데 두고두고 욕을 장복했다.

 

 무엇보다 얽매이는 것이 싫고, 누군가 내 머릿속을 제어하려는 것에 큰 반감을 갖는다. 물리적 자유는 한계가 있고, 정신과 영혼의 자유는 내게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이런 사고를 갖고 사는 자유인에게 직책은 대단한 장애물이다. 귀찮고 성가시다. 친구가 "넌 회사랑 참 안 맞는데 오래 다닌다"라고 하는 말이나, 업계 지인이 "자네도 회사 오래 다녀?"라는 농담에 깊은 공감을 하는 이유랄까? 나와 같은 사고가 전통적인 조직 문화에서는 항상 요주의 인물, 관찰대상, 또라이 이런 평을 받는다.

 

 그러다 팀장이 됐다.  의지보다는 부려먹으려는 사람이  부려먹겠다는 의지 때문에 됐다.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팀장이 돼서도 대부분 내가 납득이 되는 일, 내가 잘하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중심으로 해왔다고 생각한다. 회사 일이라는 것이 '주어진 규칙 내에서  마음대로 하는 '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보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주어진 규칙 내에서 목표를 향해서 내 마음대로 하지만 동료와 화합은 이루면서 해야 한다' 정도로 변화했다.

 

 이 두 가지 문장에서 내가 하는 좁은 직무 중심 사고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있다. '나의 직무가 왜 존재하는가?'의 질문은 전체 시스템의 관점에서 바라볼   이해할  있다. '나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기업이라는 전체 시스템의 목적과 목표를 이해한 후, 나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이해할   이해할  있다. '돈 주니까 한다'는 생각이라면 직책  생각보다   궁리만 하는 것이 낫다.

 

 이 두 가지를 잘 깨닫고 실행할 자세가 되었다면 분명 팀장의 자리에 앉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준비가 되지 않은 자가 직책이란 자리에 앉으면 먼저 흥분하고 신이 난다. 노력으로 부족함을 채우지 않으면 자리가 핫도그 튀기듯 사람을 튀겨낸다. 그런 점에서 이것저것 할 것 다 해보고 조금 늦게 팀장을 단 것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막상 해보면  안된다. 내가 하는 일은 알아서  하지만 타인을 통해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대단히 불편하다. 왜냐하면 서로의 마음속과 머릿속에 들어갈  없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선동렬이 되어 타인에게 155km짜리 직구를 안쪽에 팍팍 던지면 끝이라고 주장할 뿐이다. 직급을 조폭처럼 활용해서 강압적으로 하거나, 사사껀껀 시시콜콜 가서 지시를 하던가, 정보를 차단해서 나름 고급지게 사람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한다. 그러나 이 결과는 내가 먼저 망하고 타인이 늦게 망하는 결과를 갖고 온다. 팀원이  대형 사고를 치지 않는 한  성과의 책임은 팀장이 진다. 팀원이  대형 사고를 치면 팀장과 동귀어진을 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을 보호하지 않는 사람은 리더가   없다. 지지받지 않는 리더가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 잠시 리더의 자리에 앉았다가 바짝 튀긴 핫도그가 된다. 일을 하지만 회사에서 일만 하나?  

 

 일을 하기 위해서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팀장의 성과는 팀원들을 통해서 발현되어야 하므로 팀장은 그들이 안전하게 그들이 하고 싶은 방식으로 일할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목표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그들과 함께 시간을 들여서 이야기하고 그들이  일을 해야 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서로 이야기해야 한다. 함께 사용한 시간만큼 사람은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미운 정, 고은 정이 든다. 

 

 그러나 대부분은 장점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내가 직무적으로 잘하는 것,  경험과 특성상 유리한 것만 선택한다. 결국  영역이 좁아지는 문제가 된다.  잘하던 친구가 팀장이 되고 헤매는 것, 그저 그런 친구가 팀장이 되고 엄청난 성과를 내는 것은 직무 문제가 아니다. 팀장의 역할에 맞는 요구사항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실패를 부른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다. 리더십은 사람을 이해하는  부분에 불과하다. 사람은 지속적인 성장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성능 저하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런 위기가 닥치면 스스로 변화를 꽤해야 한다.  시기에 나는 지식의 투입을 시작했다. 이해가 돼야  해도   아닌가?  선택은 직무 관련 분야, 좋아하는 역사, 억지로 철학, 심리 관련 서적을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직무는 팀장으로서 직무적인 지원을 위해서 읽었고, 철학과 심리는 나를 위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말은 옳지만 하기 싫다'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러다 동양 고전들을 읽다 역사, 철학, 심리, 인문의 분야가 교묘하게 엉키게 되어  쉽게 접근하게 된 것 같다. 사기를 읽다가 문득 "사람에 대한 이해, 사람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갖게 됐다.

 

 내 경험으로 한 분야의 책 30권이면 엄청난 수준이고, 10권 정도 꾸준히 읽으면 어느 정도 틀을 잡을 수 있다. 대학 과목별 교재 1권으로 하면, 대학 4년 동안 60권 정도다. 그다음은 일상에서 내가 선택한 지식을 반복 실행하고 수정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지식이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 수 있다. 이 정도면 직무 관리와 인간관계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기초가 잡힌다. 다양한 배움의 길이 있지만 가성비로 보면 책과 영화가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뒷일은 본인의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게 지지고 볶으며 팀장 생활을 10년 정도 했다. 절반은 배우는 과정, 나머지 절반은 실행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2년 전에 팀장을 그만뒀다. 사실  아쉽다. AI로 이야기하면 deep learning도 되고, reinforce도 돼서 자율 주행을 편하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나의 바램과 같은 적이  번인지 기억에 없다. 이번에도 나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팀장 직위해제를 맞이했다. 속으로 그리 즐겁지 않았다. 왜냐하면  귀찮은 일이 잔뜩 생기니까?

 

 팀원은 팀장이 대단해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그런 생각이 들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라갈수록 재미보단 두통거리만 온다. 그게 정상이다.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안되고, 돌발 상황이 발생하고, 문제가 점점 커지니 계속 위로 신속 배달이 된다.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은 그래서 중요하다. 다르게 물어보면 "그 일 하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라는 나의 생각과 표현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 팀장들이 불리하면 이런 의미의 표현을  때가 있다. 힘에 부친다는 말로 해석하지만 가끔 갈군다는 생각이  때도 있다.  블로그를 구독하나? 직장에는 저런 일이 생기면 신문지 덮고 모래 뿌려서 은폐술을 쓰다가 경을 치거나,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애꿎은 사람과 같이 죽자고(속내는 나를 살려내라) 달려드는 사람도 있다. 어쩌겠는가?

 

 팀장을 그만두고 나서 가장 어려운 것은 멘털 관리다. 실무 현업과  단위 관리를 팀장들이 한다. 그럼  해야 할까? 실무만 하다가 실무를  하니 근질근질하다. 그래서 자꾸 실무진 일에  만한 숟가락을 들고 다니던 사람도 있었다. 오래 못 간다.

 

 "그 직책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을 때에 승진을 시킨다"라는 말이 있다. 원래 잠시 멘붕이 오라고 경기장 레벨을 올린 것이다. 하던 일은 새로운 사람들에게 맡기고, 그들이 힘들 땐 당연히 정성껏 지원을 해야 한다. 농담 삼아 servant leadership을 하면 진짜 servant로 보고 달려드는 일도 있다. 그때는 조용히 실력으로 제압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옳을  들어주고, 인정하고 지지해  자세도 필요하다. 관리는 방향성 있는 확인과 조치의 연속이다.

 

 그럼 남는 시간에 노나? 놀 수 있다. 안 보이면 우리 팀장들이 나보고 놀러 갔다고 우긴다. 그러나 팀장들이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 하지만 조직과 alignment가 되는 일, 동료들과 함께 좋아지는 재미있는 일을 해야 한다. 문제는 범위가 엄청나게 넓다. 그 일은 본인이 찾아야 하고, 그 자리에 오기 전에 최소한 몇 가지는 생각해 두어야 한다. 동시에 다른 조직과 함께 성과를 내는 방식에 대해서 준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시 나와 관련 없던 분야의 지식이 또 필요하다. 그런데 사람에 대한 학습은 분야에 상관없이 할 수 있다. 

 

 해외사업본부를 맡고 나서 영업 일은 하던 일이라 당연하고, 지역적, 고객별 전략을 통합 전략으로 구상, 추진하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팀장 떼려 치고 내 상황을 돌아보면 '온갖 일을 하는 잡부'가 제일 정확한 정의다. 잘 되면 당연한 것이고,  되면 드립 천국,  바쁜 흥신소다. 그래도 제일 중요한 일은 사람에 관한 일이다. 이젠 inside, outside도 없다. 나도 애들처럼 '인싸', '아싸' 하고 놀면 좋겠는데 잡부는 안팎으로 일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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