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연 (劇)
항거 : 유관순 이야기 - 사진처럼 기억된 과거가 아니라 기억해야할 소중한 魂
by Khori(高麗)
2019. 3. 1.
선명한 포스터와 극장 사전 홍보 흑백 사진이 차분하고 강렬하게 느껴졌었다. 삼일절을 맞이하여 아침 일찍 극장으로 향했다. 주인공 고아성이 설국열차에 나왔었다는 정보와 주말 낮에 흘러가는 영화 프로그램 소개를 통해서 흑백 영화라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바라보는 총천연색의 세상은 실감이 난다. 다양한 오감이 작동하고 소리, 향이 어울린 실재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흑백과 빛의 명암으로 처리된 2D 사진과 같은 영상은 훨씬 더 강렬하다. 시야를 집중시키는 무엇인가를 품고 있다. 아마도 더 선명하다고 느끼고 절제된 오감이 시야에 훨씬 더 많이 머무르기 때문인 듯하다.
류관순이 맞는지, 유관순이 맞는지? 서대문 형무소라는 제약받는 공간과 기억 속의 병천 아우내 장터의 화려한 모습이 대조적이다. 화려한 현실에서 자신의 자유를 표출한 대가, 자신의 목숨을 소중한 것에 소진하는 숭고한 의지를 통해서 자유가 아닌 억압의 공간에 구속되었다. 병든 몸을 이끌고 오빠와 새벽을 만나러 나오는 장면에서도 왜놈을 뿌리치고 자신의 힘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환한 웃음 속에서 다시 한번 깊은 바램을 이야기하는 과정이 진솔하다.
그리고 다시 흑백이 천연색으로 전환되며 나타나는 감색의 죄수복이 펼쳐지는 모습은 내가 존재하는 현실로 전환되는 느낌을 준다. 삼일절이기 때문에, 최근의 북미 정상회담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게 민족, 나라, 국가를 위해서 자신이 소중한 목숨을 소진하던 사람들의 자유의지가 모여서 현재의 화려한 총천연색의 세상이 이나마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춘영이라 불리는 녀석은 아직도 살아있는가?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정춘영에 대한 기록이 다시 한번 우리가 삐뚤빼뚤 걷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나게 한다. 흑백은 강렬하지만 또 잊혀진 과거처럼 기억에서 사라질 때가 있다. 종종 그 기억을 되새김할 필요도 있고,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나는 아직도 현재를 살아가는 정춘영과 같은 혼(魂)을 갖은 사람들은 많다고 생각한다.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다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사회적인 영향과 행동으로 민족과 나라의 혼(魂) 미세먼지가 꽉 찬 하늘처럼 한반도를 덮지 않기를 바란다.
짧은 지식으로 역사가 어떻고, 누가 어떻고를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영화를 보면 인간 류관순에 더 집중되어 있다. 내가 무엇을 위해서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한반도에 존재하는 인간으로 갖아야 할 자세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항거 #유관순이야기 #삼일절 #아우내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