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르와르 영화를 좋아한다. 르와르의 특징은 법의 옳고 그름과는 조금 다르다. 상식적인고 인간적인 부분이 법보다 우위에 있다. 법과 제도의 특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실현하지 못하는 쾌감을 주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멋진 액션 장면의 양념과 스릴 넘치는 전개는 긴장감과 몰입이란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현빈이라는 범죄인같지 않은 범죄인과 경찰같지 않은 손예진이 경찰로 나오는 꽤 독특한 배우 선정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보다는 이쁜 얼굴로만 승부하지 않는 점이 괜찮았다. 사극과 현대극을 마구 오가는 현빈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르와르라고 하기엔 아쉽다.
이런 류의 영화는 시작점에 임팩트를 짜잔하고 주는 맛이 있어야 한다. 그점에서 미니스커트를 입은 경찰의 출현은 이해할만 하더라도 어정쩡한 동남아시아의 강도가 헬기를 갖고 오라는 설정은 한국의 현실성과 거리가 아주 멀다. 영화를 끝까지 본 뒤에 시작을 알아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거리감이 있다. 이것이 첫 번째 아쉬움이다.
그 이후 하채윤이 마주하는 협상 전문가로써의 역할과 사건 현장이 예상과 달리 틀어지는 상황 전개는 점점 영화의 흥미를 돋군다. 서구 영화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협상 전문가라기 보단 상담사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현장의 긴장감이 떨어지다는 생각보다 배우의 익숙한 모습 때문인 듯 하다.
선배 정준구의 사망, 심각하고 뭔가 있어보이는 표정과 달리 무릎 꿇는 이상목 기자의 현장 전개는 마치 중동 인질의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제대로 된 협상은 아니다. "한 시간 뒤"라는 의미와 긴장감은 좀 떨어진다. 이 부분에서 스릴러물처럼 잘 돌아갔으면 씨리즈를 만들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이 영화를 통해서 사회의 불편한 진실과 감동을 주려는 노력이 결국 르와르도 아니고 불편한 사회의 단면을 응징하는 정의로운 쾌감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에 머무르는 이유가 됐다. 차라리 감초처럼 나오는 안경감(김상호)이 재미를 준다. 그런데 경감이나 되는데 필드에 잠바바람에 돌아다는지는 잘 모르겠다.
민태구의 오래 된 인연은 한국 전통의 보육원에서 자란 남매와 같은 신파극이다. 한국이 아무리 아이를 해외에 입양시키는 수출대국이지만, 소제의 다양성이 있으면 한다. 또 자랑할 일도 아닌 슬픈 일인데 또 슬픈 이야기의 소제로 나오는 것이 나는 좀 그렇다. 또한 마지막 씬은 잘 나가던 르와르의 배반이라고 생각한다. 저격수를 가로막은 하채원(손예진)까지만 해도 조금 기대를 했다.
허망하고 순수하게 쓰러지는 민태구를 보면서, 정준구를 향해 거침없이 권총을 쏘던 민태구와 너무 거리가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외침이 흐르는 홀리데이도 아니고...르와르라면 법보다는 정의로운 응징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황주익에게 달려서 미란다 고지를 하고, "이런 미친년"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뻔 했다는 말이다. 한국과 같은 총기 청정구역에서 총기를 듣 르와르를 찍었다면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