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프고 몰입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면 잠시 시간을 흘려보낼 줄 알아야 한다. 그럴 때엔 영화를 자주 본다. 아저씨의 취미생활 중 심플해지는 삶이 훨씬 편하다. 사람을 만나고, 영화보고,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이정도면 살만한 팔자라고 생각한다. 극장에 가서 볼 마땅한 영화가 없을 때, 리모컨 몇 번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고마운 일이다.
명당이란 두 글자만큼 관상이라는 영화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감독은 다르다. 조승우라는 주연배우보다 백윤식이란 조연 때문에 영화가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관상이란 영화가 참 잘 만들어졌다고 기억되기에 기대를 하는 것이 추억이다.
첫 시작의 사건은 평이하다. 흥성 대원군, 고종, 순종의 테마에 명당이란 인간의 욕심을 담아낸 소제발굴에 큰 점수를 줄만하다. 차라리 소설로 나왔다면 훨씬 재미있을 소재다. 반면에 사건의 구성과 흐름은 살짝 관상과 유사하기도 하고, 스토리의 박진감, 긴장감은 덜 하다. 조승우가 말을 타고 달리는 씬은 사실 왜 저런 장면을 강조하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반발을 생각해서인지 안동김씨가 아니라 장동김씨는 호칭은 재미있다. 김좌근, 김조순이란 실명이 있는데 본을 옮기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김좌근을 찾아보면 "충절과 의리의 대명사로 불리는~"이란 포털의 검색이 무색하게 극중에서는 집안의 발복을 명당이란 지기를 받아서 이루려 한다. 아들 김병기 역의 김성균도 꽤 괜찮았다. 역할이 너무 성정이 무자비한 인간 백정에 가까운 것이 치우침이 있지만. 그렇게 액션씬을 조금이라도 더 넣으려는 노력이 스토리의 무게를 반감했다고 생각한다.
흥선군은 왕가의 떨어진 권위를 되찾기 위해서 노력하다, 결국 자신의 욕망을 따른다. 명당의 말처럼 2명의 천자를 내는 자리를 차지하고 결국 조선의 망국이란 화를 받게 된다. 작가들이 스토리를 구성하는 천재성이 역사적 사실과 잘 버무려진 이야기인데 아쉬움이 많다. 영화를 보면서 흥선군의 역할이 지성이라는 것에 조금 놀랬다. 사실 나중에 알았다. 이것도 한 배우의 조금 큰 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소리를 치커나 호통치는 장면이 좀 아쉽다. 반면 조승우는 자신의 역할을 잘 했다고 생각하지만 관상의 송강호랑 비교해보면 그 비중이 가벼운 것이 아쉽다. 꽤 괜찮은 사극의 배역이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초선이를 위해서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까지는 괜찮았는데... 눈물 한방울 없는 비정한 모습과 이후의 모습을 보면... 마지막 신흥 무관학교의 작명까지가면 명당이란 주제와 인간의 삶이 아니라 나라를 흥망성쇠에 빠트린 욕망의 터란 생각이 든다. 인간이 살아가기에 윤택한 터가 존재할 것이다. 그 터에 빌붙어 자신의 삶을 게으르게 낭비하느니 차라리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천하의 명당을 보는 눈이 있어도 자신은 그 자리에 눕지도 못하고, 천하의 운명을 알아도 제 운명하나 잘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