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일날 보고 싶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토요일도 일하고 가족들과 식사하고 전화기를 보다 생각이 났다. 마침 무료쿠폰도 있어 늦은 밤에 조조시간을 예매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새벽 6시다. 좀 더 자야지 하다 눈을 떴는데, 웬걸 9시 30분을 향해 시곗바늘이 바쁘게 움직인다. 부리나케 이불차고 일어나 양치하고 세수하고 후다닥 옷을 입었다. 놀란 마나님이 무슨 일이냐고 해서 영화 보러 간다고 집을 나왔다.
기억에 존윅 1은 무자비한 살인으로만 기억이 남았던 것 같다. 그러나 점차 조금씩 스토리가 입혀진다고 해야 할까? 가물가물하지만 챕터 1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무슨 차이인지 잘 구별하지 못할 정도였다고나 할까? 그런데 시리즈를 이어가면 어려서 보았던 영웅본색, 첩혈쌍웅과 같은 누아르 속의 끈끈한 의리라고 해야 할까? 옳다고 보기 힘들지만 부당하다고 말하기 애매한 정서적 감흥을 준다. 내가 누아르 범죄영화를 좋아해서 그런가?
키아누 리브스 하면 멋진 배우였다. 매트릭스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존윅에서 보여주는 겅중겅중 뛰는 아저씨의 모습, 한국영화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액션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도 있다. 매트릭스처럼 폼이 좀 안 난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Chpater 4에서의 액션은 대단히 사실적이다. 우리나라 영화 아저씨가 청년이면 중년의 아저씨가 보여주는 사실감 돋보이는 액션이라고 해야 하나. 방탄 슈트하나가 비장의 마법이지만.
아키라(리나 사와야마)의 콘티넨탈 씬은 조나단보다 아키라의 액션이 돋보인다. 총과 방탄 슈트를 입은 후자의 무리와 겨루는 일본 콘티넨탈의 활과 칼은 하나의 대립이다. 이 구도에 여러 관점과 상징이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멋진 장면은 222 계단 씬이다. 끊임없어 돌을 굴려 올리는 시시포스(Sisyphos)처럼 구르고 다시 오르는 존윅의 모습은 한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것이 자유인지 죽음인지 나를 믿고 응원하는 친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최민식의 장도리 씬이 2차원적인 모습이라면 이 장면 3차원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비슷한 장면이 아닐까? 파리 개선문의 차량씬도 빼놓기 어렵다.
영화 곳곳에 꽤 괜찮은 대사들이 많아 좋았다. '인간은 본능을 넘어설 수 없다', '겁쟁이는 말이 없고, 지혜로운 사람은 잘 듣는다', '야망을 갖는 것은 좋지만 자신의 가치를 넘는 야망을 가지면 안 된다' 이것 말도고 자유, 죽음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들이 남아있다. 상황과 조언을 보며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잘 이해한다면 존윅의 방법이 아니라도 현명하게 사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케인이 아키라에게 남긴 '살아라'라는 말도 인상적이다.
존윅의 영화는 전체적으로 어둡다. 하지만 강렬한 명암비가 큰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몽마르뜨 언덕의 일출 장면을 보면 마치 빛의 화가 렘브란트를 생각나게 한다. 일본의 어두운 밤과 피 빛 LED조명 속의 화사한 벚꽃들도 그렇다. 결투가 끝나고 계단에 앉은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인상적인 그림 같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지점은 인물과 인물의 관계다. 킬복순도 복순과 MK의 미묘한 인간관계를 그리고 있다. 존윅, 윈스턴, 카론, 케인, 코지, 아키라, 바우어리 킹의 모습을 보며 생각할 점이 많다. 누군가를 죽이는 범죄집단이며, 범죄집단의 규칙과 규율을 지킨다는 점을 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모두 인간의 본능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분노하고, 누군가는 현명하게 참고 기다리고, 누군가는 자유롭게 보내는 것 같다. 가장 묘한 인물은 Nobody(Tracker, 셰미어 엔더슨)이 아닐까? 존윅의 계보를 이어가야 한다면.. 어쨌든 Lovely wife와 loving Husband라고 했으니 그들이 어딜 가던 결과가 말과 같이 남기를.
#John_Wick #chapter4 #존윅4 #느와르 #영화 #키아누리브스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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