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더 깊이 있게 알기 위해서는 친구를 보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평전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것이 진실인지 사실인지 뻥인지 독자는 확신하는가? 나는 그 확신이란 주인공에 대한 신뢰와 기록된 사실에 관한 배경지식에 따른다고 생각한다. "누가 그렇다고 하던데"라는 사실이, 정말 누구라고 지칭되는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했을 때 신뢰가 쌓인다. 그 간격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할 때 문제가 생긴다.
버핏의 투자라고 새겨진 2부를 읽으며 전에 모르던 무엇인가를 기대했던 내가 좀 바보스럽다. 그나마 소득이라면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에 대한 잘 정리된 글, 피터 린치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들'에서 읽었던 내용을 다시 한번 잘 복기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추가로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이란 책을 사서 읽어볼까 하는 작음 마음이 생겼다. 사려고 봐 두었던 서적이 주문하려고 보니 벌써 팔려버려서 아쉽다. 반 값이었는데...
내가 글을 쓰고 첫 문단과 두 번째 문단을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 같아 보인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의도로 그렇게 기록했다. 워런 버핏이 말한 간결한 투자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 확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간결한 투자원칙은 복잡한 학습, 실전, 경험, 지식의 축적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배우고 익히고 실천한다. 단지 다른 사람보다 더 긴 시간을 하고 있다. 뜬금없이 든 생각이지만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책들인 '행운에 속지 마라', '안티프레질', '스킨인더게임', '블랙스완'(책장에 있으니 언제가 읽어 볼 계획)도 방향성이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한 명은 그런 조합과 확률의 원리를 이야기하고, 한 명은 그런 조합과 확률을 이해하고 실행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왜 그 앞부분에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 '지극히 어려운 것'이라고 정의하고 상당 부분을 '지극히 어려운 것'에 몰아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생각도 생겼다.
나의 문제점은 그들의 생각을 얼추 또는 대강 철저히 이해하고, 내 이성적 이해와 달리 그대로 안 한다는 것이다. 나도 잘 안다. 배워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인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꼭 투자에 관한 부분이 아니다. 투자를 금전에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매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투자한다. 잠자는 시간은 정상화를 위한 휴식이고, 밥 먹는 시간은 본격적인 시간 투자를 위한 재충전이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투자했는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런 생각을 품고 워런 버핏이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선택 기준은 지극히 이해가 잘 된다. 지능, 인격, 기질이란 부분을 이해해 보려고 했다. '진보란 자신이 갖은것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싶은 욕망에 기반한다는 생각'이란 글귀에 동의한다.
지능이란 타고난 재능적 부분을 일부 예외로 하자. 재능을 타고났다고, 모두 같은 재능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위대함이란 학습(배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하고 연습해서 성능 향상을 해야 한다. 공자님이 그랬다고 합디다)을 통해서 현재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세상 모든 일이 높은 지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인격을 나는 성품이라고 하고 싶은 편향이 있다. 이는 도덕적 기준 또는 올바름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한 번 잘못된 길에 들어서면, 그 경험과 지식이 쌓인다. 인간의 오류는 다시 어려운 상황에 도달하고,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 때 발생한다. 모르는 것은 하지 못한다.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 내에서 동작하고,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유효한 방법이 다시 그 잘못된 길의 것이라도 현재를 위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까르페 디엠'하라고 주장하지만 어쩌면 이런 사태에서 인간은 아주 완벽하게 '까르페 디엠'을 구현하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투자의 원칙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격, 이성적 동작이 확률을 높인다는 생각이다. 이 부분도 학습과 훈련을 통해 진보적일 수 있지만 지능만큼 진보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지막 기질은 대단히 진보적이기 어렵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단지 불안정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 기질은 적성, 적합성의 문제다. 타고난 재능과 하고 싶은 분야의 불일치만큼 곤란한 일이 없다. 사실 더 깊이 들어가면 재능과 분야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을 알아가는 시간 투자와 그 투자 기간 동안 인내하며 일궈야 할 것의 기회비용 차이를 참는 것이 쉽지 않을 뿐.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그의 지인과 친구를 통해서 듣는다. 물론 이 책을 기록하는 사람의 해석을 통해서 듣지만 그 배경지식과 인물을 통해서 워런 버핏을 더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찰리 멍거가 말하는 싼 것과 좀 더 가치 있는 것의 차이는 아주 중요하다. 더 많은 정보와 가치판단 기준을 요구한다. 무엇이 더 현명한지는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확률을 고려할 때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이며, 이때의 기대 효과를 얼마큼 믿고 감내할 것인가? 그런 역량과 용기가 있느냐의 말로 해석된다. 지음(知音)이라고 해야 할까?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서로에게 헌신하기에 조금씩 전진하는 사람의 관계를 갖는다는 것, 그런 관계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인격적 완성도를 생각해 볼 지점이다. '예리하고 현실적인 눈으로 불완전한 세상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지 즐기며 궁리하는 현인군자'라는 작가의 표현은 상당히 적확하다. 즐겁지 않으면 그렇게 오래 할 수 없다. 즐거워도 일관성 없는 원칙은 어떤 결과를 쌓아 올리기 힘든 이유가 된다.
"인생에서 산술적 계산이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워런이 자주 쓰는 말에 절절히 감명을 받았던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2+2=4라는 것을 우리는 일찍부터 배웁니다. 어려운 것은 현실에서 2가 함께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정말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답이 4가 되는 몇 안 되는 순간을 놓치고 맙니다. 물론 모든 사람은 4도 모자라 5를 찾아 헤맵니다. 그러나 결국 실망하게 될 뿐이지요. 워런은 합리적이고 그래서 현명합니다. 이런 면에서 그는 행복한 사람이지요"라면 에드 앤더슨 클라크(동창)의 말은 참 인상적이다.
우리는 당연한 결과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이 없어서, 재수가 없어서라는 말을 한다. 그나마 나는 운이 없다는 말은 잘하지 않는다. 내가 실력이 없을 뿐이라고 자책할 때가 많다. 그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되는 것을 우린 아주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해 보면 그게 잘 안된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학습해서 지능을 올리고, 경험을 축적해서 그 간단함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잡스의 글이나 Simple, Easy, Smart에 관한 글을 읽으며, 간결하고, 쉽고, 똑똑한 이런 말들은 결과다. 이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고되며, 어렵고, 난해한 과정을 거쳐서 나온다. 그것을 건너뛰고 거저먹겠다는 올바르지 못한 생각이 문제다. 이런 올바르지 못한 진보적인 생각이 화를 부른다. 그걸 워런 버핏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며 성실하고 지혜롭게 오랜 기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읽고 나서 역시 아는 것, 이해하는 것과 실천하고 행동하고, 실천과 행동을 통해서 성취를 이루는 것은 레베루가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마상을 입게 된다. 그게 나의 수준이란 것이 심각한 문제지 뭐.
#워런버핏 #찰리멍거 #투자의신 #독서 #마상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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