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날도 더운데 큰 아이는 과외를 하고, 작은 녀석은 학원에 다녀온단다. 아저씨의 주말은 참으로 심심한데 덥기까지 한다. 피곤함을 달래려 휴식과 밀린 수면의 기회가 박탈되는 참담한 현실이다. 분주한 마나님이 도서관에 가냐는 말에 영혼없는 "응"이란 대답과 함께 얼마전에 얻은 표를 들고 예술의 전당에 가기로 했다.
"To SEE LIFE, To SEE THE WORLD"라고 씌여진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LIFE 잡지의 특징과 identity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티켓뒤의 멋진 금발의 모델이라고 상상했던 대상이 슈바이처 박사라는 사실만큼 신선하다.
표와 함께 받은 팜플렛에 똘망똘망한 아이들의 사진이 들어 있다. 이쁘기 그지 없다. 우리 아이들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벌써 많이 커버렸다. 사진의 아이들처럼 새로운 것들에 많은 호기심을 간직했으면 한다. 팜플렛뒤로 조금은 우중충한 날씨를 배경으로 목적지가 보인다.
입구를 지나 2층까지 계단을 천천히 걸어가다보니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사진이란 작가가 바라보는 마음과 의도가 나타난 그 순간을 정지시켜 한장의 종이에 담는다. 바로보는 사람에겐 오감이 즐거운 일이지만 그것을 구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눈빛 출판사에서 나온 시대별 역사와 사진에 관한 책이나 골목길 사진을 통해서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든 김기찬의 사진집이 생각난다.
어려서 고모나 삼촌이 미놀타 사진으로 찍어주던 일상의 모델이 자연스러웠으나, 지금은 사진속에 들어가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대신 스마트폰이란 기계를 통해서 일상을 찍어보거나, 도서관의 사진첩을 통해서 가끔 오늘과 같이 전시회를 다녀오고나서 검색을 통해서 디지털화된 사진을 보는 재미면 충분하다. 특히 흑백사진은 화려한 컬러사진과 달리 담백하다. 데이터가 작기 때문에 색에 현혹되지 않고 그 한장에 더 집중하게 된다.
스폰서 업체의 로고가 조금 거슬리기도 하지만, 전시관 앞에 장식된 사진이 아주 간결해 보인다. 유리에 인쇄해서 광택이 있고, 조명이 겸비된 보드에 장식되어 하나는 실제 사진을 들고 보는 듯한 느낌과 선명하고 깔끔한 디지털 이미지 느낌을 갖고 있다. 잘생긴 찰리 채플린의 사진이 그를 상징하는 희화화된 모습과 많이 다르다. 그의 자서전을 보면 확실히 그의 삶과 영상속의 삶은 다르다. 그 속에 많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고 전시속의 사진 몇장이 그 이야기의 희노애락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전시관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 학생처럼 보이는 관람객은 노트에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적는다. 코너마다 적힌 문구들, 사진과 설명을 천천히 읽으면 소일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빨강, 노랑, 초록, 파랑, 회색등 원색적인 판넬위에 장식된 사진과 세월을 이야기하는 듯한 잡지, 중간중간 비디오를 통해서 LIFE잡지가 갖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약 90분정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꽤 괜찮은 전시라고 생각한다.
첫 입구의 시작은 제왕절개로 태어난 듯한 아이의 사진과 LIFE잡지가 걸려있다. "LIFE starts"로 시작되는 기사의 제목이 전시의 구성부터 여러가지 안배한 것이 틀림없다. 재미있는 것은 전시의 마지막은 "LIFE is ..."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모두들 태어나서 무엇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사진을 통해서 태어나서 시간의 역사를 거쳐서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가 되어간다. 못생긴 처칠의 사진보다 그가 이룬 업적이 사진을 통해서 비춰지고, 아련한 햇살속의 멋진 남성이 그 악독한 2차 세계대전의 전범이라는 사진이 참으로 대조적이다. 사진을 통해서 우리는 또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잡지의 시대처럼 전시관을 걷다보면 끊임없이 음악이 흐른다. 르와르 영화와 같은 리듬앤블루스풍의 음악, 재즈등 잡지의 시대와 비슷한 음악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군데군데 씌여있는 명사들의 문구중 채플린의 말이 두 곳이나 씌여있다. 인생에 나에게 즐거움을 넘어서 경의를 표한다는 말이 새롭다.
그런가 하면 LIFE잡지 사진가들의 말중 우리는 최고이다라는 자부심, 폐간이라는 아쉬움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비디오도 차분하게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 사람이 죽은 모습과 슬퍼하는 부인의 모습 중 우리가 찍어야 하는 것은 사건의 현장이란 fact보다 슬퍼하는 부인을 통해서 fact와 story를 통해서 인간에게 다가서야한다고 말한다. 세상을 꾸준히 관찰하고 바라봄으로 그들은 결국 사람에게 다가서면 중요한 순간을 남긴다. 문학, 역사, 철학, 시, 서, 화, 악을 인문학의 범주로 본다면 사진은 현대적인 인문학 수단이라는데 주저없이 손을 들게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마일즈 데이브스(Miles Davis)의 말은 재즈 음악과 함께 마음 깊이 남는다. 인생에 대한 통찰과 음악이란 것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그래서 우리는 또 열심히 시간을 사용하고 흘러보내야 한다. Life is.... What을 결정할 주체가 바로 나이기 때문이고, 또 나를 이어가는 자식들과 후배들이 나의 삶을 평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나의 몫이지만, 나를 반추해 보는 것은 곧 타자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길 바래본다.
"재즈에서 틀린 음이라는 건 없다. 음들이 틀린 장소에 있을 뿐이지 연주하는 그 음이 틀린 것이 아니라 그 다음에 오는 음이 그게 옳았나, 그르나를 결정하는 것이다 - Miles Davis"
참고 (Miles Davis) :
http://ch.yes24.com/Article/View/17955
http://ch.yes24.com/Article/View/21845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이쁜 선물가게도 있고, LIFE사진관도 있다. 도록을 여러번 만지작 거리다가 놓았다. 약속이 있어서 움직여야 하는데 들고가기도 힘들고 검색으로 또 사진들은 다시 볼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잘 인쇄된 엽서도 이쁘기는 하지만 LIFE sticker를 하나 샀다. 직장 동료는 아이들을 데리고 카림 라시스전을 보면서 계속 주의를 받고 있다고 투덜댄다. 애들은 다 그렇지 뭐...
관람을 하면서 몇몇 사진가들을 찾아봤다. 김구의 환하게 웃는 사진, 대한민국 정부 수립식의 선명한 사진, 우리에게 익숙한 사진들이 많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보기에 충분히 좋았다.
1) The Most Influential Images of All Time
http://100photos.time.com/
2) The LIFE Picture Collection
http://www.gettyimages.com/collections/lifepicture
3) Joseph Scherschel -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https://www.google.co.kr/search?q=Joseph+Scherschel&tbm=isch&tbo=u&source=univ&sa=X&ved=0ahUKEwif_Yrgzq7VAhWBlJQKHUwdBd4QsAQILQ&biw=766&bih=744&dpr=1.25
4) Carl Mydans - 김구, 이승만, 한국전쟁, 장진호 전투 사진
https://www.google.co.kr/search?biw=766&bih=744&tbm=isch&sa=1&q=Carl+Mydans&oq=Carl+Mydans&gs_l=psy-ab.3..0i19k1l2j0i30i19k1l2.34203.37243.0.37481.11.11.0.0.0.0.137.1127.8j3.11.0....0...1.1.64.psy-ab..0.11.1127...0.CxGmMFjeMy4
5) W. Eugene Smith - 아이들의 사진이 인상적이서
https://www.google.co.kr/search?biw=766&bih=744&tbm=isch&sa=1&q=W.+Eugene+Smith&oq=W.+Eugene+Smith&gs_l=psy-ab.3..0i19k1l4.37585.40945.0.41458.15.15.0.0.0.0.105.1463.11j4.15.0....0...1.1.64.psy-ab..0.15.1462...0.c1vpxwlv9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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