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3PO 책을 읽어야 하는데 피곤하다. 미루고 미뤄두었던 '알리타'를 보기로 했다. 로봇이 나오는 영화 중 가장 인간적인 로봇은 무엇일까? 조금 멍청해 보이지만 사람과 대화를 하는 C3PO가 처음 같고, 그 후론 "A.I"란 영화는 인간이 되고픈 로봇 영화라고 기억된다. 그 뒤로는 인간이 꿈에 그리던 역량을 갖은 로봇들의 영화가 훨씬 많다. 알리타는 내게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영화가 된 것 같다.
'위대한 사람', '인간적인 사람(당연한 말을 반복하다)', '사람 같지 않은 놈', 짐승만도 못 한 놈', '사람 내음이 나는 사람'과 같은 다양한 표현을 한다. 대부분 기준이 사람일 때 나오는 말들을 돌아보면 부정적이다. 내가 너무 부정적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이 알 수 있을 듯하고, 아는 것 같은데 잘 모르는 것 같다.
인간이 너무 이성적이면 거리가 생긴다. 차갑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기술과 과학은 이런 이성적 활동을 통해서 구현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또 하나의 착각이다. 인간이 필요하고 인간의 감성적 이해와 욕망을 충족하지 목적이 아니라면 인간 세계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나의 예외라면 전쟁과 같은 파괴적 활동을 위한 이성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미래학자들이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그리는 이유는 이런 삶의 비중 증가가 만드는 상상과 인간이 갖고 있는 태생적 특징 때문은 아닐까?
인간 세계에서 버려진 로봇, 동작하지만 아무런 기록이 남지 않는 로봇은 인간이 태어난 상태와 비슷하다. 아이를 살피고 키우는 노력만큼 부서진 기계를 다시 만드는 과정은 사실 더 손이 많이 간다. 새로운 기계는 매뉴얼에 따라 만들면 되지만 부서진 기계는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며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인간의 노력, 정성, 사랑 이런 마음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닥터 이도은 왜 자신의 딸을 위해 준비한 몸을 부서진 로봇에 연결했을까? 그것은 부품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딸을 자시 찾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그렇게 다시 동작하고 존재하기 시작한 로봇은 "Alita"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이름은 자신의 존재성이며, 자신을 위한 가장 좋은 주문이 틀림 없다.
기록을 쌓아가는 알리타는 위기의 순간에 본능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소환해낸다. 300년이 넘는 과거의 기억을 그의 뇌가 기억하고 몸이 반응한다. 마치 한 때 자신이 혼신을 다해 배워왔던 기억이 자신을 떠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과정은 인간의 것이다. 로봇은 데이터의 존재 여부에 따라 기록을 로딩할 수 있는 역량이 결정된다. 잊힌 기억의 소환이 포렌식으로 재생할 수 있다는 말은 요즘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장난이 될 수 있다. 과거 광전사의 기억을 이끌어 내는 알리타, 자신의 소명을 기억하며 점점 기계와 인간의 경계를 부수며 나아간다. 그 배경엔 휴고에 대한 사랑이 존재한다.
그럼 기계와 인간의 구분은 '사랑'이란 단어가 가장 큰 것일까?
기계와 사람의 구분을 알리타가 깨어 나간다면 이도를 아빠라고 부르고, 시렌이 엄마의 의미를 되찾은 것은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일까? 자렘이란 하늘의 도시를 위해 오르는 휴고는 욕망을 다스리지 못한다. 인간의 문제를 잘 보여주고, 사내 녀석의 멍청함을 더 해준다. 자렘이 아니라 고철의 도시에서 함께 하길 권하는 알리타를 보면 누가 더 삶의 중요함과 깊이를 깨닫고 있는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영화 "휴고"의 슬픈 기억처럼 이 녀석의 삶이 그렇다. 계획은 있으나 뭐하나 자신의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알리타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고, 자렘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노바를 바라보며 마무리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앞으로 후속작이 예상되는 작품이다. "총명"이란 만화를 찾아보니.. 허허 이 녀석도 끝이 한참 멀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궁금하네. 열혈강호 밀린것도 볼겸 만화방에 나들이를 해야하나.
#알리타 #Alita #영화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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