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출간, 위화 작가 내한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 위화가 한국을 방문했다. 최근 배우 하정우가 『허삼관 매혈기』(위화 원작)를 영화화하기로 하면서 위화는 문학 독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이번 방한은 『제7일』의 출간과 맞춰 이뤄졌다. 그의 방한을 맞아 국내 인터넷서점 관계자와 함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날 인터뷰는 예스24 채널예스, 교보문고 북뉴스, 인터파크 북&, 반디앤루니스가 참석했다.
이미 한국에도 소개되었지만, 그가 소설가가 된 이유는 다소 엉뚱하다. 아버지의 직업이기도 했던 치과의사가 소설가가 되기 이전, 그의 직업이었다. 한국에서 선망받는 직업이다. 하지만 치과의사로써 삶이 그에게 즐겁지 않았고 위화는 놀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이번 인터뷰에서 밝혔듯, 놀기 위해 창작을 한다는 그의 창작관은 지금도 유효하다.
경쾌한 창작관과 달리 그가 쓴 글은 가볍지 않다. 신작인 『제7일』은 오히려 묵직하다. 이 소설은 주인공 양페이가 죽은 뒤 7일간 이승을 떠돌며 겪는 사건을 다룬다. 황석영이 쓴 『손님』처럼 망자의 입으로 풀어가는 소설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양페이의 죽음 뿐만 아니라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의 죽음은 대부분 자연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제7일』, 망자의 입으로 중국 자본주의를 말하다
중국의 문학평론가 훙즈강 교수는 2005년에 출판된 『위화 평전』에서 1986년에서 1989년에 나온 그의 작품에 자연사가 아닌 방법으로 죽은 인물이 무려 29명이나 나온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제7일』은 21세기에 쓴 장편소설이나, 이 작품에도 피냄새가 풍긴다. 자살, 사고사 등 위화가 묘사하는 죽음은 현재 중국사회의 모순과 밀접하다. 『제7일』은 소설로써 현실을 다루겠다는 위화의 창작관이 투영된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은 사후 세계이나, 『제7일』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뤘다. 사망한 후를 시점으로 택한 이유는 객관적으로 사회를 그릴 수 있어서다. 주인공이 살아 있는 시점에서 썼다면, 단면만 묘사하는 데 그쳤겠으나 망자의 눈으로 묘사함으로써 사건을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 현재 중국에서는 급속한 경제 발전의 부작용으로 불평등이 드러나고 있다. 불평등을 소설로써 다루고 싶었다.”
자본주의 사회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에는 불평등이라는 문제가 존재한다. 평등을 지향한 소비에트에도 현실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지 않았다.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로 생산양식에서 자본주의를 추구하면서 불평등 문제가 심해지고 있다. 경제성장의 혜택이 바다 주변의 대도시에 집중되면서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커졌다. 도시 내에서도 계층 분화는 빨라졌다. 도시로 일자리를 찾으러 온 농민이 도시빈민으로 전락하는 농민공의 등장은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부자가 되고 싶은데,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없다. 개방으로 중국사회에도 자본주의적 욕망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 욕망이 좌절될 때 사람이 택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선택은 자살이다.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자살이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제7일』에도 이런 유형의 자살이 등장한다. 도시 빈민으로서의 자신의 처지를 통감하고 고층 건물에서 몸을 던지는 류메이가 바로 그 인물이다.
류메이는 동거하는 남자 친구에게 아이폰을 선물 받은 뒤, 그것이 짝퉁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홧김에 자살한다. 다소 희극적으로 표현된 이 죽음은 도시에서 하루하루 벌어 힘겹게 살아가는 도시빈민의 비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류메이의 죽음 외에도 소설에는 웃기면서 슬픈 사건이 많은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위화, 작가로서 현실에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
“『제7일』은 (완전히 허구가 아니라) 현실에 바탕을 뒀다. 작가로서 현실에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 나와 비슷한 세대의 작가들은 대개 현실을 주시한다. 소설로써 실제 현실을 다루는 게 쉽지만은 않다. 지금 중국은 소설보다 실제 모습이 좀 더 황당하다. 현재 독자는 소설을 읽으며 이건 현실 이야기이구나 하겠지만, 미래의 독자가 읽는다면 앞 시대 사람들은 이렇게 황당한 시대를 살았구나, 싶을 것이다. 소설이 아무리 황당해도 중국 현실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웃음)”
『제7일』에서 그리는 중국의 모습이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 표현의 자유가 제한적인 중국에서 이런 작품을 쓰는 게 위험하지는 않을까. 그에게 중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느 정도 허용되는지 물었다.
“통제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소설은, 일일이 심사받지는 않고 출판사에서 출판할지 안 할지를 결정한다. 소설은 독자들이 찾아서 읽는 것이니 매체보다는 영향력이 낮다. 그러니 매체를 향한 통제보다는 약하다.”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한국을 찾은 감흥을 들었다.
“중국과 교역량이 늘면서 양국 간 교류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에 한국에 오면서 면세점을 지나치는데, 10년 전에는 없었던 중국어 간판이 많았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한국은 계속 경제가 성장하는 것 같다. 중국도 한창 경제가 발전하는데, 경제가 성장할 때는 사회 문제도 생긴다. 잘은 모르지만, 한국에도 중국이 겪는 문제가 비슷하게 있을 것 같다.”
1960년생인 위화 작가는 앞으로도 글을 계속 써내려갈 예정이다. 글쓰는 게 여전히 즐겁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 쓰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그는 창작의 고통보다는 창작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차기작이, 내년에 영화로 나올 『허삼관 매혈기』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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