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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_경제_IT(冊)

경영은 실전, 숫자는 중요한 과거 자료일 뿐 - 숫자로 경영하라

by Khori(高麗) 2023.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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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하처럼 보급을 잘 계산하고 정리하는 신하는 유용하다. 기업의 성적표인 회계와 재무적 운영방안에 신뢰할 수 있고(이것이 가장 중요), 탁월한 실력이 있는 인재가 곁에 있다면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난 장부 쓰는 것들을 신뢰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들 중에 경영에 뛰어난 능력을 갖은 사람이 존재하지만, 회계와 재무를 안다는 것이 경영을 잘한다는 근거가 어디에도 없다. 조직론적으로도 핵심 조직은 기업의 구조와 일치된 "만들어 판다"로 요약된다. 연구소, 제조, 영업이 핵심 조직이다. 그 일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며 구매, 인사, 총무, 회계, 재무, 품질관리와 같은 지원 조직이 만들어지는 이유다.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 거들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근육이 더 큰 힘을 발휘하데 도움이 되지만, 골격을 이기지 못한다. 만들어 팔지 않으면 기업의 존립가치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회계, 재무는 뭘 쓸게 하나도 없다. 할 일이 없는 것이다. 뭐 정리할 것이 있어야 존재가치를 입증하지 않나?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경기장 선수와 보급, 지원부서는 엄연히 다르다는 말이다. 이게 뒤집어지면 대부분의 기업에 망조가 든다. 망조가 안 든다면 그럼에도 그 이상의 역량을 갖은 존재의 역할이 클 것이다.

 

 내 개인의 모토는 회계정리와 재무적 판단을 잘하기 전에, 연구소가 똑바로 만들고, 제조가 똑바로 생산하고, 영업이 잘 팔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연구소는 목표 원가에 목표 성능을 내는 것이 기본이고, 제조는 연구소가 만든 제품을 잘 만들어 내면 된다. 영업은 목표된 판매가격에 잘 팔고 목표된 이익을 잘 확보하면 된다. 장사, 사업, 경영은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구조로 돈을 벌어야 한다. 실력이 떨어지고 능력이 없을수록 복잡하게 마찰비용이 대량 생산되게 하고, 뭔가 근거 없이 뻔지르르한 말로 포장이 된다. 일정한 선을 넘으면 사기꾼에 가까워지거나 범죄에 가까워진다. 이럴 때 적확한 회계, 재무적 지표가 도움이 될 뿐이다. 통장 잔고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고, 가계부처럼 그 숫자가 나온 스토리를 보면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통장을 누군가가 매일 보고 확인해 준다고 잔고가 늘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줄면 줄었지..

 

 내가 이 책의 존재를 2010년에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아마 그때 읽었다면 이해도가 더 낮았을 것 같다. 금융위기 이후에 나온 이 책은 충분히 주먹구구 경영에 숫자가 갖은 의미를 충분히 주었다고 생각한다. 10년이 넘은 지금은 숫자를 넘어 데이터 기반 경영의 의미를 갖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회사 자료 분석, 예측을 할 때 이렇게 저렇게 나름의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하고 의사결정에 참고한다. 멋있어 보이지만 무책임한 판단이은 일명 감, 촉에 기반한 판단이다. 자기 돈이면 이렇게 무모하게 잘 안 한다. 회사에서 어떤 의사결정에 "네 돈으로 해봐"라고 물어보고 반응을 보면 그게 대부분 적확하다. 그렇다고 내가 대표이사나 주인도 아니지만 어려운 상황의 판단은 이렇게 많이 한 것 같다. 저자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 10년이 지나야 알 수 있다고 한 시간이 지났다. 2020년까지 전체적인 거시지표를 비교하면 학습효과가 있었던 것 같지만 요즘을 돌아보면 말짱 도루묵에 과거의 헛삽질을 재탕 중이란 생각이 드는 시점이다.

 

 최근에 나온 내러티브 앤 넘버스(사서 보관 중)의 제목이 더 끌린다. 숫자는 정확해야 한다. 내 생각에 모든 숫자는 원인과 결과라는 내러티브가 있다. 이 내러티브에 "올바름"이 얼마나 담겨있는가에 따라 경영의 질적 수준이 달라진다. 그리고 기업은 가치를 세상에 제공하여 세상을 돕고, 그 대가를 금전적 수단으로 받는 존재다. 그렇지 못하면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다. 기업이란 많은 존재가 많지만 수준이하가 많은 이유다. 

 

 한 때 모두들 잘 나가던 시절이 있다. 회계는 특정 일자를 기준으로 정리된다. 시간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 단지 과거의 자료를 순서대로 보면 꼬라지가 좋아지는지 망조가 붙었는지 알 수 있을 뿐이다. 숫자가 인격이라는 아주 격한 농담이 있다. 사람의 인격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업에 대한 인격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눈을 굴려 눈사람이란 결과를 만드는 능력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사실 세상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가가 결정한다. 어제 잘했다고, 다음 달에도 좋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 숫자의 변화 속에 실력, 노력, 학습, 협력, 배려, 존중과 같은 다양한 인간 문화가 녹아있다. 똑바로 살아야 하는 이유고, 회계도 똑바로 정리가 되어야 의미가 있다.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공시기업의 주석을 읽고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일은 대부분 최소한 3개월 전이 과거다. 경영을 한다면 해당 월 결산을 해야 재무적 판단을 할 수 있다면 얼른 다른 일을 하거나, 경영의 일선에서 제외해야 한다. 매일 경영을 하면 그날의 결산 수준을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데 매일 과거의 결과만 파고 있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어차피 타임머신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데. 사실 있는 데로 ERP에 넣으면 계산은 잘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영을 하는 것이 훌륭한 수준 아닐까? 자꾸 만지작 거려봐야 만지는 놈 인건비에 복잡할 설명만 추가될 뿐이다. ai도입이 가장 확실한 분야 아닐까? (전자 세금계산서, 통관 EDI, 국세청 전산화만 봐도 기업 장부는 사실 전사화가 아주 쉬울 듯하다. 요즘 현찰도 거의 안 쓰고, 은행에서 현금 찾는 한도도 줄인 건 이런 거대한 방향성이 아닐까? 투명해서 불편한 사람들이 문제인거지)

 

 회계 불변의 원칙이라면 "내 돈은 1원 한 장 안 틀리고 다 맞는다, 남의 돈이라 안 맞는다"가 아닐까? 재무적 판단이 경영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도덕적이고, 신뢰할 사람을 얻는 것이 제갈량을 구하는 것처럼 쉽지 않다. 또한 모든 인간이 탐욕에서 자유로운 경지에 가기도 싶지 않다. 사고 나면 다들 도망가는데, 매일 장부를 기록하는 인간들은 도망도 못 가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면 이 직종도 도를 닦는 직종이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또 기계가 감당하지 못한 위대한 성과를 돕는다. 직접 만들지는 못하고.. 장수와 병참은 아무래도 다르다.

 

 다양한 과거의 사례를 10년이 지나서 복기해 보는 재미가 있다. 시리즈로 있던데, 1권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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