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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예술 (冊)

기차는 달리고 나는 책을 쫒고, 또 추억을 쫒고 - 화첩기행 1 - 남도 산천에 울려퍼지는 예의 노래

by Khori(高麗) 2023.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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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첩기행엔 군산부터 옥천까지 25개의 도시와 예술이야기가 남아 있다. 근래의 대중 예술가부터 오래전 예인까지 장르와 분야가 다양하다. 오래전 눈빛 출판사에서 나온 장터에 관한 사진첩 이야기만큼 소박하고 담박하다. 사이사이의 그림이 멋지고 맛깔스러움을 더한다. 이웃집에서 보고 한 권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읽는 일이 참 더디다. 봄이라 그런 것인지, 마음이 어수선해서인지 알 수가 없다.

 

 코로나로 인해 어르신들을 몇 년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코로나가 심할 때는 어르신들이 오지 말라고 하고, 가려고 했더니 아이가 코로나 확진이 됐다. 딸자식 납치해 간 간 그냥 죽일 놈이 된 셈이다. KTX를 끊이라고 했더니, 집에 가까운 기차역에서 무궁화호를 끊었다. 먼저 출발한 마나님을 따라 다음날 예비소집을 마치고 잘 놀다온 별봉이 데리고 기차를 탔다.

 

 예인들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려서 할머니 고향인 순천에 가는 완행열차는 엄청 지겨운 여행이었다. 모든 역을 다 서는 열차가 대학 때 MT 갈 때는 운치가 있다. 하지만 학교도 안 다니던 아이에겐 계란과 사이다를 먹을 때를 제외하곤 좀이 쑤시는 일이다. 그렇게 순천을 거쳐 여수에 도착했다. 한 밤중에 본 바다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다. "우와~ 저기가 미국인가?"라고 말했더니 모두들 한참을 웃고 짓궂게 놀려댔다. 노란색, 초록색 불빛과 배들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바람에 다음날 통통배를 타는 행운을 맛봤다. 태풍을 해치고 제주항에 들어갈 때의 불빛과 바다가 만든 데칼코바니를 볼 땐 무릉도원 같은 모습이었다. 태풍속에 엄청난 고난의 행군뒤에  모습이라  멋있었던  같다. 그래도 어려서 본 여수 밤바다의 모습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보다 훨씬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 

 

 기차가 출발하고 고향을 지나 논산을 지날 때쯤 별봉이가 '나중에 여기 와야 하는데'라고 한다. 옛날 강경, 논산이 큰 도시였다는 역사책 속 이야기를 하다 다시 책을 읽다 졸다를 반복했다. 차창으로 조금 넓은 평야도 보이고, 산과 강이 보이고 갈수록 낮은 건물들이 드문드문 보일 때쯤 내가 이 책의 여행코스를 띄엄띄엄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삼만의 전주를 읽다 친구랑 둘이서 전주를 거쳐 지리산 2박 3일 완주를 한 기억, 고창에 가본 적은 없지만 고창 사람과의 인연, 남원에서 미스 춘향을 했다는 창을 잘하는 사람, 친구들과 단풍놀이 가자고 내장산에 가며 들렀던 많은 도시들(사실 모기만 잔뜩 뜯기고 ㅎㅎ), 태풍오느날 페리 타고 목포에서 수학여행 가던 날 등등 책을 들고 있으나 추억 속의 여행을 하게 된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 사람과 도시, 이야기를 더듬더듬 생각하게 된다.

 

 전라를 돌아 진주, 진해, 하동, 동래, 울산, 경주, 대구, 하회, 옥천을 읽어 보니 아직 못 가본 곳이 많다. 김해란 곳을 작년에 처음 가봤다. 경주는 수학여행 이후로 가본 적이 없고, 일 때문에 울산 태화강 근방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책을 통해서 태화강 근처가 지역의 랜드마크라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 그곳의 사람과 다양한 예술의 이야기를 더하니 참 좋다.

 

 지금도 집을 하나 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한데 아직 여력이 없다. 여력도 없는데 집을 지으면 꼭 홍매화를 몇 그루 심어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단아한 홍매화가 피는 마당 있는 집, 괜찮지 않을까? 이게 마나님 생각하고는 거리가  있어 보일것도 같은데. 하여튼. 시서예화와 거리는 멀지만 그렇게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다. 이런 생각을 잊지 않고 있으면 언젠가 집을 못 지어도 홍매화 한 그루 정도는 심지 않을까?

 

 작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된 이중섭 그림을 보러 2번이나 갔었다. 3월에 제주도에 갈 계획인데 이중섭 미술관에 한 번 가보려고 한다. 뜬끔없이 서예를 배워볼까 하는 뜬금포가 떠오르는 것을 보니 봄은 봄인가 보다. 책 속에 그림인 듯 글인 듯 한 그림과 알록달록 화려한 책의 그림들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마침 기차를 타고 몇 곳을 지나다 보니 시간이 참 더디게 지나는 것 같다. 

 

#김병종 #화첩기행 #남도산천 #기차여행 #봄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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