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 이야기할때도 한번에 No라고 단호하게 말하지 못하는 성격이 가끔 몸을 고되게하기도 하고 또 좋은 일을 불러오기도 한다. 하지만 일이란 올바른 결정인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인가? 논리의 문제는 없는가? 상대방도 생각했는가?로 결정한다면 어쩌면 더 쉬운일일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근거문서를 찾는 것을 보면, 그게 쉽고 기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No라도 입으로 말하는 것보단 글로 전달하는데 덜 미안하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나는 맞대면(face to face)에서 No라고 말하기는 어떨땐 정말 힘들다. 알면 알수록 힘들다. 그래서 알면 알수록 결정적인 순간에 할줄 알아야한다. 그래서 업무에서 면전에 No라고 하는것이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도한다. 최소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친해지면 No라고 못하고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고 다시 No라고 이야기하느라 내가 사용한 노력과 시간을 쓴다. 일적인 측면에서 무의미하다. 관계에서 종종 유의미하다. 내가 살아가면서 이 가운데서 참 많이 갈등하는듯하다. 그래도 일에서는 yes와 no가 명확한편인것같다. 결국 일은 쉽고 사람은 어렵다. 인간은 모두가 독창적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놈들이 하나도 없고 다 내맘갖지 않으니까.
최근 미루고 미루던 일을 정리하고 왔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좋은 곳에서 손짓하기도 하고, 아는 분들의 말씀에 복잡한 심경이 휩싸이는건 내가 그렇게 생겨먹은것도 있고, 귀가 얇기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10년정도 뫼시던 분이 회사를 차리셔서 잘 운영을 하신것으로 알고 있는데, 출장중에 뵙고 돌아와서 뵙고..부탁을 하시는데 머리속이 복잡하다.
어떨땐 직장동료, 동생처럼 그렇게 지내온 사이라 차마 거절을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은 시간을 내서 뵈러갔다. 어째던 시간이 되면 결정을 해야하는게 삶이다. 가장 나쁜게 주어진 시간에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시간이 아니라 남의 시간과 마음을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무실에 앉아서 말을 못하고 빙빙돌려서 말하던 나를 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이틀 뵌 분도 아니고 알았다 하시는데, 더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넉살좋게 "그래도 나중에 저 물에 빠지면 건져는 주시는거죠?"했더니 "됬거든!"하고 빙긋 웃으신다.
또 무신 일이 그렇게 많으신지 급하게 또 나가신다고 해서 같이 나와...또 머리속이 복잡해져 조금 걸었다. 혼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좀 말좀 들을껄 그랬나? 몇일전 후배녀석과 소주마시면 이야기하던 내가 언덕배기근처인데 내힘으로 올라가봐야지? 또 어디로 가고 있는가?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참 복잡하게산다. 아니지 아직도 내 業과 소명이 불분명한가봐라고도 자문한다. 더 젊을땐 아무생각없이 천방지축으로 살다보니, 이런게 인생에서 찾아오는 마음의 언덕을 걷는것이겠지 반문도 해본다. 별거 아닌 언덕도 깍아지는 천길낭떠러지를 기고 있는듯한 생각도 들때가 있으니 사람이란 기계는 묘하다. 사람은 좀 단순하게 살필요가 있다. 단순해질려면 바보가 되던가, 통달을 하던가 해야하는데. 항상 뭔가 어중간한가봐..
집에 올라오는 길에 그분과 친한 사람과 통화를 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까해서. 그리고 또 이런 일들이 더 마음을 쓰게하니 살아가며 쉬운게 없는듯하다. 어떨땐 좀 싸가지 없어보여도 광고처럼 "No"할줄알면 좋은데, 나의 동작 알고리즘에 이건 큰 버그임에 틀림없다. 높은 나라 양반들도 AS를 안해주는걸 보면 이거 원래 고유기능인가 참 고민이네.
[YES24] 나에겐 너무 힘든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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