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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예술 (冊)

남자라면 매번 들어도 행복하고 즐거운 말

by Khori(高麗) 2012.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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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저/오유리 역
문예출판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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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머리가 좀 없는 대신에 남들이 하는 말들을 잘 기억하려고 한다. 문제는 누군지가 좀 가물가물하다. 하여튼 접때 블로그 이웃님이 댓글에 남긴 도련님이란 책을 보고 적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SNS매체보다 블로그는 이웃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듯 하다. 남자들이 도련님이라는 말에 깜박죽고, 서방님이란 소리에 사족을 못쓰듯 ^^;;


무려 백년전에 씌인 소설임에도 지금 읽어서 세월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역자의 창작인 즐라도 사투리가 되려 어색하다. 약력을 보다가 일본의 셰익스피어라는 말에 저자의 이름을 음미해보니, 동서양 대 문호들의 이름이 한국식으로 발음하니 참 독특도 하여라. 그런데 그 발음만큼 책은 즐겁고, 또 지나간 추억들을 생각나게 한다.


몇페이지만에 나타난 여러건의 도련님 에피소드를 보면서, 나도 도련님이란 말을 들어본적은 가족의 범위가 넓고, 사람도 많았던 벌써 오래된 시절이란 생각과 문득 수주선생은 술자시고 그렇다쳐도 이 주인공은 맨정신에도 참 용감무쌍, 기상천회란 생각이 든다. 나의 소식적 생활을 생각해보니, 기껏해야 짱돌한개 던지다가 담장이 넘어가 장독몇개 깨진정도니, 아주 바른 생활이라 할만하다.  어째 제목이 도련님이더라며 주인공에게 손가락질을 해보기도 했다.


책의 시작과 함께 가신과 같은 기요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미야자키 하야호 만화에 나오는 맘씨좋은 할머니나 꼭 호호아줌마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고뭉치 꼴통 도련님을 항상 응원하고, 격려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은 무엇때문일까? 한편의 측은지심, 한편 같이한 세월속의 애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래 같이 부비며 살다보면 가족보다 가족같은게 사람 그 자체다. 사람은 그럴수밖에 없는 태생적 동작원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시절과 달리 신분제가 없어지고 보다 평등함을 지향하는 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헌신적인 가신을 만나기 힘들겠지만, 이런 관계를 떠나 살면서 헌신적인 사람을 만나는건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련님이란 말을 생각하면, 싸가지는 좀 없어뵈도 부러워하는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혼자가된 도련님이 스스로 자립해 나가고, 끊임없이 그를 떠나지 않고 응원하는 기요를 보면서, 먼저 떠나간 어머니와는 또 다르게 새롭고 애틋하다. 그녀가 무척외로웠겠지라고 위로하고 싶고, 비록 소설은 주인공의 흐름에 맞춰져있으나, 기요에겐 외로움을 극복하는 대상이 도련님으로 상징되엇을거라 생각한다. 꼭 세오녀처럼. 하여튼 누군가 나를 끊임없이 격력하고 채근하고 걱정하고 해주는걸 쬐만할땐 귀찮게 여기다 철들면 소중히 여기게되고 그 때쯤엔 한없이 눈물만 흘릴수 밖에 없는게 사람의 삶이란 생각도 든다.


어려서부터 재기발랄하게 지멋대로 큰 도련님이 사회에 출사표를 던지면서도 기요의 따뜻한 마음때문인지 정의롭고, 융통성없게 커가신다. 사실 조금씩 멋있어져간다. 도련님이 선택한 선생님이란 직업이 작가의 경험에 의한것도 있겠지만, 사회의 기준, 모범을 상징한다면 융통성이란 말이 주인공과 양립하기 힘들겠다. 나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끔 노인네들이 융통성이 없다고 야단을 치는데 사실 이 말은 경우에 따라 매우 기회주의적인 단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는 절차와 과정이 있다. 어떤일의 목표에 효과적인가, 이일을 끝내는데 효율적인가라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컬투의 "그때그때 달라요~"를 융통성이라는 말로 갖다붙이는 사람들이 세상 곳곳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째던 삶이 기준이 없는자는 삶을 낭비하듯 가치없이 살고, 기준이 너무 밝고 밖으로 드러나는 사람은 고달프게 사는듯하다.  그래서 주인공이 고달프게 삶의 깊이를 배워가고 안으로 갈무리하는듯 하다.


우여곡절과 혈기방장함을 촌동네에서 다 보여주고, 도쿄로 돌아와 언제나 뛰놀다 돌아온 도련님처럼 "나 돌아왔어"라고 말하는 녀석과 "우리 도련님 일찍 돌아오시네요"라는 기요의 기쁨을 어느정도들 아실란가? 오밤중에 오래전 추억속에 나를 응원해 주시던분들을 생각해보다, 그냥 날 도련님대신 서방님으로 불러주는 주인님을 생각하며 행복한줄 알고 잘 살아야지. \( ´ ∇`)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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