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시사회로 본 검사외전도 그렇고 겨울이라는 시즌인데 벌써 따뜻하고 희망찬 봄을 그리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개봉되는 영화들을 통해서 현 시대를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영화라는 것이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나 재미를 준다. 그런데 최근의 영화들중에는 역사의 주제를 꺼내어 순환되는 역사와 현재를 비유하거나, 앞으로 좀더 희망찬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대리 만족의 주제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질이 풍족한 시대가 되었지만 삶의 고단함이 커지고, 사람의 풍미가 떨어지고 서로의 신뢰가 떨어지는 시대다. 르와르의 장르를 빗댄 사회풍자적 영화를 보면서, 조선시대에 벽서사건이 있었다면 현재에는 영상유포사건이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럴 줄 알았다면 007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줄거리라고 해야할지 모르지만, 이야기는 재계, 정치, 검사, 언론, 연예, 폭력조직이라는 상투적인 구조속에 최근 5년사이에 벌어졌던 한국사회의 단면들이 함께 어우러져있다. 뇌물을 주고 받는 정치와 자본의 유착은 너무나 식상하다. 여기에 언론이 가세한 것은 막장 드라마이지만 현 시대를 반영하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정치와 상극을 이루는 검찰이란 모습은 최소한의 정의로움을 많이 표현했지만 우장훈(조승우)과 민정수석, 부장판사의 모습을 본다면 그것이 신념인지 그 때의 선택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차라리 신뢰를 주고 배신을 받아, 와신상담의 자세로 끝까지 복수를 꿈꾸는 안상구(이병헌)이 보다 인간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그렇지만 그 뜻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에는 어렵다. 단지 공공의 적을 위한 협력이기 때문이다.
배역을 그렇게 설정했는지 모르지만 참 연기들도 잘하고, 각 사건의 설정들이 특정 사건들을 돌아보게 된다. 마지막 엔딩에 특정인이나 사실과 관련이 없다는 강한 부정의 문구가 그렇지 않다는것 알지 하는 느낌을 주니 말이다.
영화를 가장 잘 살린 배역은 이강희(백윤식)라는 조국일보 주필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대사는 참 야비하고 날카로운 칼날을 보는듯 하다. 절제된듯한 대사와 흔들림없는 태도는 참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해야 필요한 답을 얻는 다는 말이 있다. 그는 상황의 변화속에서 한번도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가 게임의 규칙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남의 만들어 놓은 사실을 자신의 필요한 방향으로 사용한다. 바르지 않으면 대단히 위험한 일을 하며 그 일이 진정 위험하다는 것을 손수 보여준다. 펜이 총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들의 의식속에 상처가 아닌 잔상을 남기며, 지속된 잔상은 사고를 지배하는 원인이 된다.
우리는 스스로가 자유로운 사고를 갖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가 보고 배우고 사고하는 틀은 학습을 통해서 많이 이루어진다. 스스로의 관찰과 성찰이 부족할때 우리가 생각을 만드는 틀은 누군가가 던져준 미끼를 덮석물듯 따라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필요한게 무엇인지를 묻는다.
세상이 영화와 같지 않지만 영화와 같은 시도는 현재 진행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지막 폭로장면을 바라보면 말하는 이강희의 대사가 본인에게 말하는 것인지, 관객에게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째던 영화라는 매개물을 통해서 씁씁한 현실을 비춰봤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니다. 이런 영화가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시대라 생각된다. 보다 건전하고 즐거운 방식의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언제 올지 모른 내부자들의 희생과 복수를 기다리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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