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문학이란 흥미진진함과 진부함이 함께 있다. 소설류를 읽다 상상해 본 결론과 일치할 때의 허망함을 자주 느낀다. 나도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차라리 엉뚱하게 동양 고전을 보며 소설보다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고 이해가 쏙쏙 되는 때가 있다. 신기한 일이다. 그러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라는 책을 만났다.
솔직하게 아주 재미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책이 왜 이렇게 두꺼워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마음에 관한 말과 정신에 관한 의미를 조금 더 유연하게 알아듣게 된다. 재미있는 현상을 읽어가며 깨닫게 된다.
오래전 '회사 다니며 이해한 단어'(https://brunch.co.kr/@khorikim/71)를 정리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돌아보면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해석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쓰면 살아온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을 더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온갖 어려운 말보다(내겐 구구절절 장황한 설명이 조금 혼란스럽다) 그가 하고자 하는 말들의 핵심을 통해서 나를 돌아보려는 노력이 더해졌다. 그래도 각 편의 마지막엔 간략한 설명과 함께 볼만한 책과 영화도 빠지지 않고 더해두었다. 한편으로 그가 구구절절 설명하고 은유하는 이유는 말과 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마 자신이 이해한 세부적인 것들과 심리적, 정신적 현상을 세밀하게 쓰려다 보니 그런 것은 아닐까 한다.
25장의 내용들은 한 단어로 정리될 수 있는 주제다. 그 주제는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감정과 이해라고 생각된다. 그 감정과 이해가 삶에 작용하는 방향을 잘 이해한다면, 충분히 안정적이고 평온하며 지혜로운 삶에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생긴다. 책을 읽고 다시 각 챕터의 주제를 읽어보면, 스스로를 이해하고, 세상의 변화 속에서 절망과 슬픔, 기쁨과 희망을 어떻게 대할지, 그것을 통해서 어떤 삶을 살아갈지 그런 의미였을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문학이란 수단이 기원전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문명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알 수가 없다. 인간이 떠드는 것은 우리나라 말로 맺힌 것, 한(恨)을 품기 때문일까?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저 좋은 것과 저 억울한 것만 오랫동안 기억하는 특성을 보면 말도 그 범주를 넘지 않을 텐데. 어쨌든 철학과 고전은 인간의 정신과 감정의 세계에 골격을 강화해 준다. 현실과 달리 이 부분도 유연 해지는 것이 가능하지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문학은 이 뼈를 감싸는 살과 같다. 뼈의 울퉁불퉁한 간격을 메우듯 인간이 살아가면 느끼는 더 다양한 변화를 품고 있다. 이것이 항상 옳고 그름의 문제로만 다가설 수 없는 이유다. 아마도 시, 음악, 그림과 같은 예술은 어떤 신경조직과 같은 것일까?
책을 통해서 올바름이 항상 중요한 것인가에 관해 여러 번 생각하게 된다. 정의란 용서를 품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되새긴다. 가끔 세상을 살다 보면 인의예지는 고사하고 배은망덕한 일을 보고 겪는다. 까만 머리 짐승 키우지 말라는 말이 훨씬 다가올 때가 있지만 이런 마음을 품고 사는 것은 나를 갉아먹는다. 현재 숨 쉬고 살아가며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을 더 갖아 보려고 한다. 가끔 욱하는 것이야 사람이라면 인지상정이지만. ㅎㅎ 스스로 마음의 평온과 정진이 중요하다. 내 마음이 보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너무 깊은 늪에 오래 빠져서도 안되고, 너무 허공을 맴돌아도 안되며, 사람의 온기를 기억하고 자연의 순리를 벗어나지 않으며 살아야 한다는 일.. 어쩌면 인생의 아주 큰 과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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