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대부분의 미래 기술과 세상에 관한 책은 유행을 탄다. 유행 이전에 기술에 관한 복잡한 서적이 현실과 영화에 나올법한 사례를 갖고 먼저 나타난다. 그전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법률과 제도, 정책이란 부분으로 나온다.
지금 논의하는 4차 산업 정책을 봐도 정부 정책의 시작, 인더스트리 4.0, 제조 2025, 더 멀게는 미국의 innovate America를 보면 20년 말씀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것과 별개로 ICBM으로 일컫는 IoT, Cloud, Big Data, Mobile을 지나 AI, Block Chain, Metabus로 유행처럼 기술이 논의된다. 그 흐름을 보면 또 재미있다. IT, ICT라고 하는 인프라, 인프라를 이용한 데이터의 수집과 처리, 처리된 데이터에 대한 고도화(정확도 증대), 암호화, 가능한 서비스의 형태로 회자되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
내 작은 관점에서 스마트 시티란 이런 기술을 통신 기반의 물리적 플랫폼, 통신 기반 위에 이를 통합하기 위한 소프웨어적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시민에, 시민의, 시민을 위한 온갖 문제 해결과 더 나은 삶의 질을 지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것을 연결하여, 모든 데이터를 통한 이성적 접근은 1984의 빅브라더의 두려움을 만든다. 대부분의 미래소설이 디스토피아를 상상하는 것은 인간이 갖은 태생적 불완전성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풍요롭고 행복해지려는 감성적 부분도 존재한다.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보다 정확한 데이터의 접근성과 모든 데이터가 아니라 개인들의 사생활과 무분별 한 개방을 규제하기 위한 정보보호가 대립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데이터의 메타 데이터를 사용하고, anonymous mode라는 익명처리, 암호화 기술의 발전이 초래되고 있다. 현재 그런 과정에 있다.
책에서 언급된 스마트시티 1.0, 2.0, 3.0의 기준으로 보면 1.0은 상당 부분 진척되었고, 2.0의 아비규환 속에 현재가 있다. 3.0은 글쎄? 난 아직 제한적 맛보기가 현실에 있지만 그 보단 영화 속에 훨씬 잘 나타나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가 화두지만 냉정하게 미래를 위한 기술개발의 측면에서 중요할 수 있지만, 당장의 현실에서 투자 대비 output을 기대하기 어렵다. 영화 '아바타'정도 되는 것을 기대하지만 내 생애에 보긴 어렵다. 후쿠시마 같은 곳에서 로봇제어를 위해서는 아주 좋은 설루션이지만 일상에서 이것이 가능하다면 인간의 특성상 난장판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크라이나 드론을 봐도 기술적 구현은 우수하지만 이게 권장한 기술 사용법이라 말하긴 어렵다.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이 책이 괜찮은 이유라면 한국 스마트 시티의 정책 흐름과 방향을 아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례가 더 있다면 좋겠지만, 다른 최신 기술 트렌드, 산업 트렌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신 이런 기술이 개발되고 요즘 만들어지는 AI store와 같은 서비스가 어떻게 가능해지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관련 기술이 어떤 정책과 제도, 기술의 발전 방향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개인적 관점에서 오래전 도시를 정비하고, 마차가 지나가게 길을 넓히고, 수로를 정비하는 것이 스마트 시티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 생각의 본질은 현재의 스마트 시티와 동일하다. 주어진 환경을 새로운 기술로 바라봄으로 문제와 도전 과제를 새롭게 보기 때문에 혁신이 가능한 것이다. 같은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다는 것은 혁신의 시작이다. 그것을 정책과 도전으로 어떻게 변해가는지 이해하는 것은 문명사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직업적 입장에서 과거 개별 산업은 자신이 속한 산업의 고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플랫폼이 되면서 장사 잘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Sales 행위에서 동일해 보이지만 Business란 측면에서는 사업이 훨씬 포괄적이다. 사실 나는 Off-line과 On-line을 통해서 시장이 어떻게 디지털 트윈이 되고, 플랫폼을 어떻게 구축하여 생태계를 구축했는지 너무나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 문제점도 잘 보여줬다. Open Innovation이란 개발 협력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 시티의 정책과 민관의 협력과 더불어 우리가 스마트 시티에 대한 준비가 되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준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 혁신기업,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도 세상 사람들이 그 방향을 좋아하고 따라오게끔 해야 하는 것이 문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어려운 과제다.
전체적인 스마트 시티의 발전을 위해서 추가되어야 할 부분은 구현의 수준에서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만족과 기대를 품게 서비스를 장착해야 한다. 애플의 스마트폰이 앱스토어와 아이튠즈의 플랫폼을 통해서 내부적 운영 플랫폼을 구축하고 상생적 생태계인 앱스토어를 통해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길을 열었다. 이처럼 플랫폼 기반과 서비스, 서비스를 위한 제조 산업, 이를 위한 데이터 생성과 표준화, 정보보호가 필요하다. 성공하는 법은 무한하다. 문학과 같은 상상력, 기술적 가능성이 동시에 필요하고 모든 것을 잘할 수 없다면 상생과 협력은 불가피하다. 머리로 이해해도 인간의 탐욕과 인내력 부족은 항상 지속 가능한 협력을 구축하는데 방해가 된다.
간략하게 스마트 시티를 생각하면 도시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측정하여 데이터로 만든다. 길거리의 미세먼지, 교통 CCTV 영상과 방범, 환경센서를 이용한 대기질 측정, 교량과 같은 건축물 노후화 측정 이런 것들이 많다. 이 데이터를 이용해서 버스가 언제 오는지, 내비게이션들이 동작한다. 결국 사람들이 보는 최종의 결과(user front end)는 간단명료(simple=easy) 해야 한다. 그 결과물은 아주 복잡한 처리결과를 통해서 나온다.
서울시를 예로 들면 교통, 안전, 환경, 복지, 경제, 행정의 정책과제에 스마트를 붙였다. 경제와 행정은 앞의 네 가지 정책에 대한 지원과 협력 도출이라고 보면 4가지가 핵심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처럼 사람들은 데이터를 해석하지만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한다. 영상은 모든 정책 서비스의 기초가 되고, 확인과 의사결정의 핵심 자료가 된다. 사실 데이터센터(IDC)에 CCTV 영상 없이는 50%도 채우기 힘들다고 본다. 내가 다니는 기업도 데이터 전송 시 발생하는 노이즈를 줄여서 전체 플랫폼의 저탄소 정책에 부합하기 위한 개발을 한다. 이처럼 혼자서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과 협력의 마인드가 중요한데 우린 오랜 기간 경쟁 중심의 사고체계에 강하다. 이것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두 번째 과제는 센싱 장비, 센싱 장비의 정확도, 센싱 데이터 통신의 표준화등 다양한 과제가 존재한다. 스마트 시티를 한다고 모든 장비가 우리가 보는 네트워크로만 동작하는 것도 아니고, 네트워크로 동작한다고 호환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네트워크 통신이 모든 면에서 우수한 것도 아니다. 전기 나가면 무용지물이다. 통신을 위해 전화선 두 가닥이 더 중요한 곳은 아직도 많다. 과거의 장비들도 아직도 사용하고, 다양한 센싱 데이터가 혼재한다. 존재하는 데이터와 앞으로 추출할 데이터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통신방식에 대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합이 중요하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하지만 우수한 하드웨어라는 운동장이 없다면 선수들이 경기를 할 수 없다. 이는 균형의 문제다.
아직도 시장은 제각각 만들어서 제각각 붙이느라 엄청난 비용 낭비적 측면이 존재한다. 데이터 정확성을 위해서 위치기반 데이터를 만드는 방향은 명확하다. 그런데 각종 데이터와 위치기반 데이터를 융합해서 전달하는 것은 드물고 이기종 장비들의 데이터를 받아서 묶는 일은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 사실 스마트폰을 통해서 이렇게 데이터를 추출하면 법류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카카오 택시를 타면 예약한 택시와 내 ID 확인을 통해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왜 타는 것은 수동으로 확인하고, 요금 계산도 운전기사가 버튼으로 확인하고.. 카드 등록만 해두면 결제만 자동인 셈이다. 찜질방과 놀이동산이 훨씬 잘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각 기업들이 장비를 만들고 독자적 프로토콜을 사용하면 데이터를 융합하여 솔루션을 찾는 부분은 훨씬 복잡해진다. 쉽게 지랄 총량의 법칙처럼 내가 뒷사람을 고려하지 않으면 뒷사람이 훨씬 골치 아픈 일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제에서는 배타적 지위가 수익과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생태계를 통한 협력은 더 큰 문제 해결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다. 지금도 사업을 보면, 좋게 말하면 혁신 도전을 위한 테스트 베드고, 어떻게 보면 제각각으로 해보는 것이다. 그나마 도시를 선정해서 보다 큰 규모로 통합과 운영을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보기 좋다.
이렇게 데이터 채굴의 정리, 채굴된 데이터를 무조건 클라우드에 올려서 분석하는 방식만이 능사가 아니다. 나는 클라우드란 엄청 비싼 장비를 구독 경제라는 이름으로 할부금융 판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일부 데이터는 보안 문제로 public cloud에 올리지 않으려는 요구도 존재한다. 정부가 독자적으로 클라우드를 사용할 수는 있어도 구글 드라이브 같은 곳에 데이터를 올려서 관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사실 완벽한 네트워크 보안은 "no network"다. 물론 public cloud는 큰 기회를 제공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서 규모가 경쟁력을 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 팩토리를 보면 산업 특성과 고유 경쟁력에 관한 데이터를 외부에 노출될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 같다. 네트워크 안에 선택적 On/Off의 제어가 필요하다. 스마트 시티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시티에 관련되었다면 세상을 관찰하는 힘이 중요하다. 호기심은 사람이 행동하고 사고하고 움직이는 기폭제다. 세상에 온갖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왜냐하면 사람이란 존재가 오만 잡다한 행위를 통해서 온갖 데이터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행동과 결과물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알아가는 일이다. 그것을 이해한다면 어떻게 가능할까를 생각하고 관련 데이터 획득 방법과 그 결과물이 사람들이 만족하는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과거처럼 단순이 무엇을 만들고 팔아먹는 시대가 변하고 있다. 외형적으로 같아 보이지만 파트너의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을 주는 행위가 나의 문제 해결과 발전으로 이어지는 상생과 협력의 마음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아주 크게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가치도 상승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성과 감성의 균형이 더욱 필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사진을 한 장 찍어보며 레고 사진을 같이 찍었다. 스타워즈에서 나오는 환상적인 과학기술과 미래에 대한 상상, 시티를 소재로 한 아기자기한 행복한 모습과 어떤 것에서 인간이 만족감을 갖는지에 대한 이해가 함께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레고처럼 연결하고 조합하여 무한한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 스마트 시티의 모듈라 디자인적 관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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