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남자. 어려서 OB의 창단 코치로 기억되고, 누군가는 선수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사람으로 회자되던 사람..하지만 여전히 데이터 야구와 치밀한 고수로 인정받는 멋진 남자다.
매일 펼쳐지는 경기에서 체계적인 데이터 기반으로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김성근식 경기는 재미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머니볼과 같은 이야기를 넘어, 그의 야구에서 볼 수 있는 일관성이 팬을 만들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나는 그 이유는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서 외형적인 그의 모습과 내면속에서 그가 그런 일관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자신의 철학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은 참 좋은 기회다.
나는 뛰어난 운동선수는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깨달음, 분석력, 판단력과 같은 결정적인 두뇌활동은 반드시 지식의 학습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대한 운동선수는 이런 능력에 한가지를 더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함께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선수들의 합을 올리는 작업과 각 개인의 역량을 올리는 작업을 병행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위대함을 이끌어 내는 능력은 운동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조직이란 실체속에 있는 모든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다른 분야의 기술적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 운영의 본질은 유사성이 있다. 공자의 일이관지랑 이런 의미가 아닐까 한다.
축구에서는 뛰어난 선수가 뛰어난 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풍문이 있다. 나는 야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150km를 넘나드는 직구과 뛰어난 슬라이더를 갖은 선동렬이란 걸출한 선수가 90km의 직구를 던지던 성준이란 투수를 이해할 수 없다. 어려운 볼카운트에서 과감하게 안쪽 직구 150km면 될 일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을 상상만 하는 선수를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을까? 답답할 뿐이고, 체험하지 못한 것을 가르치는 것은 어려움이다. 하지만 90km를 던지는 선수는 150km를 던지는 동경의 대상이 갖고 있는 위력을 잘 알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체험하지는 못하지만 능력을 잘 활용하는 방법은 더 잘 알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소년등고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빠른 고도성장은 후폭풍을 피할 수 없기에 조심해야하고, 못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잘해본 적이 없는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고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김성근의 과정을 본다면 그는 본인의 어려운 과정보다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과정을 걸어온 멋진 남자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특히 見(견), 觀(관), 診(진)의 이야기를 보면, 이 남자 좋은 눈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견과 관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다. 진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스토리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많은 연관된 사실과 개연성을 유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잠자리 눈을 갖았다는 이야기도 보면 그의 이런 사고와 연관이 높을 듯 하다. 더불어 다양한 인문학 서적과 전문서적을 통한 학습이 그의 지치지 않는 저력과 실력을 유지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이정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정도를 하는 세상사람들이 적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상당한 평판과 세상의 명성을 얻은 것은 그의 따뜻한 인간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짦은 경험에도 실력있는 놈이 임원은 달아도, 품성이 바른놈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많이 보게됬기 때문일지 모른다. 바른 품성, 냉철한 이성적 판단속에서도 따뜻한 가슴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바른 품성이 되지 못하면 농담처럼 "이번 生은 베려버린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역사속에 권선징악이란 말은 달리 나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록 내 생에서 그렇지 못하더라도 오래 갈 수가 없는 것이 인간들이 모여사는 사회의 묵시적 규칙이라고 믿는다.
책을 통해서 선수들과 대화하듯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서 감동받을 만한 스토리들이 있다. 굳이 인문고전이 어쩌고 저쩌고, 철학적 논쟁이 어쩌고 저쩌고 보다 그의 말이 와닿는 것은 진실하다는 것이고, 그가 실천을 통해서 진실된 마음으로 이야기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조직속에 있다보면 좀더 좋은 환경과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를 느낀다. 그러다가도 현실로 돌아와 내가 갖고 있는 자원을 중심으로 목표를 세울 방법을 찾게 된다. 사실은 그 사이에서 오락가락 갈등을 자주 한다. 주어진 여건속에서 남의 팀에 있는 뛰어난 포지션별 선수를 갈망한다는 것은 정신적 배신이자 불륜이다. 그런데 사람이라는게 가끔 이정도 상상하는 정도는 봐줘야한다고도 생각한다. 다시금 내 주위의 동료들의 장점과 역량개발을 통해서 이루어 낼 것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나의 향상과 개선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누가 알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알아줄때까지 기다릴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 균형이 참으로 어렵다. 책을 보면서 그 여러가지 과정을 이끌어 가는 김성근 감독의 이야기를 보면 그가 넘어야했을 자기 마음속의 다른 김성근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본다. 그게 곧 强이기 때문이다.
팀은 달라졌지만 다시 대전에 돌아와 야신의 전설을 이어가는 멋진 감독을 현실속에서 볼 수 있는 만큼 그의 이야기도 참으로 멋지다. 무엇을 잘 만드는 사람을 명장이라고 하고,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을 명인이라고 한다. 野神이란 말이 그 위치가 다르지 않음을 잘 깨닫게 된다. 게다가 만나본 적은 없지만 어떤 사이를 셔틀하며 오락가락하는 나에게 큰 가르침이 되었다. 좋은 선생님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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