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이 사람 내 또래 같은데?'라고 생각했다. 동시대를 산 사람들의 묘한 느낌이랄까? 저자 정보를 보니 그렇다. 내가 그렇게 느낀 이유는 말로 딱 표현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좋은 마음과 의도가 담겨있다.
표지부터 신선한다. 표지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는 짙은 남색(Blue는 사업에서 성공의 의미이기도)의 여백을 남기고 제목이 밑에 있다. 제목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일반적 표지와 다르다. 시선을 끄는 차별화는 티저 광고처럼 PR의 관점에서 유의미하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가치를 품고 있는가? 그것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의 문제다.
책은 마케팅 분야에 도전하는 대학생 또는 실무 초보자를 위한 guide로 보기에 손색이 없다. 주제, 실무경험, 사례(마케팅은 case study가 많은 분야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케팅 분야의 명저인 '마케팅 불변의 법칙, 코틀러의 마케팅 X.0의 분류 등 기본, 트렌드에 대한 내용을 잘 담고 있다. 더불어 기업의 마케팅 실무뿐만 아니라 실무와 연관된 다양한 기업 운영, 관리라고 하는 경영분야까지 잘 담아두고 있다. 학문으로 접한 마케팅을 실무에 접목하는 초년생들에게 너무 기죽이지 않고, 응원하는 마음 같아서 좋다. 아마도 말과 언어가 생각과 마음을 전달하기 참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봤다.
나름 마케팅이 아니라 막케팅(막 하거나 지금 하거나)을 해봤던 입장에서 질문도 있다. 마케팅은 그래도 꽤 우수한 인력으로 포진하는 경향이 있다. B2C에서는 대개 마케팅의 전략에 따라 영업 수행이 따른다. B2B에서는 마케팅은 독립되기보단 분산되어 기능적으로 배치되고 영업이 앞선다. 제품은 연구소가 해주고, 고객 요구는 품질에서 많이 받고, 시장 동향과 관련해서는 영업과 일대 설전이 난무하고, 잡다한 일이 마케팅 부서로 날아간다. 개인적으로 마케팅을 한다면 B2C가 좋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움직이고 학습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면 B2B, B2C 어디나 좋다. 사실 여러 부서가 본업과 마케팅에 관련된 일을 알게 모르게 한다. 마케팅 부서는 리더십, 콜라보, 내부 협상에 능해야 할 필요가 있다.
on/off 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며 나는 B2B2C를 나누지 말고 통째로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변해가고 있다. B2B에서 고객기업의 어깨 너머에 존재하는 최종 사용자를 이해하지 못하면 다람쥐 챗바퀴를 돌며 장님 문고리를 잡거나 한참 뒷북을 치던가 할 수밖에 없다. 호구가 되는 것이다. B2C는 기업 업종의 관점에서 인간을 위한 가치와 타당성에 대한 대한 사고력이 필요하다. 그런 원칙이 만들어지면 효과가 있다. (고집이 아니다)
왜냐하면 Market은 어떤 면에서 세상 그 자체다. 세상을 단지 무엇을 만들고, 제공하고, 지불하는 관점에서 분류한 것뿐이다. Market에 ing를 붙이면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우선적으로 마케터는 자신을 마케팅할 수 있어야 한다. 나를 마케팅하지 못하는데 기업, 제품, 서비스, 캠페인을 마케팅 잘할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 내 마음도 모르는데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할까? 그 수준을 넘어서면 타인이 스스로 마케팅하도록 만들거나,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인이 Microsoft에 가서 아무 생각 없이 Macbook과 iphone을 꺼냈다. 농담이었겠지만 'You dare 블라블라'로 미팅을 시작했다고 한다. 다음날 미팅에 컴퓨터는 못 샀지만 iphone대신 급하게 MS phone을 사서 미팅 시작하자마자 책상 위에 올려놓고 만회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그들이 이야기하는 주제와 이것은 상관도 없는데. 우린 모두 그 이유를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을 즉시 실행하기 위해서는 그 먼저 생각이 떠올라야 한다. 말은 쉽지만 이것은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니라 아예 다른 세상의 사고다. 시장은 사용자와 잠재적 사용자로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모든 사용자는 결국 사람이다. 이 제목에 붙은 '사람'이 아니라 남자 또는 여자라는 구분이 있었다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마케팅되지 않는다.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은 상황, 장소, 사람, 지위, 때에 따라 조합이 무한하다.
무엇보다 남들 다 하는 것만 하면 기본이 되지만 기본은 기본일 뿐이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기본은 분야 입문에 필요하지만 경쟁력을 만들기에는 부족하다. 그 수준에 머물면 계속 초짜일 뿐이다. 이 책은 어떤 면에서 초짜들을 위한 깨우침과 내가 해봤더니 이런 방향이 효과적인 것 같다를 말하는 듯하다. 마친 아빠나 삼촌이 예비 초짜들에게 하는 애정 듬뿍한 이야기처럼. 오래전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란 책을 보면 상당힌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다 든 생각은 저자가 뛰어나지만 저자 같은 사람 또는 저자보다 더 한 사람을 대면하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생각이었다.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도 이런 경험을 많이 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책의 한 구절 : '마케팅 인력은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막케터의 생각 : 제너럴리스트는 마케팅 부서 진입장벽을 넘기 힘들다. 그들이 잘해야 하는 일을 보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점진적으로 전략과 경영의 이해, 고도의 사고 훈련이 필요한 조직이다. 무엇이 되었던 그 또래에서 마케팅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로 시작하거나 빠르게 그렇게 되어야 한다. 더 높은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높은 수준의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그냥 제너럴리스트는 하향평준화의 원인이 된다. 엘리트 집단이지만, 성과 측정의 어려움으로 인한 피해의식이 있고 사실 피해도 많이 본다. 안 하는 게 없는데 마무리는 타인의 힘을 빌려야 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잘 생각하면 마케팅은 성과측정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를 내부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의 한 구절 : 마케팅은 콘셉트다
막케터의 생각 :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또 하나는 나도 학생 때 소비자로 배웠지만 지금은 사용자란 말을 사용한다. 책도 user를 소비자로 표현했을 뿐이다. 세상은 사용자와 잠재적 사용자(=미사용자)로 나뉜다. 잠재적 사용자도 VOC(voice of customer)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의 총합이 특정 제품 또는 서비스 Market이다. Market으로부터 기업과 접점이 발생한다. 접점은 기업의 목표, Market을 해당 기업의 관점에 맞게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을 세우고 분류하여 전략을 결정한다. 이 전략의 결정이 시장과의 접점 범위를 만든다. B2C라면 결국 시장의 요구사항과 기대치 중에 기업역량이 가능한 범위에서 결정된다. 접근법이라는 측면에서는 콘셉트고 다른 하나는 호기심을 갖고 인간의 욕구와 욕망을 발견하거나 합리적으로 추론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B2B라면 시장과 접점 기업이 시장의 요구를 자기들 목표와 전략에 맞게 필터링해서 다른 기업에게 요구하고, 요구받은 기업은 다시 그들의 역량 범위에서 결정한다. 기업의 측면에서는 필터링이라고 할 수 있고, 시장의 입장에서는 의견 반영 또는 무시라고 할 수 있다.
책의 한 구절 : 마케팅 예산 비율, 전략을 고려, 목표를 고려하여, 경쟁사 비교, 기업 예산 고려
막케터의 생각 : 마케팅 비용은 판매관리비에 포함된다. 대략 매출의 15% 수준이면 적은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처럼 6개월에 22%(21년 반기결산기준)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 비용을 마케팅 부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계획서는 통상적인 최고 상한선을 두고 예산 할당을 해야 하지만, 비용 지출은 반드시 명확한 계획하에 승인 집행되어야 한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통신사가 대리점에 마케팅 비용을 할당하면 대리점에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한 대리점에 몰아주고 실적을 내게 한다. 이것이 마케팅 비용으로 실적으로 올리는지 마케팅 결과인지 구분이 가능한가? 회계적으로는 분간이 안되고 영업과 마케팅은 자신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잘 안다. 또 다른 대기업의 사례지만 사업팀 정책 마케팅 자금을 시장 개척을 위해 거래선에서 투자했는데, 그 해 그 시장 고객의 매출이 마케팅 자금과 막상막하가 되었다. 해당 비용으로 투자 대비 이익은 -100%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이 내 맘 같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말하듯, 마케팅을 하려면 자금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예산을 얼마 주는가가 아니라 그 전략이 필요하고, 실행 가능한가에 대한 결정이다. 변화무쌍한 마케팅 환경에서 agile기법은 효과성, 비용 측정의 측면에서 괜찮을 것 같다. 애자일 이야기만 나오면 해보면 알겠지만 실행부서는 진저리를 치긴 한다.
책의 한 구절 : 표준화, 현지화
막케터의 궁금증 : 기술은 표준화가 된다. 문화와 환경은 현지화 즉 차별화의 범주다. 이것을 동시에 잘하는 것이 말은 참 쉽다. 카드에 들어있는 Jocker처럼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 기술에 대한 반응은 공통점이 있지만 시장은 표준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말장난이 아니다. 기술은 표준과 비표준이 순환하며 이에 따른 시장의 반응도 변화한다. 기술이란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다.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손으로 때려 고치는 것과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5G와 6G가 모두 통신기술이긴 하지만 같은 표준이라고 할 수 없다. 3G폰이 있을 때 나온 아이폰은 기존 제품 입장에서 비표준이거나 표준을 포함한 또 다른 무엇이기다. 내가 표준을 만들면 FMA가 생기고 이른바 승자독식의 가능성이 증가한다. 현지화 고려가 현저히 낮아져도 무방할 수 있다. 내가 표준을 따르면 선도기업의 기술 범위에 종속된다. 그런 이유로 모든 기업이 다른 것을 만들려고 하지만 잘 안된다. 그럼에도 표준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도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런 것을 만들 때 Why를 달고 사는데, Why not은 안될까요?
막케터의 가격에 대한 생각과 질문
경제학 원론에 가격은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철두철미하게 그래프를 믿고, 미시경제학을 공부하면 다 까먹은 미분 그래프 산식을 머리 아프게 보게 된다. 주식시장을 보면 시장은 경제학 원론처럼 효율적이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구는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면 결과로 입증을 한다. 교과서는 세상의 요약판이라 다 담지를 못하나? 하여튼 세상엔 일반화되지 않은 일과 사례도 넘쳐난다. 최근 본 벤저민 그레이엄은 수익이 0으로 수렴한다고 했는데, 나는 가격도 궁극적으로 0으로 수렴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 안 팔리거나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기름값은 들쭉날쭉하지만 기름 안 나오면 0이 되겠지. 주식이란 증권 가격은 액면가 5천 원이다. 그리고 거래가 늘어나며(시간이 흘러가며) 수요과 공급에 따라 그때와 상황에 적합한 가격으로 수렴하며 변화한다고 믿는다. 나는 시작 가격은 판매자 마음대로이면(법적 제도적 규제가 없다면), 이후 가격은 수요 공급의 양에 따라 환경요인을 가격에 수렴해 간다고 생각한다.
처음 가격은 무조건 파는 사람 마음이다. 여기에 수요공급이 어디에 있나? 싸구려 볼펜에 다이아몬드를 넣으면 볼펜 가격+다이아몬드로 판매하나? 판매자가 대략 다이아몬드+볼펜 가격 또는 엄청나게 높은 가격에 내놓거나 0원에 기부를 하거나 경매에 내놓을 수도 있다. 비유로 보면 유명 작가가 만들거나 기부목적이 아니라면 안 팔리겠지.
그 결정이 수요공급, 경쟁사를 참고하고, 원가를 분석하더라도 결론적으로는 판매자의 고유한 결정이다. 무상으로 주는 것도 판매자의 결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깎아주세요, 덤을 주세요라고 묻지 않는가?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는데 왜 깎아 달라고 하고, 소비자보호법으로 이중은 왜 존재하고, 덤핑과 할인은 어떤 목적이며, 권장 소비자 가격은 왜 제도적으로 규제하는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 수요공급이 개뻥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건 가격이 결정된 이후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예외적으로 팔려고 만든 것이 아니지만 낯선 이 가 '내가 000이란 가격에 사고 싶소'라는 사례가 존재할 수 있지만 계약적 측면에서 이것은 청약(offer)에 불과하다. 작가의 생각은 막케터의 이런 생각에 어떤 의견일까 궁금하다. 수요공급에 수렴해 가는 경우도 대체재와 경쟁제품이 많을 때다. 독보적인 제품(만 캐럿 다이아몬드)은 우리가 종종 말하는 '부르는 게 값이다'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이런 걸 보면 옛날 사람들도 지금 나랑 비슷한 것 같은데... 흠.. 가격정책은 사실 상당히 자의적이다. 중국산 티셔츠를 만원에 알리바바에서 살 수 있지만 여기에 유명 연예인 이름, 공식 라이선스, 한정판 프로모션을 붙여 생산하면 가격이 한참 오른다. 이 가격이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된 것인가? 아니면 판매량에 최대 수익을 예측한 가격의 조합인가?
막케터에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다. 워킹맘의 치킨 이야기를 듣고 하루 종일 생각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똑같이 수업 듣고, 시험 봐도 결과가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호기심이다. 호기심이 없는데 몰입이 된다는 것은 인간에게 영혼 없는 거짓말과 같다. 열린 호기심은 좋은 marketer가 되는 타고난 장점이다. 연구개발, 영업, 품질관리에서도 이런 점은 스스로를 마케팅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이것이 없으면 발전이 더디거나 점진적으로 세상의 변화와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다른 한 가지는 개구진 면이 있지만 4P로 인터뷰어에게 자신을 설명하라고 한 질문이다. 이런 질문이 자신의 업에 대한 수준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내 경험에서 마케팅은 다양한 통계분석, 데이터 프로세스, 심리학과 같은 복잡적 사고가 필요하고 동시에 내가 속한 분야에 대한 기술적, 예술적 이해도 필요하다. 안 하는 게 없고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다. 이 의미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가능성은 열려있고, 지혜롭고 슬기롭게 알아서 해나가야 한다.(이런 말 참 쏴리 하다) 우수한 조직인데 그들의 입장에서 무식한 놈들이 자꾸 불필요함을 말하는 논쟁이 생긴다. 그것을 극복하는 시작은 생각의 힘이고 그 생각을 혼자의 힘이 아니라 내부 자원들의 협력을 통해 생각을 실존의 현실로 갖고 오는 아주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그래야 막 한다는 소리를 면하고 맛나게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각 챕터의 Insight를 읽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독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읽었다고 아는 것이라 할 수 없고, 이해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만 오면 좋겠지만 난생처음 보는 일은 의외로 자주 나타난다. 이타적인 마음을 품은 책이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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